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고장버스의 질주

안전수칙을 우습게 여기는 고질병은 우리사회에서 아예 치유 불가능한 일인가. 30명의 사상자를 낸 고양 원당지하차도 앞에서의 시내버스 연쇄충돌사고는 이러한 체념과 회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어이없는 사고였다.

사고버스는 아침 출근시간 내리막길에서 과속으로 달리다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켜 화물차와 승용차 등 7대를 잇따라 들이받고 또 달리다 트럭과 충돌하는 등 8중 충돌사고를 낸뒤에도 멈추지 못한 채 마주오던 승용차를 들이 받은 뒤 승합차와 정면충돌한 뒤에야 겨우 멈췄다. 그야말로 1.5㎞를 좌충우돌한 공포의 질주였다.

이 사고로 승합차에 타고 학원에 가던 지체장애어린이 5명 등 6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 변을 당한 어린이들이 9세이하의 지체장애 어린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무겁다. 제몸 가누기가 불편하면서도 학원에 갔다오겠다며 웃으며 차에 올랐던 어린 장애자식들의 주검앞에 선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는지 딱하기만 하다.

이번 사고는 특히 문제의 사고버스가 지난 17일에도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켜 운전기사가 차고지에 돌아와 정비사들에게 수리를 의뢰했었다는 점에서 버스정비에 문제가 있었지 않았나 여겨진다. 상식적으로 봐서 그때 제대로 수리했더라면 열흘만에 어떻게 똑같은 고장이 날 수 있겠는가. 필시 버스자체가 워낙 낡아서 수리불능이었던지, 아니면 정비불량이었을 것이다.

여하튼 고장이 났던 버스를 완전히 수리하지 않은 채 운행케 한 회사측은 물론, 운전기사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거침없이 달린 것은 평소 인명과 안전을 경시한 운송종사자들의 횡포와 버릇이 그대로 드러난 예가 아닐 수 없다.

교통안전관리법 등이 운송사업자에게 주2회씩 자가점검토록 했던 의무를 없앤것도 문제다. 아무리 규제완화 때문이라고는 하나 풀것을 풀어야지 인명과 관계된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정비를 자율에 맡긴 것은 우리 현실에선 아직 이르다고 본다. 버스회사로서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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