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때만 해도 바닷물만 빠지면 갯바닥에 낙지와 소라, 바지락 등이 지천에 깔렸었죠.”
인천시 동구 만석1동 한국유리 앞 만석부두에서 만난 배경환씨(42)는 요즘도 새벽녘마다 망둥이들이 하얗게 눈을 까뒤집은 채 하늘에서 떨어지는 꿈을 꾼다.
하루가 다르게 바다가 오염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적(籍)을 둔 300여명의 어부들도 배씨처럼 가슴앓이에 시달리긴 마찬가지.
많을 때는 150여척의 배들이 북적거렸던 이 부두에 현재는 유자망과 금강망 어선 20여척과 유선 40여척 정도만 남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이들에겐 근심꺼리가 몇가지 더 생겼다.
“그렇찮아도 대우중공업과 인천제철 등에서 배출되는 분진으로 풍부했던 어획량이 감소,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운데 레미콘회사가 들어오고 고철부두가 가동되면 얼만큼 더 악화될는지 생각하기도 끔찍합니다.”
부두에서 만난 정쌍파씨(44)의 하소연이다.
당국에 대한 이곳 어부들의 불만은 또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바닷물의 흐름을 인공적으로 차단하면서 영종도 어부들에겐 어업보상을 해주고 자신들에겐 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나가면 가끔 어른 손바닥만한 고기도 낚고 조개류나 굴 등도 채취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빰을 스치는 바람이 따가운데도 앞바다로 굴을 따러 가려는 아낙네 10여명이 두손을 비비며 부두 입구로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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