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건 끊어진 ‘철벽 리베로’…IBK기업은행 봄배구 꿈 ‘비상’

코트를 지켜온 버팀목이 쓰러졌다. 화성 IBK기업은행의 수비를 책임져 온 리베로 임명옥(40)이 결국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을 마감한다. 반등에 성공해 봄 배구를 노리던 팀 구상도 한순간에 흔들리게 됐다. IBK기업은행 구단은 3일 임명옥이 아킬레스건 파열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수술 일정이 잡히는 대로 치료에 들어가며, 남은 경기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규리그 막판 순위 경쟁이 한창인 시점이라 충격은 더욱 크다. 부상은 2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GS칼텍스전에서 발생했다. 1세트 수비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을 다친 그는 코트에 주저앉았고, 곧바로 교체 후 병원으로 이동했다. 갑작스러운 이탈에 팀 조직력도 급격히 흔들렸다. 리시브가 무너지며 흐름을 내준 IBK기업은행은 결국 세트스코어 1대3으로 패했다. 순위표도 냉혹했다. 12승14패, 승점 39로 3위 수원 현대건설(45점)과 간격을 좁히지 못했고, 5위 서울 GS칼텍스(38점)의 추격까지 허용하며 4위 자리마저 위태로워졌다. 단순한 1패 이상의 타격이었다. 임명옥은 숫자로 설명되는 선수다. 올 시즌 세트당 디그 리그 1위(0.549개), 리시브 정확도 2위(효율 45.3%), 수비 종합 1위를 기록하며 코트 뒤편을 사실상 혼자 책임졌다. 여자부 최초 600경기 돌파, 통산 디그와 수비 지표 대부분에서 최정상에 올라 있는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그의 존재 자체가 팀 안정감이었다. 대체 선수 김채원이 있다 해도 임명옥이 만들어 온 경험과 위치 선정, 위기 관리 능력까지 대신하기는 쉽지 않다. 시즌 초반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IBK기업은행은 가까스로 상승세를 타며 희망을 되살렸다. 그러나 가장 단단했던 축이 빠진 지금, 봄 배구를 향한 길은 다시 가시밭길이 됐다. 한 선수가 떠난 자리는 단순한 공백이 아니다. IBK기업은행의 운명을 가를 시험대가 이제 시작됐다.

정지윤 공백 속 수원 현대건설, ‘플랜B 팀배구’로 승부수

수원 현대건설이 가장 믿었던 날개가 멈춰 섰다. 핵심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이 끝내 코트를 떠난다. 사실상 시즌 아웃, 순위 경쟁 한복판에서 맞은 치명타다. 강성형 감독은 지난달 3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정관장과의 경기를 앞두고 결단 배경을 설명했다. 올스타 휴식기 동안 재활과 휴식에 집중했지만 회복 속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 그는 “지금 상태로는 남은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기 어렵다. 최소 6개월 이상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며 “선수 보호 차원에서 시즌 복귀는 포기하는 쪽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단순 컨디션 저하가 아닌 장기적 관리가 필요한 구조적 부상이라는 의미다. 정지윤은 최근 몇 시즌 동안 발목 인대 손상과 무릎 통증, 피로골절이 반복되며 ‘재활-복귀-재부상’의 악순환을 겪어왔다. 그럼에도 올 시즌 19경기에서 210득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의 한 축을 맡았다. 높은 타점과 강한 파워, 후위 공격 가담 능력까지 갖춘 자원으로 단순 득점 이상의 전술적 가치를 지닌 카드였다. 리시브와 수비 가담 비율도 높아 공수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공백은 더욱 뼈아프다. 결국 구단은 지금의 승부보다 선수 커리어를 택했다. 무리한 투입이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료진 소견이 결정적이었다. 전술적으로는 재편이 불가피하다. 한쪽 사이드에서 안정적인 득점 루트를 확보하지 못하면 세터 운영 폭이 급격히 좁아진다. 오픈 공격 의존도가 높아지고, 상대 블로킹 집중 견제도 커진다. 외국인 공격수 카리 또한 무릎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 출전 시간 조절이 필수다. 베테랑 양효진의 부담까지 커지면 중앙 활용도에도 제약이 따른다. 강 감독이 “기술 훈련보다 회복과 체력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말한 이유다. 대안으로는 이예림과 자스티스의 비중 확대가 예상된다. 이예림은 리시브 안정성과 수비 기여도가 강점인 ‘밸런스형’ 자원으로 최근 두 자릿수 득점까지 더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자스티스 역시 공격 점유율을 끌어올려 측면 화력을 보완해야 한다. 결국 다득점 원톱 체제가 아닌 ‘분산 공격’ 구조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현대건설은 15승10패, 승점 45로 3위. 선두 추격과 봄 배구 안정권 확보를 동시에 노려야 하는 시점이다.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었지만, 동시에 팀 완성도를 시험받는 시간이다. 위기는 늘 전술의 진화를 요구한다. 주포가 사라진 악재 속에서 현대건설이 ‘팀 배구’라는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지 남은 시즌의 성패가 그 실험대 위에 올라섰다.

