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 병무비리 수사착수에 촉각

여야는 9일 전·현직의원을 포함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병무비리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착수 사실이 알려지자 총선을 겨냥한 ‘정치권 사정’이라는 논란을 벌이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민주당은 병무비리 척결과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를 강조한 반면 소속의원들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은 병무비리 발본에 동의하면서도 여권의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했고, 자민련도 의혹을 받지 않도록 신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병역비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하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정치적 의혹을 일축했다.

민주당은 특히 의혹 대상자가 당내에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갖고 원칙에 맞는 지속적인 고강도 수사를 촉구하며 병무비리 수사파장이 정치권에 몰고올 영향 분석에 골몰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병무비리 수사는 다른 어떤 비리척결에도 우선한다”면서 “특히 국방의무를 변칙적으로 수행한 지도층이 국민앞에 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차제에 도덕적, 현실적으로 척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치공작’ 의혹과 관련, “병무비리 척결은 어느 때이든 성역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면서 “총선이 있다고, 야당이 많다는 이유로 병무비리 척결 정신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일축했다.

김옥두 총장도 “병무비리는 안보를 좀먹는 중대한 범죄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서 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면서 “그러나 내용은 아는 바가 없다”고 ‘의도적 사정’ 주장을 경계했다.

한편 아들의 병역의혹을 받고 있는 모 중진의원측은 “이미 검찰에 모든 소명자료를 제출해 놓은 상태로 이번에 의혹이 깨끗이 해소됐으면 좋겠다”며 관련의혹이 벗어지기를 기대했다.

<자민련>

자민련은 일단 남북분단 상황에서 병무비리를 근절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총선을 두달여 앞둔 상황에서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이규양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남북이 분단된 현실에서 병무비리에 대한 발본색원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선거가 코앞에 와 있는 시점에서 다수의 정치인이 포함된 병무비리 수사는 정치적 의혹을 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병무비리 수사가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될 경우 병무비리척결이라는 정부의 의지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선거 기간을 감안한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욱 사무총장도 “선거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져야 한다”면서 “국민들을 들볶고 불안하게 하는 분위기 속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선거문화 정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원범 의원은 “방탄국회가 끝나니까 이른바 표적수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비리 관련자료를 이미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수사를 시작하는데 대해 국민들은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검찰과 국방부가 대대적인 병무비리 수사 착수를 발표한데 대해 즉각 ‘야당 죽이기를 위한 총선공작용’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하순봉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총재단·주요당직자연석회의에서 “병무비리 문제는 반부패연대가 관련자료를 청와대에 접수하면서 시작됐는데 그 자료는 여권에서 역제공했다는 의혹이 짙다”면서 “야당을 표적으로 하는 내용이 대부분인 것은 정략적인 차원을 넘어 비열하고 파렴치한 작태”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하 총장은 특히 “병무비리를 조사하려면 여권부터 조사해야 한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병적부 기록조차 없다”며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다.

그는 이와함께 검찰의 수사착수 경위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수사에 착수하게 된 배경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면서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여당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신당창당-시민운동 전개-대대적인 병무비리 사정-재벌 공세-야당 핵심을 겨냥한 메가톤급 폭로 등 ‘5단계 음모’를 진행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사철 대변인도 성명에서 “병무비리가 발본색원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총풍, 세풍에 이어 ‘병풍(兵風)’에 의한 또한번의 총선용 야당죽이기 의혹이 짙다”고 비난했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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