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어린이 간부 터무니없이 많아

새학기를 맞은 요즘 인천시내 초등학교 학급들마다 어린이 간부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

이모씨(35·회사원·남구 주안동)는 최근 S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로부터 부반장에 선출됐다는 얘기를 듣고 기뻐했으나 곧 당황스러웠다.

40명 정원인 학급에 반장 1명과 남녀 부반장 각각 1명, 회장과 남녀 부회장 각 1명씩, 대의원 8명, 분단장 4명, 미화·학예부장 각각 1명씩 등 전체 학생의 절반인 20명이 간부에 뽑혔기 때문이다.

“더욱 난감했던 점은 다음날 반장 부모로부터 ‘학급운영문제로 상의할 게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점이죠.”

이씨부부는 자녀를 부모에게 맡기고 맞벌이 하는 형편이어서 담임교사에게 차라리 아이의 부반장직을 반납하고 싶은 심정이다.

다른 학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동구 만석동 M초등학교의 경우 학급당 어린이 간부들이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5명에 이르고 있으나 이가운데 상당수 학급에서 학급운영과 관련해 이들 학생 부모들에게 학급경비 부담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조모씨(47·동구 송림동)는 “어린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건 좋지만 혹시 이를 빌미로 학급경비를 마련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초등학교에서 학급간부들이 많이 선출되고 있다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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