추락이 아닌 ‘재정비’…인천 대한항공, 정상으로 돌아갈 준비 완료

선두에서 내려온 팀은 변명을 하지 않는다. 대신 결단을 택했다. 2025-2026 V-리그가 올스타 휴식기를 지나 후반 레이스에 돌입한 가운데, 헤난 달 조토 감독이 이끄는 인천 대한항공은 다시 한 번 정상을 향한 항로를 조정한다. 시즌 내내 지켜온 1위 자리를 잠시 내줬지만, 경쟁 구도는 여전히 팽팽하다. 대한항공은 31일 의정부 KB손해보험과의 홈경기를 통해 5라운드 일정을 시작한다. 선두 천안 현대캐피탈과의 승점 차는 2점.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간격이다. 시즌 초반 대한항공의 행보는 압도적이었다. 개막 이후 10연승을 내달리며 리그 판도를 단숨에 장악했고, 안정적인 리시브 라인과 높은 공격 성공률을 앞세워 가장 먼저 챔피언결정전 직행 가능성을 언급한 팀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 들어 변수들이 겹쳤다. 핵심 공격수 정지석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데 이어 임재영까지 빠지며 공격 선택지가 급격히 제한됐다. 전술 운영의 폭이 좁아진 대한항공은 4라운드를 1승5패로 마치며 흐름이 끊겼고, 그 틈을 타 현대캐피탈이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대한항공은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변화를 선택했다. 아시아쿼터 교체라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팀 수비의 중심이자 리그 디그 부문 1위를 달리던 리베로 료헤이를 떠나보내고, 호주 국적의 아웃사이드히터 이든 개릿을 영입했다. 리시브 안정감보다 공격력 보강에 무게를 둔 선택이었다. 후반기 순위 싸움이 접전으로 흐를수록 ‘결정력’이 더 중요해진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전력 회복의 신호도 감지된다. 4라운드 막판 정지석이 코트로 복귀하며 공격 밸런스에 숨통이 트였다. 아직 경기 감각을 완전히 끌어올리는 단계지만, 존재만으로도 상대 수비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는 분명하다. 후반기 대한항공 앞에 놓인 과제는 명확하다. 선두를 추격하는 입장에서 흔들렸던 흐름을 끊고, 다시 자신들의 배구를 되찾는 것이다. 선두는 잠시 내줬을 뿐이다. 승점 차는 크지 않고, 일정 역시 충분하다. 정상으로 향한 항로는 여전히 유효하다. 대한항공은 다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이주아, 고향 파주에 ‘1천만원’ 쾌척...“후배들 꿈 응원하고파”

