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고문 불출마선언 저울질 냉가슴

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이 민주당 권노갑고문의 총선불출마 선언의 파장을 저울질하느라 속을 끓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상당수가 시민단체 낙천운동과 이회창 총재측의 대폭적인 ‘현역물갈이’설로 신경이 곤두서있는 상황에서 권 고문의 불출마선언이 ‘강건너 불’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권 고문에 이어 민주당 중진들이 자의든 타의든 뒤를 이을 경우 4.13총선구도가 신진세력에 의한 정치권 세대교체 쪽으로 급속히 탄력을 받게 될 공산이 크고, 한나라당도 조만간 그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중진들을 압박하고 있는 분위기다.

경남지역의 한 중진의원측은 “이미 내부적으로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다는 느낌”이라면서 “권 고문의 불출마 선언의 여파가 적지않을 것으로 보여 설상가상의 국면”이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다른 중진도 “권 고문의 불출마 선언은 이미 예견됐던 일 아니냐”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당 공천심사위의 심사진행상황과 이 총재측의 기류를 탐색하느라 이리저리 안테나를 세우는 모습이다.

하순봉 사무총장이 9일 오전 이회창 총재 주재로 열린 총재단·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서 “공천심사위에 참여하고 있는 사무총장도 모르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다”면서 “공천작업 내용을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고 밝힌 것도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는 중진들에 대한 ‘위무’의 성격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편 이 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여당의 일이긴 하지만 권 고문의 불출마 선언이 가지는 의미를 새겨봐야 할 것”이라며 “누구나 거취를 정할 때는 모양새도 생각해 봐야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은근히 일부 중진들의 ‘자발적 결단’을 기대했다.

/이재규기자 jk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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