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의 가치

연대 미상, 작자 미상의 우의(寓意)소설 ‘흥부전’의 주인공은 흥부가 아닌 놀부일 수 있다. 흥부는 마음만 착했을 뿐 무위도식하는 이를테면 룸펜이다. 놀부는 비록 심보는 나쁘지만 근검절약하는 구두쇠다. 동생에게 유산을 떼어주지 않은 것도 흥부의 무능을 미덥지 않게 보는 형의 수성(守城), 즉 유산지키기로 볼 수가 있다.

흥부가 제비다리를 고쳐주고 벼락부자가 되는 것은 다분히 희극적이다. 불로소득의 졸부가 된 흥부에게 심술을 부리는 놀부가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라 할 수 있다. 부(富)의 가치를 치면 알뜰하게 유산을 지키는 놀부가 땀 안흘리고 번 흥부보다 더하다 할 것이다.

돈많은 사람을 나쁘게 보는 요즘의 세태는 땀 안흘리고 번 것으로 여기는 그릇된 선입견이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으로, 술수로, 투기등으로 온당치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번 금만가들이 많아 땀흘려가며 알뜰살뜰 모은 재력가마저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다.

돈 많은 것이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저주의 대상이 된 사회병리현상은 구조에 뭔가 단단히 고장난데가 있기 때문이다. 재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고쳐야할 여러가지가 있지만 흥부같은 요행수로 졸부가 되는 것도 금물이 아닌가 한다.

가령 증권시장이 투기시장이 되는 것도 잘못된 현상이다. 경마가 건전한 레포츠가 되지 못하고 이 역시 투기장이 되는 것도 잘못된 현상이다. 갖가지 복권바람이 이는 것도 고려할 일이다. 기존의 복권으로도 모자라 30억원짜리 새 복권이 생기는 것은 국민을 더 요행수로 몰아넣는 것 같아 개운치 않다. 미국같은데서는 몇십억원짜리 복권이 있다지만 우리는 미국이 아니다.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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