프로배구 선수로 활약 중인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 알토스 소속 이주아 선수가 고향을 위해 성금 1천만원을 기탁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이주아는 2018~2019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서 활약했다. 2024년 자유계약선수(FA) 이적 후 IBK기업은행에서 미들블로커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기부금은 파주지역 생활체육 활성화를 비롯해 유소년·학생선수 육성, 체육기반 시설 개선 등 파주지역 체육발전을 위한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주아는 지난 23일 부모, 파주시배구협회 박희수 회장 등과 함께 파주시체육회를 찾아 직접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주아는 “고향 파주에서 많은 응원과 도움을 받으며 운동을 시작했고, 덕분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지역 체육 발전과 후배 선수들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고자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파주 체육이 더욱 활성화돼 꿈을 키우는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김종훈 파주시체육회장은 “파주 출신 국가대표 선수로 훌륭하게 성장한 이주아 선수가 고향을 잊지 않고 나눔을 실천해 준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소중한 기부금이 지역 체육 발전과 꿈나무 육성에 값지게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흥국생명 레베카냐, IBK의 빅토리아냐…라운드 MVP 경쟁

프로배구 2025-2026 V리그가 23일 경기를 끝으로 올스타 휴식기에 돌입하는 가운데, 4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향한 경쟁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라운드 MVP는 취재 기자단 투표로 선정되며, 동률일 경우 해당 라운드 팀 성적과 출전 세트 수가 최종 기준이 된다. 개인 성과뿐 아니라 팀 흐름까지 함께 평가받는 셈이다. 여자부에서는 4라운드에서 나란히 4승1패를 기록한 인천 흥국생명과 화성 IBK기업은행 소속 선수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특히 흥국생명은 최근 4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초반 부진을 완전히 씻어내고 3위까지 도약, 올 시즌 첫 라운드 MVP 배출 가능성을 키웠다. 흥국생명의 중심에는 외국인 공격수 레베카 라셈과 세터 이나연이 있다. 레베카는 시즌 전체 득점 5위에 올라 있으며, 4라운드에서는 오픈 공격 성공률 49.6%로 이 부문 선두를 달렸다. 5경기에서 115점을 올리며 꾸준함도 증명했다. 세터 이나연의 존재감도 뚜렷하다. 정교한 토스를 앞세워 중앙 공격을 활성화시키며 이다현, 피치, 김수지 등 미들블로커 자원을 고르게 살렸다. 흥국생명의 상승세를 이끈 조율 능력은 MVP 후보로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IBK기업은행에서는 빅토리아 댄착이 중심이다. 공격에서 팀을 이끌며 안정적인 득점력을 과시했고, 라운드 성적 역시 흥국생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남자부에서는 외국인 에이스 간 자존심 대결이 남아 있다. 천안 현대캐피탈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는 4라운드 공격 성공률 59.2%로 공격 종합 1위에 올랐고, 한국전력의 쉐론 베논 에번스는 시즌 득점 선두를 지키며 폭발력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맞대결 결과가 MVP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다. 올스타 휴식기를 앞둔 마지막 한 경기, 그리고 기자단의 선택. 4라운드 MVP 트로피의 주인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김연경 없는 흥국생명, 요시하라가 만든 ‘이기는 팀’

