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레슬링 순위조작 의혹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제80회 전국체전 레슬링 종목에서 승자와 패자가 뒤바뀐 채 패한 선수가 입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승부조작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12일 도레슬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체전에서 레슬링 대학부 그레코로만형 85kg급의 경기도대표 김훈(용인대)이 8강에서 폴승을 거둔 후 준결승전서 져 동메달을 확보했으나 엉뚱하게도 김훈에게 8강에서 패해 탈락한 전남의 이모선수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같은 사실은 경기도협회가 최근 김훈의 체전 동메달이 전달되지 않아 대한레슬링협회에 확인한 결과 8강전 승자가 바뀐것을 확인했다.

이에 경기도협회는 대한레슬링협회에 항의, 당시 채점표와 경기를 녹화한 비디오테잎 공개를 요구했으나 채점표는 현장서 파기했고 비디오테잎은 분실했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

대한레슬링협회는 경기도 관계자들이 계속해서 ‘고의적으로 승부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뒤늦게 승패를 정정했다.

그럼에도 불구 도협회측은 ▲승·패자가 바뀐 가운데서도 4강전은 제대로 운영한 점 ▲3년이상 보존해야 할 채점표의 파기와 비디오테잎의 분실 ▲증빙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승패를 정정한 점 ▲당시 공식기록지에 문제의 경기 대진번호가 누락된 점을 이유로 승부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기도협회 양원모 전무는 “대한레슬링협회가 지난 97년에도 무등록선수의 대진표 조작과 함평실고의 대회참가신청을 누락해 말썽을 빚은 전례가 있다”며 “이번 순위변동도 특정지역 선수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고의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대한레슬링협회 전도부 경기부장은 “당시 기록석에서 착오를 일으켜 승자와 패자가 뒤바뀐 것 같다”며 “사실을 확인한 결과 문제가 있어 이를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채점표의 파기에 대해 “통상 채점표는 현장에서 문제가 없을 경우 파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경기단체의 경우 경기 기록지를 3년이상 보관하고 있는 데다 순위가 정정됐어도 전국체전의 결과가 공인된지 3개월이나 경과돼 이번 승부조작 의혹은 여전히 쟁점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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