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더 안된다

이대로는 더 안된다한나라당이 어제 예정대로 수원에서 강행한 야외집회의 정치적 이해득실은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본란은 그보다 집회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회창 총재가 밝힌 ‘여권이 진솔한 대화에 나선다면 장외집회를 빈번하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주목하고자 한다.

대화는 역시 상대적이다. 진솔한 대화 또한 상대에게 먼저 요구할 수 있지만 자신이 먼저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여권은 야당에게, 야당은 여권에게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진실된 노력을 과연 갖는지를 지켜보고자 한다.

문제의 언론대책문건 규명을 위해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를 여권이 굳이 거부할 이유는 원칙적으로 없다. 다만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므로 국정조사를 해도 중복을 피해 검찰 수사결과가 미흡할 경우에 국조권을 발동할 수는 있다. 이를 조정해야 하는 것이 정치권의 과제다. 또 이같은 과제해결은 여야가 서로 명분을 만들어줌으로써 가능하며, 이것이 정치예술이다. 막가는 행태의 극한 대립은 정치폭력이지 정치예술은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권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여야는 겸허한 자세로 돌아봐야 한다.

여권은 야당이 정기국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인색하지 말고 야당은 국회로 들어가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본란은 얼마전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 각종 현안의 법률안등이 556건이나 산적한 정기국회의 중요성을 지적한 바 있으므로 더 상론은 않겠으나, 하늘아래 둘도없다할 회기 낭비의 무책임한 국회를 보고있는 것이 심히 안타깝다.

우리는 정치권이 국민에 대해 조금이라도 염치를 안다면 이토록 국회를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아 이성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여권은 야당시절을, 야당은 여당시절을 서로 돌이켜 생각한다면 문제해결의 길이 보일 것으로 안다.

정기국회만이 아니면 야당의 장외집회를 굳이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지금은 대여투쟁을 해도 원내활동을 제대로 해가며 투쟁해야 명분이 선다. 여야가 입에 거품을 물다시피 하며 벌이는 말씨름에 국민들은 넌더리가 나있다. 이젠 더는 안된다. 정기국회를 한시바삐 정상화 시켜야 한다.

정치권은 정국경색의 책임을 서로 상대에게 돌리는데 혈안이 되기보단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지 않는가 하는 성찰을 할 줄 알때 비로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