幹部와 姦夫

세계에서 우리말처럼 어휘가 풍부하고 정서표현이 다양한 언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같은 말도 말하기 나름에 따라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또 글자로 쓰면 똑같은 말도 발음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의 언어가 되는게 많다.

예를 들면 ‘감사’는 짧게 발음하면 감독하고 검사한다는 뜻의 ‘監査’가 되는데 비해 길게 발음하면 고맙다는 뜻의 ‘感謝’가 된다.

또 ‘간부’도 짧게 발음하면 ‘幹部’가 되지만 길게 발음하면 엉뚱한 ‘姦夫’가 된다.

감사와 간부의 두 낱말은 監査와 幹部의 어휘로 많이 사용된다. 특히 텔레비전 뉴스에 아주 많이 쓰인다. 대부분의 뉴스 진행자들은 이를 잘못 발음하고 있다. ‘감사원’을 ‘感謝院’으로 길게 발음하는가 하면 ‘간부회의’를 ‘姦夫會議’로 발음하는 웃지못할 실수가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또 반대로 ‘感謝’의 뜻이란 말엔 ‘監査’로 짧게 발음하기도 한다. 뉴스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특별한 자체교육이 요구된다.

발음을 잘못 보도하고도 당연한 것처럼 묻혀가는 것은 큰 언어공해다. 텔레비전 방송이 지닌 막강한 영향력은 이처럼 잘못된 언어공해까지 여과없이 대중에게 파급된다. 우리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방송이 더이상 되어서는 곤란하다. 비단 앞서 든 사례만도 아니다. 프로그램의 객원은 사투리를 써도 프로그램 진행자는 표준어를 써야 하는 것이 방송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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