몇차례의 호우주의보에도 비가 시원찮게 인색하던 가뭄속에 장대비가 쏟아졌다. 엊그제 300∼400㎜가 내린 비는 분명 단비였지만 적잖은 피해를 냈다. 인명피해만도 주민을 구하려다 숨진 용인경찰서 함용길경사를 비롯, 9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 재산피해액 역시 확실한 집계가 나오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에 내린 300∼400㎜의 장대비는 엄청난 강우량이긴 하나 여름철에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피해를 입어도 생각보다 큰 것은 기초수방대책에 결함이 있다고 보아져 주민생활과 피부를 맞대고 있는 일선 시·군의 성찰이 촉구된다.
첫째, 관리결함을 들수 있다. 수방시설을 두고도 관리를 제대로 못해 수해를 당하는 어이없는 사례가 많았다. 평택시 서탄면의 배수펌프장 관리자가 작동법을 몰라 새벽 3시쯤되어 뒤늦게 가동하고, 화성군 매송면의 수문을 안열어 침수피해를 입힌 예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로인해 평택시 서탄면은 40만평의 논이 물에 잠겼으며 화성군 매송면은 오수가 역류해 주택가를 덮치는 등 상상조차 할수 없는 수해를 당했다.
둘째, 시설결함을 지적한다. 현대도시는 전 시가지의 완전포장화로 강우량이 맨 땅에 스며들 틈이 없어 고스란히 하수구로 흘러든다. 이에비해 하수구 용량은 대체로 완전 포장화 이전의 근대도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나마 쓰레기등 갖가지 이물질이 투입되고 있는 것을 제대로 준설해내는지도 의문이다. 소동을 빚은 도심지 곳곳의 주택가 물난리는 이런 하수구시설 결함에 기인한다. 시설결함은 이밖에 제방유실 도로유실 등에도 찾아볼 수 있어 재검토가 요구된다.
셋째, 인식결함을 꼽는다. 예컨대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 화산지하차도는 집중호우가 내린 이튿날인 어제 정오까지도 침수된채 방치됐다. 이 바람에 수원의 서부 외곽지대 간선도로 지점이 물에 막혀 다중의 시민들이 인근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막심한 불편을 겪었다. 이같은 늑장대처는 시 당국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 앞서 밝힌 시설 및 관리결함도 넓은 의미로 보면 인식결함에 해당한다.
이번 비를 계기로 시·군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주민이 당하지 않을 피해와 불편을 당한 기초수방의 결함이 발견되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시장·군수들은 ‘민선유행병’이라 할 신기루같은 구호행사나 전시행사에 급급하기보단 좀더 지역주민 실익의 생활행정 증대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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