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도망자’ 이근안씨는 경기도경 대공분실장으로 재직시절 전기고문과 관절꺽기 전문가로 탁월한 심문관으로 인정받았다. 때문에 그의 손아귀에 걸려들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옥에서 온 장의사’로 악명을 떨쳤다.
이씨는 지난 89년 12월 24일 김근태씨 불법체포 및 고문혐의로 검경의 공개수배를 받기 시작하면서 10년째 도피행각을 벌였다.
이때 김근태씨는 물고문 2번과 전기고문 8번의 가혹한 고문을 당했고 지난 83년 간첩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함주명씨도 전기, 물고문외에 볼펜으로 찌르기, 굶기기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고문당한 납북어부 김성학씨 등 2명이 서울고법에 낸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검경이 함께 전담추적반을 편성, 행적을 쫓아왔지만 성과가 없어 ‘안잡는 것이냐’‘ 못잡는 것이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 이씨의 잠행이 계속되자 그를 둘러싸고 해외도피, 성형수술, 자살, 심지어 당국의 제거설, 대공수사과정에서 알게된 주변인물의 도움을 받아 잠적해 있을 가능성 등 갖가지 비호은둔설만 분분했다.
이씨 자수를 계기로 군사정권의 반인간적, 반문명적 범죄인 고문실태가 낱낱이 파헤쳐 지게 됐다./심규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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