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 학교급식시설 설치한 오정자씨

“우연히 TV에서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 밥대신 물로 허기를 채우는 것을 봤어요. 같은 또래 아이를 두고 있는 엄마로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며칠동안 그 모습이 지워지지 않더라구요.”

최근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김포정보산업고에 2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학교급식시설 설치를 자비를 들여 끝낸 오정자씨(42)는 기분이 홀가분하다.

평소에도 점심을 거르는 아이 친구들의 도시락까지 챙겨주는 두 아이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인 오씨가 이같은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TV에서 본것처럼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밥대신에 수돗물로 점심을 때우는 아이들이 많다는 큰 아이의 얘기를 듣고서부터다.

5살 되던해에 고향인 김포를 떠나 지난 96년 다시 돌아온 그녀는 정부의 고교급식 방침이 정해지자 마침 아버지가 다녔던 학교이면서 이제는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무리를 해서라도 꼭 아이들이 점심을 거르지 않고 마음껏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학교급식시설에 투자한 비용은 당초 1억8천만원에다 공사과정에서 추가로 들어간 5천여만원을 합쳐 모두 2억3천여만원.

독지가도 사회사업가도 아닌 평범한 주부인 그녀가 아무나 하기 어려운 일을 거뜬히 해낸 것이다.

특히 이 학교의 급식시설은 경기도내 고교에서는 처음으로 학부모가 기부채납한 시설이어서 그 의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오씨는 다음달부터 자신이 원하던대로 아이들이 점심을 굶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 것이 마냥 기쁘기만 하다. /김포=권용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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