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도박병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IMF한파가 언제 있었느냐는 듯 도시 농촌가릴것 없이 장터 상가 사무실 복덕방 등에서 노름판이 성행하고 있다. 최근엔 용인 수지 기흥 파주 김포 등 신흥 개발지역의 보상금을 노린 전문도박꾼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용인 수지읍에선 자신의 논밭이 아파트부지로 편입되면서 소일거리가 없어진 농민이 전문도박꾼들의 도박판에 끼어 들었다가 보상금 10억원중 1억원을 날렸고, 파주에선 수천 수백만원의 보상금을 삽시간에 몽땅 잃은 사람도 있다.
도박의 만연은 우리 사회 병리현상의 한 단면이자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탕주의와 황금만능주의에 젖은 지나친 욕심이 큰 원인이다. 사회가 불안하고 가치관이 혼미할 때 도박이 성행한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임을 상기하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성행하는 도박은 그 도가 지나쳐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고스톱 바람이 전국을 휩쓸어 하루가 멀다하고 주부도박단이 적발되고 직장에서까지 상습도박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니 실로 개탄스러운 망국풍조가 아닐 수 없다.
도박의 폐해는 새삼스럽게 지적할 것도 없이 자신과 가정을 황폐화 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을 비생산적 취향에 몰입시킴으로써 무기력하게 만들고 한탕주의를 부추긴다는 데 있다. 그러나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여간해서 헤어나기 어려운 게 도박의 세계다. 손을 떼려 마음 먹어도 폭력조직이 놔주지 않는다. 재산을 모두 잃고 가정까지 파탄된 뒤 후회한들 소용없는 일이며 기다리는 것은 인생의 낙오뿐이다. 이처럼 무서운 도박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아예 처음부터 손을 대지 않는다는 단단한 각오의 실천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론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이같은 병리를 치유하기 위해 국민의 오락을 건전한 방법으로 유도하는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 전국 곳곳이 도박장으로 타락해가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의 파멸 뿐만 아니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도박 풍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뿌리 뽑지 않으면 안된다. 상습도박은 철저한 단속과 엄중한 처벌로 다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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