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1999년

거짓과 반목으로 점철됐던 어두운 과거를 묻고 정의와 희망이 살아 숨쉬는 새천년을 일구자.

20세기가 저물고 새로운 천년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한해는 그야말로 ‘말 많고 탈도 많았던 한해’였다.

끔찍하고 기억에도 담기조차 싫은 메가톤급 사고가 줄줄이 이어져 우리 모두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어른들의 무사안일과 욕심이 빚어낸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사고와 화성 씨랜드 화재참사로 채 피지도 못한 어린생명들을 떼죽음으로 몰고가 우리를 슬프게 만들었다.

그 이면에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넘어 썩은 고기를 보고 몰려드는 하이에나 수준의 검은 유착관행이 어김없이 존재해 공직비리의 현주소를 반영했다.

옷로비 사건을 둘러싸고 거짓말을 밥먹는듯 하는 고관집 여인들의 거짓말 시리즈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해이현상과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또 산적한 민생문제는 제쳐둔채 정쟁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 정보기관 수장의 ‘헤픈 입’ 으로 빚어진 정치권의 공방전은 우리 정치수준의 잣대를 가늠케 해줬다. 그나마 우리에게 다소 희망을 주는 것은 IMF라는 괴물과 싸워 경제회생의 숨통이 트였다는 점이다. 이제 아픈 기억들을 훌훌 털어버릴때가 됐다.

그리고 희망의 새역사를 힘차게 일궈나가야할 때다.

경희대 사회학과 황승연교수(40)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전반에 걸쳐 남을 헐뜯고 꼬투리 잡는 식의 그릇된 관행이 새해에는 사라졌으면 한다”며 “특히 책임질줄 아는 사회, 남을 칭찬해주는 사회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지방변호사회 이상용변호사(40)는 “올 한해는 불신과 반목으로 점철된 한해였다”고 전제한뒤 “새해에는 고질적인 부패의 사슬을 끊고 유리알처럼 맑은 사회, 정의가 물흐르듯 흐르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상공회의소 박노호 사무국장(56)은 “시장경제가 정치적 논리에 떠밀려 표류하는 폐해만큼은 새천년을 계기로 가정 먼저 없어져야 한다”며 “그동안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던 무사안일과 지역이기주의도 밀레니엄시대에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요인중의 하나다”고 말했다./심규정·류제홍·신동협기자 kjsh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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