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다. 자고나면 또 뭣이 불거진다. 김태정 전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가 주었다는 옷로비관련 문건이 터져 큰 파문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특검이 옷로비 검찰조사를 뒤엎자 검찰은 정일순 라스포사 사장이 특검을 고소한 피고소사안으로 대응할 태세다.
서경원 전의원 사건은 검사가 검사를 불러 검사가 조사한 내용을 다시 조사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언론대책문건의 진실규명은 막상 미진한채 흐지부지 끝났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마치 미로를 헤매는 것같다. 사회 위기수준이 심각하다.
정권의 도덕성 결핍현상이다. 정직하지 않은 탓이다. 현 정권을 가리켜 김영삼 전 정권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세간의 우려가 높다. 그러나 지금같은 사태는 김영삼 정권에서도 없었다.
정권의 부도덕성은 권력의 부도덕한 행사에 기인한다. 그 사례의 하나로 검찰을 들 수 있다. 검찰위상이 전례없는 만신창이가 되도록 실추된 것은 정권의 책임이다.
대체로 권모술수가 지나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치보복을 않겠다던 말을 곧이들을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정치개혁은 순수성이 의심되어 신수구세력으로 등장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청와대 비서실을 개편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란 불가하다. 내각이 바뀌어도 변화가 있을 수 없는 터에 비서실 개편으로 새삼 국정쇄신의 의미를 둘 수는 없다. 아랫사람 의견과 민중의 소리를 진언하기보단 오로지 윗분의 뜻을 알아서 헤아리기 바쁜 경직된 풍토가 계속되어서는 달라질 수 없는 것이다.
국가조직이든 당의 조직이든 자기책임의 재량이 용인되지 않고 수직선상의 한 사람 눈치만을 살펴서는 조직의 민주화가 이룩될 수 없다.
국정의 혼돈은 필연적으로 민생불안을 가져오고 민심이반을 가져온다. 현 정권이 이같은 항간의 비판에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겸허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첫손꼽히는 정치덕목이다. 정직한 사람이 우대받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권의 도덕성이 시범돼야 한다. 이는 집권자부터가 진솔해야 가능하다.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오늘의 사회위기는 결국 누굴 탓할 수 없는 김대중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다. 이반된 민심을 돌이키기 위해선 대통령 스스로가 진실된 면모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깊고 깊은 불신의 골을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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