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잘났어” 고집 부린 보수교육 다 같이 자폭

도교육감 선거 결과
민심은 ‘보수’… 진보 이재정 당선인 ‘보수勢 포용’에 경기교육 성패

6·4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 단일후보인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이 당선되면서 향후 4년간의 경기교육이 진보진영에 맡겨지게 됐다.

그러나 역대 2번의 선거와 마찬가지로 보수진영을 선택한 유권자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당선자가 민심의 보수세력을 얼마나 잘 포용할 수 있느냐가 곧 경기교육의 성패를 좌우하게 됐다.

더욱이 교육부 등 정부의 성향에 반하는 인사가 다시 당선, 중앙정부와의 각종 마찰로 정리되는 지난 5년간 경기교육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일고 있다.

여기에 사상 최대 6명의 후보자가 난립하면서 당선자와의 경쟁후보만이 26% 지지율을 받았을뿐 나머지 낙선 후보 모두가 7~11%대 지지율을 받는 데 그친데다 무효표가 무려 59만여표에 달하는 등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 등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민심은 ‘보수’, 당선은 ‘진보’

치열한 경선을 거쳐 진보진영 단일후보에 성공했던 이 당선자는 경기지역 투표수 515만5천863표(전체 유권자 967만9천317명) 가운데 36.47%인 166만5천345표를 얻어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성향의 표심이 조전혁 후보 119만2천763표(26.12%), 김광래 후보 51만6천809표(11.32%), 최준영 후보 43만8천301표(9.60%), 박용우 후보 42만289표(9.20%) 등으로 분산됐다.

단순히 지지율만 보더라도 진보 36.4% 대 보수 56.0% 등으로 도민의 절반 이상이 보수에게 표를 준 셈이다.

결국 도민들은 보수성향의 교육감이 당선, 경기교육을 이끌어나가길 바라고 있지만 보수진영이 다자 후보를 배출하면서 진보진영의 교육감이 당선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역대 2번의 교육감 직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0년에는 진보진영 김상곤 전 교육감이 42.33%(184만6천83표)의 지지율로 당선됐는데 보수성향의 정진곤 후보 27.15%(118만4천164표), 강원춘 후보 19.37%(84만4천853표), 한만용 후보 11.13%(48만5천803표) 등으로 보수의 표심이 더 우월했다.

2009년 첫 직선 역시 김상곤 40.81%대 김진춘(33.63%)·강원춘(12.88%),·한만용(4.88%) 등의 51.0%로 보수 표가 많았지만 단일화를 못해 진보교육감이 당선됐다.

보수진영 분열 또 자멸… 교육부ㆍ보수단체와 마찰 재연 우려 목소리

‘누가 누군지ㆍ정책 선거’ 실종… 상대 헐뜯는 네거티브전 선거만 난무

깜깜이 선거 ‘교육감 직선제 재검토해야’ 실효성 논란 불거질 가능성

보수를 포용해야

민심에 반하는 교육감이 연달아 3번이나 탄생하면서 분열된 보수세력을 얼마나 잘 규합하고 포용하느냐에 경기교육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김상곤 전 교육감처럼 보수세력과 담을 쌓다가는 전국 최하위 학력수준, 학습환경 엉망, 심각한 재정난 등 경기교육 후퇴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당선자는 출사표부터 김상곤 전 교육감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표, 김 전 교육감의 행보를 다시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교육부 등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관계도 요구되고 있다.

시국선언 교사 징계 갈등을 시작으로 김상곤 전 교육감의 장학금 불법 지급 혐의 교육부(옛 교과부) 고발, 학폭 학생부 기재 거부 등 5년 내내 교육부와 갈등을 빚으며 고소·고발전이 난무했던 경기도교육청이 재현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누군지 몰라. ‘깜깜이 선거’

당초 경기도교육감 선거에는 모두 9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투표일 전날까지 3명의 후보가 출마를 사퇴하면서 모두 6명의 후보가 본선을 치뤘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각 후보들은 가뜩이나 관심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 얼굴 알리기가 최대의 관건이라 보고 인지도 향상에만 전념하게 된다.

급기야 이들은 정책 선거 대신 상대후보를 헐뜯거나 깎아내기기 위해 네거티브전에만 열중, 유권자들의 외면을 부추겼다.

결국 당선자와 경쟁자를 제외한 4명의 후보들이 7.26~11.32%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치면서 선거비용조차 전액 환급받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게 됐다.

이와 함께 이번 도교육감선거에서는 무려 59만549표의 무효표가 쏟아져 나왔다.

전체 투표수 515만5천863표의 11.5%에 달하는 수치로 선거에서 3위를 차지한 김광래 후보의 득표수보다 많다.

한만용 후보가 투표 하루 전날 사퇴한데다 투표용지가 유권자에게 생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 라는 비판을 받으며 실효성 논란이 끊임 없이 제기됐던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수철·이지현기자 scp@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0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