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보들 즐길만한 장소없어 원정나서

학부모 이모씨(46·여·인천시 연수구 동춘동)는 며칠전 고교생 아들과 차를 마시며 나눴던 얘기가 귓전을 맴돌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스케이트 보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인천시내 어디에도 이를 즐길만한 공간이 없어 서울 여의도나 한강공원으로 원정(?)을 가는 형편이라는 게 아들의 얘기였다.

“시장을 가다 보면 주택가 놀이터나 좁은 골목길을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누비고 다니는 아이들을 종종 목격합니다.”

이씨는 청소년들이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어쩌다 큰길로 나오려다 차량들의 경적소리에 움찔하는 광경을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요즘 인천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엔 청소년들의 놀이공간 마련을 건의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려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스케이트 보드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타는 스포츠인데 이를 즐길만한 공간이 거의 전무, 주말마다 전철을 타고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며 “종합문화예술회관이나 신세계백화점 주차장 일부를 스케이트 보드장으로 조성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띄웠다.

고교생 양모군(17)은 “학교들마다 스케이트 보드 동아리가 결성돼 활동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골목길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다 보면 어른들이 마치 불량청소년 보듯 곱지 않은 눈길로 쳐다본다”고 말했다.

모 고교 교사 양모씨(38·여)는 “청소년들을 무조건 술집이나 노래방, PC게임방 등에 가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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