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부두 명성 빛바랜 화수부두

인천제철앞 사거리에서 일진중공업 담장을 끼고 우회전하면 암갈색 갯벌의 포구가 다가온다. 동구 화수2동7 화수부두.

이곳에선 ‘을씨년스럽다’따위의 형용사들이 오히려 사치스럽다.

그러나 30여년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조기부두’로 전국에 꽤나 알려졌던 포구였다.

“조기뿐인가요, 칼치 병어 꽃게 등을 가득 잡은 고깃배들로 포구가 매일 휘청거리고 술렁거렸죠”

인천해양경찰서 화수어선통제소 앞에서 만난 한 촌로는 포구 건너편에 동국제강과 이천전기, 인천제철 등 대형공장들이 가동되면서 분진과 오폐수 등으로 갯벌에서 바지락이나 조개들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곳을 매립하겠다는 당국의 계획은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혔다.

주민들은 선거철만 되면 거론되는 화수부두 매립안이나 관광단지조성안 등이 야속하기만 하다.

이곳에서 고깃배들과 어부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 시작한 건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많을 땐 유자망 80척에 안간망 40척 등에 5t 미만 소형어선까지 합쳐 200척이 넘는 배들이 들락거렸습니다”

이 부두 안전요원 최송욱씨(53)는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선 공장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아니면 조그맣게 상권이라도 형성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화수어선통제소 한쪽벽면에 걸린 현황판은 지난 21일 현재 어부 461명에 선박들은 안간망 22척, 유자망 37척, 닻자망 2척, 연승(바다낚시배) 6척 등 67척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철문이 굳게 내려진 구 강화수협 화수동출장소 건물앞으로 인색한 겨울 햇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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