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약방문이라도 제대로 해야

사후 약방문이기는 하지만 동인천 상가 화재참사를 계기로 당국은 지금의 재난예방체계 등 문제점들을 심각하게 종합검진해봐야 한다. 초저녁에 중고생 133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참사는 우선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소방점검에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고는 초저녁에 지하에서 불이 났는데도 2층 호프점에서 많은 인명피해를 내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그만큼 4층짜리 사고건물은 구조적으로 위험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별도의 비상구없이 폭 120㎝의 좁은 나무계단이 유일한 비상구였다. 그나마 계단벽면은 방연(防煙)자재를 쓰지않고 유독가스를 뿜어내는 스치로폼으로 내장했다.

더군다나 2층 호프점은 창문을 모두 패널로 막아 탈출로는 출구뿐이었으나 불길과 유독가스로 사실상 막힌 상태였다. 이처럼 위험요소가 널려 있었는데도 지난 6월의 정기소방점검에서는 ‘정상’판정을 받았다. 엉터리 소방점검이었던 것이다. 화성 씨랜드 화재참사 넉달만에 일어난 이번 참사는 우리의 안전 불감증이 조금도 고쳐지지 않았음을 드러낸 것이다. 안전의식 및 대피조치가 모두 실종된 무방비가 자초한 대형참사였다.

문제는 이 업소뿐만 아니라 수천개에 이르는 대부분의 접객업소들이 화재시 대형참사의 위험을 안고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로와 같은 내부구조에 밀폐된 방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고 방음을 위해 소방법상 금지되어 있는 인화성 강한 스치로폼과 카펫으로 내부장치를 해놓아 순식간에 불길이 번지는데다 유독가스를 내뿜어 불의 규모에 비해 큰 인명피해를 내게 되어있다.

더욱이 접객업소가 지하에 있을때는 더큰 참사가 우려된다. 게다가 소방법은 5층이상 건물에만 비상계단설치를 규정하고 있다.이번 사고건물처럼 4층이하 건물은 대피조치가 없는 것이다. 당국은 소방법의 허점을 보완하고 소방점검을 철저히 하는 등으로 화재 취약건물이나 업소의 방화 및 진화체제를 완벽히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천시와 경기도 당국은 이번에도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소방점검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수없이 되풀이해 왔으면서도 유흥업소 등의 화재무방비상태는 수십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사실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수박 겉핥기식 점검을 이제는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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