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기록의 함정

16대 총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번에는 바꿔보자’는 정치개혁 욕구가 그 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총선연대가 반민주, 반인권전력 등을 기준으로 올해 1, 2월에 이어 이달 3일 발표한 84명의 낙선대상자명단이 일반 유권자들의 관심을 고조시키는데 일조했다.

중앙선관위 역시 지난 2월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후보자들의 병역·납세실적에 이어 6, 7일 네차례에 걸쳐 전과기록을 전격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의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과거 후보자에 대한 일방통행식 홍보자료를 ‘선택기준’으로 삼았던 것에 비하면 놀랄만한 비약이다.

그러나 이같은 후보자 검증에도 함정은 있다.

소득세 및 재산세 0원, 병역면제, 실형전과를 지녔다고 해서 ‘자질없는 후보’라고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 지난 7일 한 시사평론가는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모지역 출마자의 경우를 들어 민주화운동으로 구속, 옥고를 치뤘는데도 죄명이 잡범에 가까워 ‘불이익’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선거를 불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사실과 다른 죄명만으로 언론에 공개될 경우 해당 후보는 해명할 기회조차 없게된다”고 강조했다.

후보자 검증을 위해 실시된 신상기록 공개가 자칫 진주를 진흙에 파묻고 잡석(雜石)을 캐내는 어리석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위 ‘민주전과’를 가진 여당후보들이 8일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병역기피자와 전과자로 매도하지 말라”며 일부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선거일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는 최소한 옥석을 가려내는 노력을 통해 적어도 잡범을 ‘국민의 대표’로 선출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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