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노린 외지인의 위장전입 극성

“아침에 눈만 뜨면 비닐하우스 주인이 바뀝니다. 다 보상을 노린 외지인들의 위장 전입이죠.”

23일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개설공사가 한창인 인천시 계양구 동양동과 귤현동 들녘에서 만난 농민 이모씨(56)의 넋두리다.

김포평야와 인접한데다 매 시간마다 김포공항을 이착륙하는 항공기가 올려다 보이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인 이곳에 부동산 투기를 의식한 외지인들의 발길이 빈번해진 건 지난해 말부터.

그래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지내온 이 일대 주민들은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됐는데도 일할 의욕을 거의 잃고 있다.

“지난 98년 이 일대가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뒤 땅을 보러 오는 외지인들이 간혹 있긴 했지만 올해 건축경기가 되살아 나면서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인근에서 부동산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지모씨(43·인천시 계양구 임학동)는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갑자기 농지를 보러 오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며 “현재 이 일대 땅값은 평당 20만∼30만원선이지만 갈수록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팔린 농지에 설치된 비닐하우스중 상당수는 텅 비어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벌써 모내기 준비에 한창일텐데…”

한 주민의 지적처럼 계양구청에서 임학동과 인천지하철 귤현역사를 지나 김포시계로 들어서면서 펼쳐지는 들녘엔 군데군데 빈 비닐하우스들만 눈에 띌뿐 이미 농촌 특유의 생기는 실종된지 오래였다.

이곳에서 13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 농민은 “외지인들이 전입해와 논을 메꾸고 비닐하우스를 세우는 걸 보면 참 답답하다”며 “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같은 사연을 띄웠는데도 별다른 회신이 없다”고 말했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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