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동 시영아파트 재개발지구서 제외돼

인천시 동구 송림동 시영아파트 일대가 재개발지구에서 제외된 채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9시반께. 시영아파트 초입에서 만난 이 마을 주민 강대근옹(74)은 얇은 외투로 옹색하게 추위를 가린채 근처 경로당을 찾는 길이었다.

“이곳이 제일 낙후된 곳인데 어째서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는지 그 까닭을 모르겠어.”

강옹같은 실향민들이 한국전쟁을 피해 이곳으로 피난와 정착한 건 지난 54년.

당시 소나무들이 무성했던 언덕엔 피난민들의 판자집과 속칭 하꼬방들이 덕지덕지 들어섰고 그런 상태로 20여년이 흐른 뒤 지역 최초로 시영아파트 8개동 300여세대가 지어진 후 발전이 정지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민 이모씨(56·동구 송림6동 시영아파트)는 지난 96년께 재개발조합이 결성된 뒤 모 건설회사가 시공회사로 결정됐으나 IMF한파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사실 재개발돼도 걱정입니다. 하루 벌어 하루를 근근히 살아가는 처지여서 보상을 받는다 해도 아파트를 분양받기란 ‘그림의 떡’이죠.”

송림시영아파트 시세는 2천400만원 정도이고 전세는 800만원선. 재개발이 요원해지자 그나마도 거래가 뚝 끊겼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다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겨진 이곳은 경로당만 북적거릴뿐 마을은 폐허처럼 텅 비어있다.

“언제가는 재개발되겠지만 그전에 길이라도 시원하게 정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미니슈퍼를 운영하는 엄복용씨(54)의 목소리가 때 마침 들어온 고물장수 확성기소리에 파묻히고 있었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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