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세대’를 뜻하는 N세대는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20대까지의 연령층을 일컫는다.
이들은 디지털매체인 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모든 문화를 수용한다.
미국의 미래학자 돈 탭스코트가 쓴 ‘디지털 문화의 도래-N세대 부상’을 통해 처음사용한 이 용어는 편지나 전화보다 E메일, TV보다 컴퓨터를 선호하는 세대로 개성과 독립심 자율성을 갖춘 미래사회의 주역으로 통칭한다.
80년대에 태어난 N세대는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자기표현에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다. 때문에 기성세대로부터 당돌하다는 말을 듣는다.
중학생 자녀를 둔 주부 최모씨(40·안양시 동안구 범계동 목련아파트)는 요즘 삭막해진 집안분위기에 걱정이 앞선다. 아들녀석 때문이다.
학교수업이 끝난뒤 저녁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아들이 자기 방에 처박혀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다. 몸이 파김치가 됐는데도 친구와 이메일을 주고 받거나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을 넘나들며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부모와 자식간의 진지한 대화는 끊어진지 오래다. 심지어 친구도 만나는 일이 없어졌다. 컴퓨터가 유일한 벗인 셈이다. 최씨는 “여자친구와 컴퓨터를 통해 편지를 주고 받으니 제대로 감정표현을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근래 들어서는 수원, 성남, 부천 등 대도시주변 전자오락실마다 어김없이 ‘쿵쾅’ 대는 소리와 강한 비트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것을 쉽게 목격할수 있다.
학생들이 이른바 ‘DDR(댄스 댄스 레볼루션)’이란 음악시물레이션게임에 빠져 격렬한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화면을 따라 올라가는 화살표와 음악에 맞춰 리드믹컬하게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는 ‘댄싱게임’이다. 정신없이 몸을 흔들어대는 이들의 모습은 누구에게도 구속받고 싶지않고 자신만의 세상을 즐기려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따른 것이다.
중학교 교사인 이모씨(43)는 최근 학생으로부터 “펜으로 글씨쓰는 것을 없앴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한 사회지만 ‘마음의 거울’로 불리는 글씨 쓰는 것을 귀찮게 여기는 요즘 학생들의 편의주의적 모습에 당혹감을 감출수 없었다.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마치 ‘천연기념물’로 취급당하는 요즘.
초등학생들도 일기나 방학 과제물 등을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해결한다.
옛부터 사람됨됨이를 판단하던 네 가지 기준중의 하나였던 글씨가 컴퓨터에 밀려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N세대사이에서는 특히 전자앨범도 단연 인기를 끌고 있다.
멀티미디어 PC의 보급확산과 인터넷 붐으로 인해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사진들을 플로피디스크나 CD롬들에 저장, PC에서 활용하는 전자앨범을 보관하고 있다.
이 방법은 인테넛을 통해 멀리떨어져 있는 친지나 친구에게 전송할수도 있다.
컴퓨터를 활용한 버쳐 파이터, 철권, 스트리트 파이터, 투신문 등 일본에서 만든 무술 격투기 게임을 할줄 모르면 친구사이에서 왕따 취급당한다.
게다가 다양한 내용을 문자, 음향, 컴퓨터그래픽, 동화상으로 콤팩트디스크에 담아 놓은 CD롬잡지는 동적인 것에 매력을 느끼는 신세대 취향에 제격이다.
종이잡지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입고 다니는 힙합바지(일명 똥싼바지)는 어른들이 질색하는 것이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톱이다.
날이 선 고급바지보다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스러운 멋대로의 바지가 그들에겐 훨씬 마음에 든다.
미래의 꿈이 뭐냐고 물으면 ‘컴도사’ 또는 유명한 ‘백댄서’라고 주저없이 대답한다.
선망하는 인물도 과거에는 역사적 위인이나 자선사업가 권력자들이었지만 이제는 박찬호 등 스포츠스타나 핑클, SES 등 제 또래의 가수들로 바뀌었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은 이같은 N세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폭력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혼동하는 현실 무감각증 도 간혹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또 욕구충족을 위해 무작정 컴퓨터게임을 모방하다 보면 죄의식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청소년 사이에 확산되는 병리현상인 리셋(Reset)증후군도 큰 문제.
이 말은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리셋버튼을 눌러 전원을 껐다 다시 켜는 것처럼 현실도 마음에 안들으면 다시 시작할수 있다는 뜻으로 죄책감이 들더라도 리셋해 버리면 그만이라고 쉽게 생각하게 된다.
자연히 1차 교육기관인 가정이나 학교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
혼자 자기 책상에 앉아 밥을 먹고 남을 위한 양보나 공동체를 위한 희생정신이 크게 부족하다.
과거의 아이들은 축구나 딱지치기 술래잡기처럼 상대가 있어야 하는 놀이를 즐겼으나 N세대는 컴퓨터오락처럼 혼자하는 놀이에 빠져 있어 집단속에서 타협하는 법을 배울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을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개성이 특출하고 자기나름의 영역(small world)에서 소질을 발휘, 기성세대가 감히 생각해낼수 없는 창의력을 갖춘 세대가 바로 N세대다.
경기대 사회학과 김선업교수는 “N세대들은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을 다루면서 쌍방향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며 적극적이고 주관이 뚜렷한데다 자립심이 강하고 성숙하다”며 “이들의 속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줄 경우 우리의 미래는 가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신동협기자 dhshin@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