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을 준비하는 경기도 <1>

21세기는 지방화·분권화 시대다. 이는 지역경쟁력에 의해 국가의 경쟁력이 좌우된다는 뜻이다.

21세기 세계 핵심경제권으로 부상할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부에 위치한 경기도. 김포공항, 영종도 신공항, 인천·평택항, 철도·고속도로 등 서해안 지역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사회간접자본시설이 잘 발달된 지역인데다 관광자원과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발전잠재력이 풍부한 지역이다.

또 북한과 접경지역으로 고속교통망을 확충한다면 통일후 남북한과 동북아를 연계하는 거점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밀레니엄 선도 지자체’라는 위상을 굳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잠재력을 일깨우기 위한 경제·사회적인 베이스가 부족한 것이 흠이다.

2천만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팔당상수원이 소재하고 있고 접경지역인 탓에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있다.

이 때문에 도의 서남부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의 개발이 제한, 기형적인 도시구조·불균형 도시개발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21세기 유력산업이자 경기도 주력산업인 관광산업, 지식산업 등을 육성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 전국 각지의 주민들이 모인 탓에 제색깔없는‘多지자체적 지자체’이고 대부분이 서울에 직장을 둔 주민들로 서울지향적 도시성향을 보여 지역 정체성을 찾아보기는 힘든 지역이다.

표면적으로는 ‘밀레니엄을 선도하는 지자체’이지만 그 속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게 경기도의 현주소다.

본보는 이에 따라 2000년을 20여일 앞두고 경기도가 앉고 있는 과제와 그 해결방안을 5차례에 걸쳐 재조명한다.

<1> 규제와 개발의 딜레마

규제와 개발이란 논제는 산업사회시대에서 영원한 논쟁거리이다.

특히 지방자치시대, 국가의 균형발전과 지역의 발전이란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규제의 덫을 씌운다면 지역발전은 무너질 수 밖에 없고 지역발전을 위해 규제의 덫을 푼다면 국가의 불균형발전은 여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에 속해있고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갖가지 규제로 이·삼중 규제를 받고 있는 경기도로서 21세기 국가의 핵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규제와 개발’논제의 해법을 찾는 것이 절대절명의 과제다.

도는 이같은 해법을 ‘수도권정책의 대전환’속에서 찾고자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경기개발연구원 등을 통해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의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한 국가의 발전을 꾀하는 수도권정책 모델과 함께 현재 수도권정책의 모순된 논리와 그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또 최근들어 도 투자기관인 경기개발연구원의 논리로는 중앙정부의 수도권정책의 기조를 바꿀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외국업체에 수도권 컨설팅의 용역을 의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의 ‘균형발전’이란 대전제는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 1일 국무조정실에서 열린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차관회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외국인 투자지분이 51% 이상일 경우 수도권 자연보전권역내에서 50만㎡이상의 관광지 조성을 한시적으로 허용하자는 지난 4월 17일 입법예고안을 다루었다.

그동안 수도권 자연보전권역내에서는 3만㎡미만의 관광지 조성은 허용했고 3만∼6만㎡는 수도권정비심의후 허용했으며 6만㎡이상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불허돼 왔었다.

IMF이후 도는 국가경제 회생의 키(Key)였던 외자유치를 위해 해외에 나가 세일즈를 펼쳤고 그 결과 법적 제한이 풀릴 경우 도내 대규모 관광지를 투자하겠다는 투자가들이 줄을 이었다.

대규모 개발보다는 도가 소유하고 있는 관광자원을 통해 ‘공해없는 산업’인 관광산업을 육성하고자 법적 제한을 푸는데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고

수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수정법 시행령 개정안중 외자유치를 위한 관광지 조성은 무산됐다.

도가 추진해 왔던 이천 레고랜드에 한해 투자결정서를 건교부에 제시할 경우 허용하고 나머지는 안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도는 이 때문에 축령산 종합휴양리조트 등 8건의 외자유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 대표자들은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97년 IMF사태때와 같이 외자유치가 정부의 최대 목표가 아닌데다 수도권 집중화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을 제약시키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논리는 만약 외환위기가 지속됐다면 외화벌이를 위해 수도권의 정책과는 무관하게 규제를 풀어줄 수도 있다고 풀이될 수 있어 정부의 이기적인 논리라고 도는 반발하고 있다.

정책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이 바뀔 수 있는 환경의 변화는 지속적인 변화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외자유치라는 한시적인 변화를 갖고 정책을 바꾸려고 했다가 상황이 반전되자 다시 예전의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관성없고 소신없는 정부의 정책추진 자세를 신뢰하고 일할 지방자치단체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하느는 의문이다.

더욱이 일련의 과정속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 즉 정책결정의 최고책임자들이 수정법 시행령의 개정을 약속했는데도 정부의 정책추진 자세가 이렇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도는 이번 수정법 시행령 개정을 단순히 외자유치에 목적을 두지 않았다.

‘규제와 개발’의 논제 해법을 이번 외자유치와 규제완화를 통해 제시하려고 했다.

수도권, 특히 경기도에 가해진 규제는 환경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고 집중화를 분산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

도는 이같은 목적을 수용하면서도 규제로 인해 제약받고 있는 도민들의 재산권 보호와 지역발전을 꾀하려고 했다.

인구, 공해업종의 집중화를 피하기 위해 도는 ‘공해없는 산업’인 관광산업을 주력 업종으로 택했을 뿐만 아니라 수정법보다 더 큰 규제로 볼 수 있는 ‘오염총량제’를 시행조건으로 수용했다.

오염총량제는 한 지역내 대기, 수질 등 환경분야별 총량을 설정해 이를 초과해 공장, 주택 등을 제한하는 제도다.

도 관계자는 “이번 수정법 시행령 개정은 단순히 수도권에 가해진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수도권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정부가 추진하는 국토균형발전을 수용하는 측면에서 요구됐던 규제완화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1세기 지방화·분권화시대 지역경쟁력을 통해 국가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현재 객관적인 타당성 없이 도입하고 있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어 나가야 하고 그 성과물을 타 지역에 배분하는 경제적 논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차치해 두고 도내 24%인 군사시설보호구역중 불합리하게 지정된 지역을 해제, 제도개선 등 120여건에 대해 건의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현재 ▲보호구역축소 조정 3건 225만㎡ ▲행정위임 확대 3건 26만8천㎡ ▲비행안전구역 완화 1건 85만㎡ ▲기타 주민불편사항 해소 1건 등 모두 8건만 해결되는 등 미진한 상태다.

국방부는 군사적이란 이유를 들고 있지만 실제 규제 완화시 타 지역에도 확산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속내용이다.

따라서 도는 ‘규제와 개발’이란 논제의 해법을 정부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논리개발과 이에 따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21세기 경기도가 동북아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는 과제라 할 수 있다./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