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필기구 제조업체인 (주)모나미가 잘못 제조해 비품처리한 컴퓨터용 수성싸인펜이 불법 유통되면서 이 펜으로 영어듣기평가시험을 치른 중학생 90여명이 무더기 영점처리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경찰청 수사과는 4일 (주)모나미 제조의 컴퓨터 수성싸인펜인 ‘Art Pency’를 구입해 영어듣기평가 시험을 치른 수원 수성·영신중학교 학생 90여명이 영점처리된 사실을 확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주)모나미는 지난 8월 미국 바이어로부터 컴퓨터용 수성싸인펜 15만개를 주문받고 싸인펜을 만들었으나 제조과정에서 잉크투입과정의 실수로 컴퓨터용 잉크가 아닌 일반 싸인펜용 잉크를 넣어 ‘비품’처리했다.
그러나 (주)모나미측과 문제의 싸인펜을 중국으로 수출하기로 한 일부 중간업자가 15만개 가운데 2만4천개를 국내 문구점을 통해 시중에 유통시켰다.
특히 이 싸인펜은 (주)모나미측이 제조과정에서 ‘컴퓨터용 수성싸인펜’이라는 문구를 표시하지 않았는데도 이 문구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이 싸인펜을 구입해 영어듣기 시험을 치른 영신중학교 40여명, 수성중학교 50여명 등 모두 90여명의 학생들에 대한 컴퓨터용 답안지를 컴퓨터 채점기가 인식하지 못해 무더기 영점처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충북 제천의 한 학교에서도 이 싸인펜을 이용, 시험을 본 학생들이 무더기 영점처리됐다는 제보가 (주)모나미측에 접수되고 있어 문제의 싸인펜이 전국에 유통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모나미측은 즉각 유통업자를 통해 문제의 컴퓨터용 수성싸인펜 회수에 나섰다.
경찰은 문제의 싸인펜을 중국에 수출하기로 한 일부 중간상이 빼돌려 유통시켰거나 중국 보따리상이 수출된 이 펜을 다시 국내로 들여와 시중에 유통시켰을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주)모나미 안산공장 총무팀 백승민차장(41)은 이와 관련 “생산현장에서 실수로 잉크를 잘못 넣어 비품처리해 보관해오다 본사 무역부에서 나이지리아, 중국에 수출하기로 하고 중간업자에게 물건을 넘겼다”며 “문제의 싸인펜이 시중에 유통된 것은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심규정기자 kjshim@kgib.co.kr 신동협기자 dh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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