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회가 정치(政治)보다는 정쟁(政爭)의 장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언론대책문건’ 파문으로 그같은 사실은 다시한번 입증된 셈이다.
문건파문은 결국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의 ‘정보매수설’과 이로 인한 권언유착 문제,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의 국정원 문건반출 문제 등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정의원의 대통령에 대한 ‘빨치산’발언으로까지 비화됐다.
이 과정에서 정의원은 이강래전청와대정무수석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고, 국민회의측도‘빨치산’ 발언에 대해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기위해 8일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고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의원은 “해볼테면 해보라”라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검찰조사 자체도 거부하고 있다.
이같은 태도는 바로 ‘직무상 국회에서 행한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헌법 제45조)과‘현행범이 아닌 경우 회기중 체포, 구금할 수 없다’는 불체포특권(헌법 44조1항)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치인들은 국회 또는 그외의 장소에서도 자당 이기주의적인 발언이나 상대당을 비난하기 위해 무책임한 정치공세와 폭로전을 펼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같은 국회의원의 특권 조항을 없애거나 그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해놓는다면 국회에서의 여야 정쟁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야의 정쟁으로 현재 20세기 마지막 정기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고, 예산안처리를 비롯한 4백60여건의 법안심의가 뒷전으로 밀려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지적이다.
이런 상황들을 되짚어 보면 의원들이 혹 국민들이 부여한 특권을 ‘신권(神權)’으로 착각하고 있지나 않은지조차 의심스럽다.
국민들은 엄폐물뒤에 숨어 정치공세를 일삼는 비겁한 국회의원보다는 특권이 없어도 당당하게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진정‘국민의 대표’를 보고싶어 한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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