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술집’ 어쩌다 세상이?

133명의 사상자를 낸 희대의 대화재참사 희생자들 대부분이 10대 남녀고등학생들이다. 그중엔 중학생도 있다. 누구에게나 자녀는 소중한 것이어서 이들 중고등학생들 주검은 실로 안타깝고 가슴아프다.

그러나 그토록 수많은 학생들이 떼죽음당한 장소가 하필이면 술집이란 사실은 충격이다. 학교축제의 뒤풀이를 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한다. 뒤풀이 장소가 술집으로 인식된 아이들 생각을 가리켜 요즘 애들은 으레 그런다고 말한다. 황당하고 해괴하다. 청소년보호법을 강화하여 미성년자의 술집출입을 제한한 그동안의 노력은 도대체 뭣이란 말인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중고등학생들의 술집출입을 요즘아이들은 다 그렇다며 예사스런 일처럼 기정사실화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사람이 사는 사회의 생각이 아니다.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돼 있다.

우선 학교의 권위가 무너졌다. 학생이 선생님을 두려워하기보단 선생이 학생을 두려워하는 피폐된 교실에서 무슨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겠는가. 수업시간에 졸거나 잡담을 해도 매한차례 들 수 없어 아예 모른체 눈감아 넘기는 교단의 무력증후군을 가져온 것이 정부의 어설픈 교육개혁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김덕중 교육부장관같은 이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지 못하고 있다. “2002년 대입무시험 전형이 실시되면 나아질 것”이라며 한가한 소리를 해 일선 교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수업은 있어도 교육은 없는 교실의 피폐화는 일부 학생들을 거리로 내몰게 만들었다.

사회는 이들의 탈선을 제재하기 보다는 외면하여 겁없는 아이들이 돼가고 있다. 더러는 겁없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동질해 돈벌기에 급급하다가 큰일을 낸것이 이번 호프집 같은 대참사다.

정말 이상하다. 참사를 부른 호프집 뿐만이 아니고 근처 일원의 유흥가는 평소에도 미성년자 단골골목이었다 하니 어떻게 그토록 방치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지역행정을 맡고 있는 중구청이나 시청의 묵인내지 비호가 없이는 그럴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구조적 비리가 참사의 먼 원인이 되지 않았는지 한번 알아볼만 하다.

이처럼 그 많은 학생들을 술집에서 떼죽음 당하게 하고 다치게 만든 것은 여러모로 기성사회의 책임이 크다. 여기엔 가정의 책임 또한 없다할 수 없다.

지극히 불행한 인천화재참사는 이에대한 심각한 반성을 촉구해준다. 정부의 무정견한 교육시책, 행정의 타성적 비리의혹, 도덕성 결여의 사회위기수준이 보인 적신호를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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