‘배구 여제’ 김연경의 은퇴는 인천 흥국생명에 적지 않은 공백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공격과 분위기를 동시에 책임졌던 상징적인 존재가 빠진 만큼 전력 약화는 자연스러운 전망이었다. 그러나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특정 선수로 공백을 채우기보다 팀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는 쪽이었다. 그 결과는 14일 열린 도로공사전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흥국생명은 경기 지표만 놓고 보면 분명 불리한 흐름에 놓여 있었다. 리시브 효율은 20%에 머물렀고, 도로공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불안정한 리시브를 감수하면서도 공격의 끈을 놓지 않았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점수를 쌓아갔다. 이 과정에서 해결사 역할을 맡은 선수가 외국인 공격수 레베카였다. 레베카는 이날 58차례 공격을 시도했다. 이 중 30회 이상이 오픈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레베카는 그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높은 결정력을 유지하며 절반이 넘는 성공률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이 접전 승부에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다. 조직적인 세트 플레이는 국내 선수들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지만, 리시브나 디그 이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오픈 공격은 다른 영역이다. 레베카는 올 시즌 오픈 공격 성공률 부문에서 리그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실바와 모마 등 정상급 공격수들과 비교해도 안정감 면에서 앞서 있다. 더 주목할 대목은 레베카의 변화 과정이다. 폭발적인 파워 대신 기술적 완성도와 범실 관리 능력을 끌어올렸고, 이번 시즌에는 전혀 다른 유형의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요시하라 감독의 팀 운영이 있다. 흥국생명은 고정된 주전 체제보다 상황에 맞춘 조합을 택한다. 리시브 안정이 필요할 때는 경험 많은 베테랑을 투입하고, 공격력이 요구되는 국면에서는 과감한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한 이나연을 주전 세터로 안착시킨 결정도 같은 맥락이다. 김연경의 이름이 빠진 흥국생명은 더 이상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리시브가 흔들려도 버틸 수 있고, 경기 흐름이 불리해도 계산이 선다. 이 변화는 성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흥국생명(승점 39)은 최근 3연승을 달리며 리그 3위로 올라섰다. 지금의 흥국생명은 단순히 잘하는 팀이 아니다. 분명히 이길 줄 아는 팀이다.

