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인사차 야당총재 예방 대화물꼬

여야는 29일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궁진 정무수석이 신임인사차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막혀있는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비서실을 한 실장 등 ‘화합형 정치인’으로 개편한데 이어 야당과의 대화를 통한 정국 수습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되풀이하고 있고 야당 역시 이를 반기고 있어 대화정국 복원의 기대가 크다.

김 대통령은 27일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필리핀 방문에 앞서 “야당없는 여당이 없는 만큼 우리는 야당 지도자를 존중하며 정치를 풀어갈 것”이라고 말해 이런 시각을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이 귀국하는 내달 초 여야 총재회담 등을 통해 여야간 쟁점현안을 일괄 타결짓고 파행정국을 정상화시킬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마저 대두되고 있다.

김 대통령이 거듭 야당과의 대화를 강조한 만큼 한 실장 등을 통해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풀 수 있을 만한 메시지를 이 총재에게 전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에서다.

이에 앞서 남궁 수석도 “야당과 자주 접촉하면서 주고 받을 것을 빨리빨리 판단해 나가면 실타래가 풀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해 이런 기대감을 높였다.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 역시 “청와대 비서진 개편으로 당정간 유대관계가 원활해 질 것이고 대야관계에도 적극성을 띨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여권 일각에서 여야간 최대 쟁점현안인 선거구제 조정 등은 김 대통령이 귀국한 뒤 여야 총재회담을 열어 일괄타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8일 “여야간 3역접촉 등 다양한 물밑접촉을 통해 사전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최종적으로 여야 총재에게 위임해 일괄 타결지어야 할것”이라며 “그 시기는 김 대통령의 귀국 직후인 내달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옷로비 파문에 따른 비서실조직 개편문제 등으로 경황이 없는 한 실장이무슨 선물을 들고 오겠느냐며 “큰 기대는 금물”이라는 시각도 만만치않다

하순봉 사무총장은 일단 “그냥 인사나 하고 가지 않겠느냐”며 한 실장 방문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고, 또 다른 당직자도 “당장 경색정국 해소를 위한 뾰족한 대책이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상견례에 그칠 공산도 크다”고 말했다.

여야 총재회담과 관련해서도 한 실장 등이 이 총재에게 의중을 떠보는 선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거법 협상이 여야간 현격한 입장차이로 조속히 타결될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한나라당이 ‘사수’를 다짐하고 있는 정형근 의원의 신병처리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정국이 정상화까지는 넘어야할 고비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옷로비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이 신동아 그룹의 권력층 로비의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여권이 정의원 체포동의안 강행처리로 맞설 경우 모처럼의 대화조성 분위기는 삽시간에 깨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이재규기자 jk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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