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는 한국스포츠 눈부신 용틀임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은 20세기말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 스포츠가 아시아의 무대를 벗어나 세계속의 스포츠 선진국으로 우뚝서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의 개최를 계기로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한국은 그동안 전략종목으로 꼽혀온 양궁, 복싱, 레슬링, 유도 등 개인종목과 핸드볼, 하키, 배드민턴 등 일부 구기종목에 편중된 ‘반쪽의 스포츠 강국’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골프와 축구, 야구 등 프로스포츠의 발전과 개발도상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체육 행정에 있어서도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새 천년 들어서며 한국 스포츠 중 가장 먼저 세계화가 기대되고 있는 것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처음으로 정식 채택되는 태권도 종목의 위상이다.

태권도의 시드니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은 일부 스포츠강국에 의해 지배되던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어가 처음으로 공식용어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한국 스포츠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해줄 역사적인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종주국이 아니면서도 양궁과 배드민턴, 유도 등에서 세계의 스승이 된 한국은 새 천년에는 태권도가 추가됨으로써 이들 종목에서는 올림픽에서 단연 최고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게 된다.

이와함께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인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의 IOC위원장 도전도 새로운 세기 세계로 뻗어나갈 한국스포츠의 또다른 호기회다.

근대 스포츠가 소개된 이후 20세기 동안 유럽과 미국 등 백인들이 독차지했던 국제 스포츠의 정치판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김운용 회장이 ‘포스트 사마란치’로서 IOC 위원장의 자리를 잇는다면 한국은 세계스포츠의 중심으로 자리하게 된다.

특히 김운용 회장과 이건희 위원 등 2명의 IOC위원을 보유한 한국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경기단체장에 취임한 박용성 국제유도연맹회장이 신규 위원직을 노리고 있고, IOC의 개혁조치에 따라 하형주, 김수녕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국제무대에 데뷔할 기회를 맞고있다.

또 한국스포츠가 세계무대에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기반은 최근 수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뤄온 프로스포츠 스타들의 세계무대 활약상이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아마추어리즘이 실종된지 오래라는 지적도 있지만 여전히 아마추어들의 잔치인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과는 달리 가장 인기있는 종목들로 프로화가 된 프로스포츠에서는 최정상급 선수들만이 대접을 받고있기에 그동안 한국 선수들은 그 높은 장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러나 엄청난 부와 명예를 보장하는 프로스포츠에서 한국스포츠는 좀처럼 넘기힘든 큰 장벽을 뛰어넘어 지난 세기말부터 기지개를 켠데 이어 새 천년에는 본격적인 세계 프로무대를 호령할 준비를 하고있다.

‘꿈의 무대’로 불리우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3년 연속 10승대 투수가 되며 돈과 명예를 손에 움켜쥔 박찬호(LA 다저스)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에서 2년 연속 4승을 기록한 박세리(아스트라), 지난 시즌 신인왕 김미현(한별텔레콤)은 새해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칠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신예골퍼들이 ‘젊은 피’로 중무장한 채 미국 그린 정복을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2년 연속 신인왕을 한국선수가 오른 LPGA는 밀레니엄 스타로 일찌감치 예약한 박지은을 비롯, 호주 유학파 출신인 박희정의 가세로 아예 미국 프로골프 무대가 한국선수 독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아마추어 골프에서 이미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인정받은 김성윤(안양 신성고), 강지민 등이 언제인가 가세할 프로골프는 단연 한국을 대표할 세계적인 종목.

박찬호가 개척한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한국 스포츠의 입지는 매우 희망적이다.

박찬호, 조진호, 김병현 등 메이저리거 3명을 배출한데 이어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 도약을 꿈꾸며 땀을 흘리고 있는 유망주들도 10여명에 달해 한국은 중남미권에 이어 메이저리그의 스타산실로 부상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 활약하다 미국 진출을 선언한 이상훈과 국내파 정민철(한화 이글스)도 메이저리그 데뷔,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뿐만이니라 일본 무대에 5명 정도가 활약하고 있는 프로축구는 안정환(부산 대우), 최용수(안양 LG) 등이 유럽무대를 노크하고 있어 다시한번 황색 폭격기들의 활약을 기대케 하고있다.

그러나 한국 스포츠의 세계무대 도전은 아직도 먼저 풀고 나가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이의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부 종목에서 세계 최강국이라는 명성 뒤에는 전근대적인 선수 육성 및 관리제도의 폐해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전문가가 태부족이다.

공부와 담을 쌓은 채 승리에만 연연해 반복훈련만 쌓는 ‘길러지는 엘리트 선수’를 스포츠의 전부로 여기는 관행하에서는 결코 국제적인 스포츠행정가와 스포츠외교관, 스포츠마케팅 전문가의 탄생은 요원한 것이다.

진정한 세계스포츠 강국으로 한국체육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결과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체육 전분야에 걸친 균형적인 발전이 선행돼야 한다.

새 천년을 맞이하는 한국 스포츠는 결국 세계무대로의 도약에 대한 희망과 함께 숙제를 함께 짊어지고 나가야 하는 셈이다./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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