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춘벽 '추락천사' 정기공연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딱지가 붙은 본격 성인연극이 수원에서 공연돼 관심을 끌고있다.

극단 촌벽이 제8회 정기공연으로 오는 24일부터 3월26일까지 도문예회관 옆에 위치한 촌벽소극장 무대에 올리는 ‘추락천사’가 그것으로 잔혹하고 공포스러운, 또 섹스 장면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추락천사’(최현묵 작·정운봉 연출)는 80년대말 혼란기에 권력과 폭력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게 파괴되어가던 동시대의 삶을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 새천년을 맞아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리는 이 작품은 외부의 권력과 폭력의 힘을 인간소외와 상실로 대치시켜 인간의 삶에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케한다.

모두 네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공연은 한남자가 여자를 강제 납치해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영문도 모르고 끌여온 여자는 배후자를 등에 업고 농락하는 남자의 굴욕적인 지시에 복종할 수 밖에 없게 되고 남자는 힘의 자유를 만끽한다. 그러나 잠시 후 배후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그 순간 극은 반전되어 이제 여자가 남자의 우위에서 군림하게 된다.

여자는 앞서 남자에게서 당한 치욕을 그대로 복수하고 남자는 비굴할 정도의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것도 잠시. 또 다시 울리는 한 통의 전화에 의해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어 두 사람은 서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으르렁댄다.

여자는 힘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칼로 남자를 위협하며 맞서면서 싸우지만 생명줄과도 같은 열쇠를 잃어버리게 된다.

결국 고립당한 두 사람은 자신들에겐 미래를 결정할 그 무엇도 없다는 사실을 느끼고 버림받은 인생을 살아온 자신들의 과거를 고백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을 느끼게 된다.

마침내 두 사람은 자신들을 옭아맨 구속과 압박으로부터 자유를 위한 영원한 탈출을 시도한다.

살아남기 위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공포와 폭력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두 인간의 처절한 절규를 다룬 이 작품은 외부의 힘과 그에 의해 조정되고 파괴되어 가는 인간의 심리묘사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미명같은 빛을 사용하면서 무대도 사실적인 장치보다는 상징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평일 7시30분, 토·일 4시·7시 (0331)225-0159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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