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형근의원 문제로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물밑 ‘공천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여야는 당초 지난 주말 공천작업을 대부분 마무리짓고 15일 전후 공천자를 일괄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대중대통령의 ‘전면재검토’지시로, 한나라당은 정의원 문제로 공천심사위가 지난 주말동안 가동되지 않아 공천자 발표시기를 17일후로 늦춰 잡았다.
물론 당내 공천갈등으로 인해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상대당 공천결과를 지켜본뒤 전략지에 대해 표적공천을 하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수도권에서 예상외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자 당초 신청한 지역구를 변경하는등 공천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 동안에 공천을 신청했던 이승엽부대변인을 서울 동작이나 노원갑으로 변경했고, 최인호변호사의 경우 경기 고양일산과 서울 강동을 동시에 고려중이다.
또 무소속 이미경의원을 영입, 부천오정에 공천하려던 방침도 전면 재검토키로 했으며, 한나라당 김문수의원이 버티고 있는 부천 소사도 ‘저격수’를 내보내기 위해 좀더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정지역구로 남아있던 수원장안에는 지난 13일 입당한 김훈동 경기도농협본부장을, 용인갑에는 남궁석 전정통부장관, 인천 남갑 또는 연수에는 유필우 전인천시정무부시장을 전진배치시키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이성호(남양주), 홍문종(의정부), 서정화(인천 중·동·옹진)의원등 상당수 영입파 의원들의 공천이 불확실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최종 조율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소폭의 물갈이가 예상됐던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공천개혁’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고 판단, 현역의원 교체대상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분당을의 경우 7선의 오세응의원이 유력한 가운데 임태희 전재경부산업 경제과장과 이광은 외국어대교수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박인제변호사로 거의 굳어지고 있다.
수원 장안도 경합중인 강창웅변호사와 이찬열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밀어내고 박종희 전동아일보기자가 낙점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고양덕양을은 386세대의 대표주자인 오경훈변호사로 압축됐다.
여야가 공천 막바지 단계에서 이처럼 공천심사를 재검토하는 것은 수도권 표심을 의식, 상대당 후보보다 좀더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사들 공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현역의원 물갈이는 각당의 공천후유증은 물론 ‘무소속 구락부’가 형성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여야는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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