출전 기회 ‘0’에서 ‘해결사’로…고의정, IBK 반등의 방아쇠

여자 프로배구 화성 IBK기업은행의 아웃사이드 히터 고의정(26)은 2025-26시즌 개막 이후 좀처럼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시즌 20경기를 치르는 동안 코트는 물론 교체 명단에서도 그의 자리는 없었다. 아시아 쿼터 킨켈라와 육서영, 황민경이 버티는 측면에서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 긴 기다림은 11일 수원 현대건설전에서 끝났다. 선발로 나선 킨켈라가 흔들리자 벤치가 움직였고, 고의정이 올 시즌 처음 코트를 밟았다. 2세트 초반 투입된 그는 11-14에서 오픈 공격으로 첫 득점을 신고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2세트 2점, 3세트 3점으로 몸을 푼 뒤, 진짜 존재감은 4세트부터 드러났다. 세트 스코어 1대2로 밀리던 4세트에 선발로 나선 고의정은 퀵오픈 득점을 포함해 3점을 보태며 25-19 승리에 힘을 실었다. 기세는 5세트까지 이어졌다. 1-0 상황에서 양효진의 공격을 막아낸 블로킹, 5-2에서 터진 오픈 공격은 흐름을 완전히 기업은행 쪽으로 끌어당겼다. 기업은행은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값진 역전승과 함께 4연승을 완성했다. 고의정의 기록은 단순한 ‘깜짝 활약’으로 보기 어려웠다. 블로킹 1개 포함 10득점, 공격 성공률 52.9%. 디그 16개에 리시브 효율 38.9%까지 공수 전반에서 안정감을 보였다. 특히 승부처에서의 결정력과 수비 기여도는 경기 흐름을 좌우했다. 2018-19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5순위로 프로에 입문한 고의정은 8년 차 선수다. 한때는 세 시즌 연속 30경기 이상을 뛰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2020-2021시즌에는 170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트레이드를 거쳐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그는 이번 시즌 첫 출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했다. 고의정은 “수비와 리시브에서 큰 실수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편하게 들어갔다”며 “상대 분석이 많지 않았던 점도 공격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포지션 변화에 대해서도 “4세트부터 익숙한 자리로 돌아가 훨씬 수월했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잠잠했던 카드가 가장 필요한 순간 힘을 발휘했다. 고의정이 기업은행의 봄배구 도전을 떠받칠 또 한 명의 ‘키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천 대한항공·수원 현대건설, 부상 직격탄에 ‘버티기 경보’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선두 인천 대한항공과 여자부 2위 수원 현대건설이 나란히 3연패에 빠지며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두 팀 모두 시즌 중반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부상 악재가 겹치며,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순위 지키기’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한때 경쟁 팀들과 상당한 격차를 벌리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지만, 최근 들어 흐름이 급격히 꺾였다.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과 임재영이 각각 발목과 무릎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공·수 전반의 균형이 무너졌다. 공격의 결정력은 물론 수비 조직력까지 동시에 흔들리며 연패를 피하지 못했다. 라인업 변화도 뚜렷한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카일 러셀과 베테랑 곽승석을 선발로 기용하며 해법을 찾았지만, 최근 5경기 성적은 1승4패에 그쳤다. 현재 대한항공은 14승6패, 승점 41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나 2위 현대캐피탈과의 격차는 승점 3까지 좁혀졌다. 3위 의정부 KB손해보험(37점) 역시 빠르게 추격하며 선두 경쟁 구도는 한층 팽팽해졌다. 이번 주 일정 역시 부담스럽다. OK저축은행과의 홈 경기 이후 곧바로 KB손해보험 원정을 치러야 한다. KB손해보험은 아시아 쿼터 공백에도 불구하고 비예나·나경복·임성진으로 이어지는 공격진이 위력을 유지하고 있어 대한항공으로서는 쉽지 않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자부 현대건설(승점 39)도 사정은 비슷하다. 선두 도약을 노리던 상황에서 최근 3경기 연속 패배를 당하며 상승세가 끊겼다. 특히 한국도로공사와 맞대결에서 완패를 당하며 격차가 승점 7까지 벌어졌고, 뒤에서는 인천 흥국생명(36점)이 거세게 추격 중이다. 부진의 배경에는 핵심 공격 자원의 컨디션 문제가 자리한다. 외국인 공격수 카리 가이스버거는 무릎 부상 여파를 안고 있고, 정지윤 역시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두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 기복이 크게 나타나며, 세트가 길어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약점도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일정은 비교적 숨통이 트인다. 현대건설은 충분한 휴식 후 최하위 정관장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지만, 분위기 전환에 실패할 경우 순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부상이라는 변수 앞에서 상위권 팀도 예외는 없다. 대한항공과 현대건설이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이번 시즌 V리그 판도 역시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비예나 ‘트리플 크라운’ 폭발…KB손보, 우리카드 제압

하현용 감독 대행이 이끄는 의정부 KB손해보험이 서울 우리카드를 꺾고, 하루 만에 V리그 남자부 3위 자리를 되찾았다. KB손해보험은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6 V리그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대1(25-17, 26-24, 21-25, 25-19)로 제압했다. 최근 2연승을 달린 KB손해보험은 승점 37을 기록하며 전날 수원 한국전력에 내줬던 3위 자리를 곧바로 회복했다. KB손해보험은 세터 황택의, 아웃사이드히터 나경복 임성진, 미들블로커 박상하 차영석, 아포짓스파이커 비예나, 리베로 김도훈 지은우가 출전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외국인 공격수 비예나가 있었다. 비예나는 양 팀 최다인 27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고, 4세트에는 서브 에이스를 추가하며 개인 통산 10번째 트리플크라운을 완성했다. 국내 선수들의 지원도 빛났다. 나경복은 친정팀 우리카드를 상대로 21점을 기록하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다. 세터 황택의는 속공과 분산 배급을 적절히 활용하며 상대 블로킹을 흔들었고, 경기 운영 전반을 안정적으로 조율했다. 1세트는 초반 팽팽한 흐름 속에서 갈렸다. 세트 중반 우리카드 알리가 수비 과정에서 코트를 벗어난 사이 KB손해보험이 연속 득점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비예나와 임성진의 백어택이 살아났고, 나경복의 블로킹까지 더해지며 점수 차를 벌린 KB손해보험이 안정적으로 첫 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는 접전이었다. 우리카드가 알리와 이상현을 앞세워 흐름을 뒤집기도 했지만, KB손해보험은 흔들리지 않았다. 세트 막판 비예나가 직선 공격과 서브 득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해냈고, 듀스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며 연속 득점으로 2세트까지 손에 넣었다. 벼랑 끝에 몰린 우리카드는 3세트에서 변화를 줬다. 김형근을 투입해 공격 활로를 찾았고, 박진우와 아라우조가 살아나며 분위기를 바꿨다. 수비가 살아나면서 반격이 이어졌고, 세트 후반 김지한의 백어택으로 한 세트를 만회했다. 하지만 승부는 4세트에서 다시 기울었다. 비예나가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개인 통산 10번째 트리플크라운을 완성했고, KB손해보험은 초반부터 점수 차를 벌렸다. 우리카드가 알리를 재투입했지만 공격 효율은 떨어졌고, 나경복의 블로킹과 황택의의 서브 에이스가 이어지며 승기를 굳혔다. 결국 나경복의 마무리 득점으로 경기는 KB손해보험의 승리로 끝났다.

