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문화인물에 조선중기때 언어학자로 중국어 교육과 한글발달사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최세진(崔世珍·1473∼1542)이 선정됐다.
한국 최초의 언어학자라 할 수 있는 최세진은 조선 성종∼중종 때 활약했던 중국어, 즉 한어(漢語) 통역관으로 연산군의 폭정과 중정반정의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문신들의 갖은 핍박을 받으면서도 평생을 국어와 중국어 비교연구에 전념했다.
중국어 회화에 능통했던 중인 출신인 그는 외교문서 작성에 사용되던 한이문(漢吏文)에도 정통해 당시 중국과의 외교업무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런 경력 때문인 듯 그는 한어의 구어와 문어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많은 중국어 학습 교재를 편찬했다.
그는 중국 표준발음을 정리한 ‘사성통해’(四聲通解)를 찬술했으며 조선시대 역관들이 중국어 회화학습을 위해 사용하던 대표적인 두 교재인 ‘노걸대’(老乞大)와 ‘박통사’(朴通事)를 한글로 번역했다. 또한 글로 쓰는 중국어인 한이문 교재로 ‘이문집람’(吏文輯覽)을 지었고 이것으로 승문원(承文院)에서 직접 강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중국어 학습교재 편찬과 함께 우리말과 중국어 비교연구에 헌신한 결과 ‘노박집람’(老朴輯覽)을 냈고 나아가 아동들의 한자교육에도 관심을 쏟아 ‘훈몽자회’(訓蒙字會)라는 불후의 저작을 남겼다.
그가 남긴 이들 책은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 발달사 연구에 더없이 귀중한 자료로 한국에서는 물론 중국과 대만, 일본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한글 자모 순서가 ㄱ,ㄴ,ㄷ 혹은 ㅏ,ㅑ,ㅓ라는 것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알고 있으나 이 순서를 정한 이가 바로 최세진이라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문화부는 최세진을 기념하기 위해 최세진기념문집을 내는 한편 오는 22일 대우학술재단에서는 그의 생애와 학문세계를 살펴보는 학술대회를 갖는다. /이연섭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