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했던 문학산 작은 숲들 훼손위기

“갈수록 황폐화 해가는 도시를 살리기 위해선 작은 숲이라도 살려야 합니다.”

지난 26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연수구 선학동 지하철 ‘문학경기장역’ 아래켠 들녘에선 올 봄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쥐불을 놓느라 매캐한 연기가 하얗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어왔다는 이모씨(58)는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뒷켠을 에워싼 작은 언덕을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도시의 허파구실을 하던 문학산 자락이 월드컵경기장 건설로 파헤쳐지고 있는데다 동구밖 언덕마저 아파트단지 입주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 수십그루가 빽빽하게 들어찬 언덕 인근으로 화원들이 속속 옮겨오면서 울창했던 작은 숲이 훼손될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서해안고속도로 서창분기점으로 나가는 길목과 남동공단으로 이어지는 편도 4차선 도로와 옥련동에서 동양장사거리로 이어지는 승기천과 그 앞으로 펼쳐진 들판을 에워싼 한켠에 위치한 작은 숲은 꾸중들은 개구쟁이처럼 가쁜 숨을 가누며 옹색하게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문학산 기슭에서 소래로 넘어가던 신작로가 아직도 먼지를 뽀얗게 앉은채 이방인들을 맞는 이곳에선 ‘넘말’이나 ‘벽개골 ’따위의 순박한 마을 이름들은 잊혀진지 오래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들녘 한복판에 위치한 송전탑으로 참새 수십마리가 까불며 날아가고 있었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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