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안전사고를 겪을 때마다 안전불감증이니 인재니 하는 말을 되뇌는 것도 이젠 지겨울 지경이다. 언제나 대형 안전사고 이면에는 관계공무원의 형식적 단속과 업자와의 유착, 그리고 직무태만과 적당주의가 도사리고 있었음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55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동인천 상가화재참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같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경찰수사와는 별도로 각 분야별로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문제의 호프집은 7월부터 무허가 영업을 했는데도 관할구청의 단속을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더군다나 지난달 19일엔 성범죄사건을 수사하던 관할밖 경찰서에 의해 무허가 영업 사실이 적발돼 영업폐쇄명령을 받고도 영업을 해왔는데도 불구 구청은 사고 3일전 단속에서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관할소방서는 피난설비도 없는 폐쇄공간에 인화물질로 도배질한 업소를 소방점검결과 정상이라고 판정을 내렸다.
그뿐인가. 관할파출소는 호프집에서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세차례나 받고도 내부확인 없이 오인신고로 처리했다. 또 경찰서와 구청은 교육청으로부터 지하노래방에 대해 학교환경위생정화위가 이전·폐쇄결정을 내렸음을 세차례 통보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업주도 이전·폐쇄명령을 무시하고 내부 수리를 하다 불을 내는 참사를 빚었다.
이쯤 되면 행정 소방 경찰당국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게 된다. 관계 담당공무원들이 그렇게 미온적으로 눈먼 행정을 편 데는 분명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접객업소에 대해 단속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끼어들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검찰은 노래방의 인허가 과정과 호프집의 소방점검 과정, 그리고 불법영업단속 과정 등을 하나도 빼놓지 말고 낱낱이 조사해 담당 공무원들의 직무유기행위와 비리여부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인화물질을 방치한 채 보수공사를 한 노래방 주인과 공사업자는 물론 엄청난 참극을 빚은 호프집 주인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호프집 종업원들이 화재당시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출입문을 막았다는 의혹도
철저히 따져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