수원 현대건설, 선두 도약 놓고 도로공사전 ‘사활’

수원 현대건설이 다시 한 번 리그 판도를 뒤집을 갈림길에 섰다. 멈춰 섰던 연승의 관성은 사라졌지만, 선두를 바로 눈앞에 둔 긴장감은 오히려 팀을 다시 각성시키고 있다. 2위 현대건설(13승7패·승점 38)은 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선두 한국도로공사(15승2패·승점 40)와 맞대결에서 승점 3을 확보할 경우 단숨에 정상 도약이 가능하다. 시즌 흐름을 가를 분수령이자, 사실상 ‘선두 결정전’이다. 현대건설은 직전 패배 전까지 8연승을 질주하며 리그 판도를 흔들었다. 강성형 감독은 상승세의 원인으로 개인 기량보다 팀 내부의 신뢰와 호흡을 먼저 꼽았다. 빠른 템포의 공격 전개가 자리를 잡았고,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든 뒤 블로킹으로 연결되는 약속된 수비 패턴이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상승세의 제동이 걸린 뒤에는 체력 부담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강 감독은 “지쳐 있는 선수들이 있었고, 교체 타이밍도 매끄럽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공격 효율이 떨어지며 경기 운영 전반이 흔들렸고, 센터진 역시 체력 소모가 누적되며 부담이 커졌다. 다만 이는 추락의 신호라기보다 과정 속의 고비에 가깝다. 강 감독은 “시즌 초반보다 훨씬 높은 위치까지 올라왔고, 우리 팀의 색깔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늦게 맞춰진 전력이지만, 경기 수가 쌓일수록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건설의 반등 동력은 특정 스타가 아닌 집단의 힘에 있다. 중앙에서는 양효진과 김희진이 중심을 잡았고, 세터 김다인을 중심으로 한 공격 조율 역시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외국인 선수 카리 역시 점유율은 크지 않지만 블로킹, 서브, 그리고 경기 내 에너지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공격을 독점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순간 힘을 보태는 구조는 현대건설 배구의 방향성을 상징한다. 특정 한 명이 아닌 여러 선택지에서 득점이 나오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한국도로공사는 리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팀으로 평가받는다.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뛰어나고, 이른바 ‘삼각 편대’가 고르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경기 내 기복이 적다. 강 감독이 “완벽한 팀워크를 가진 팀”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결국 승부의 관건은 체력 회복과 득점 분산이다. 현대건설이 8연승 기간 보여줬던 다채로운 공격 루트와 빠른 템포를 되살린다면,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연승의 끝은 위기가 아니라 시험이었다. 선두를 마주한 이 한 경기는 현대건설이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넘어설 수 있는 분기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