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여당 공조파기 움직임 가속화

청와대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간 회동이 예정돼 있던 27일 자민련이 ‘헌정질서파괴책동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공조파기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대해 착잡한 표정이다.

김 대통령은 26일 기자회견 때도 시종 무거운 표정이었으며 이날 세무공무원 초청 오찬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고위 관계자는 “공동정권이 탄생한지 2년만에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기분이 좋을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자민련의 행동이 외관상으로는 시민단체의 정치활동을 보는 상황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선거전략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15대 선거에서 김종필 명예총재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팽’ 당한 뒤 ‘녹색바람’이 불어 자민련이 충청권을 싹쓸이 했듯이 이번에도 김 명예총재가 김 대통령으로부터 버림받은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충청권 표 결집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인 것이다.

김 대통령이 자민련이 주장하는 ‘음모론’은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명백히 했는데도 자민련이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은 고의적으로 ‘팽’당한 모양새를 만들려는 생각외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같은 자민련이 속내를 짐작하면서도 그동안 자민련 내부가 조속히진정되기를 바라면서 언급을 자제해 왔다. 자민련을 자극하기보다는 ‘냉각기’를 갖고 때를 보자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날 자민련이 국회 집회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을 겨냥해 ‘일부 통치세력의 기존 법질서를 무시해도 좋다는 혁명적 발상’운운하며 직격탄을 날리자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밖에서 뺨맞고 안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라면서 “위험수위를넘는 선거전략은 공동여당이 함께 자멸하는 길”이라고 맞받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이 아닌 자민련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을뿐 아니라 자민련을 위해 시민단체의 운동에 대한 우리의 평가를 바꿀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청와대는 아직까지 공조복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자민련이 ‘반(反) DJ’ 전략을 구사해 충청권표 결집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선거공조로 나가는 것이 충청권 승리를 위해서도 이롭다는 논리로 자민련측을 설득해 나간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다.

또한 김 명예총재의 정확한 의중을 탐색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지금상황에서 김 명예총재의 결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청와대는 자민련 내부에서 강경일변도로 치닫을 경우 김 명예총재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여권 일각에서는 서로 갈라서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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