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 용서고속道, 이제 상세한 공약 내야

선거철이면 용인에 등장하는 사업이 있다. ‘제2 용인~서울 고속도로’(제2 용서고속도로) 공약이다. 만성 정체에 시달리는 용서고속도로다. 그중에서도 수지~금토 구간의 상황이 최악이다. 출퇴근 시간에 들고나는 모든 차량 운전자가 고통이다. 추가 노선을 새롭게 놓는 것 외에 해법이 없다. 총선, 지선 등 각종 선거에서 지역 공약으로 채택됐다. 2025년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용인지역 공약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6·3 지선에서도 거론될 것이 확실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일련의 진행 상황이 보인다는 점이다. 2023년 12월 현대건설이 국토부에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용인 수지 서수지IC에서 성남 금토JCT까지 약 9.6㎞ 구간이다. 기존 용인~서울 고속도로는 서울 세곡 방향으로 이어진다. 신설 노선은 판교와 경부고속도로로 직접 연결한다. 노선을 우회하고 차량을 분담하는 성격을 갖는다. 국토부가 지난해 8월 자체 판단을 거쳐 민자 적격성 조사를 의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검토 중이다. 도로 정책 문서에 ‘제2 용인~서울 고속도로 적격성 조사(2025년 이후)’라고 돼 있다. 도로 사업명이 부과된 것이다. 향후 남은 절차가 많이 있기는 하다. 당면한 절차는 민자 적격성 조사 통과다. 그 뒤부터 제3자 제안 공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실시설계, 착공의 순서가 기다리고 있다. 그 끝에 2030년 전후 개통 가능성이 나온다. 만성 정체에 시달리던 지역민들이다. 대안 사업이 행정 절차에 포함된 것이 다행이다. 완공 예상 시기를 접하는 것도 희망적이다. 용서고속도로는 2009년 개통했다. 강남 접근성 때문에 교통량이 폭증했다. 2010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서수지IC와 판교 인근, 헌릉IC 진입 구간은 출퇴근 시간 상습 정체 구간이다. 진입 구간인 수원시민의 피해도 말할 수 없이 크다. 수지에서 판교로 이동하는 시간이 현재 20~30분이다. 이 시간이 10~15분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분산 효과는 용서고속도로 모든 구간에서 나타날 것이다. 수원·용인·성남시의 한목소리가 필요해진 이유다. 물론 곳곳에 변수가 있다. 민자사업이라는 점이 제일 큰 불확실성이다. 통행료 수준과 수요 예측에 따라 사업성이 좌우된다. 통행료 부담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체증 최악’ 용서고속도로가 ‘최단 수익 전환’ 고속도로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판교·금토 일대의 우려다. 환경 훼손 논쟁과 노선 문제다. 산지 훼손과 소음, 교통 집중을 우려하는 주민 의견이 많이 있다. 노선 변경까지도 염두에 두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결국 제2 용서고속도로는 필요성과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이 사업을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지와 용인 일대는 강남과 판교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고, 교통 문제에 대한 체감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선거 때마다 교통 공약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약속은 나올 것이다. 반드시 나와야 한다. 이제는 그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진행된 행정을 공약도 따라가야 하니까 말이다.

[사설] 학폭 기록 대입 반영 혼선, 법 원칙이 적용돼야

2026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생긴 변화가 있다. 학교폭력 처분 기록의 학생부 반영 의무화다. 학폭에 대한 경계를 보다 엄격히 하겠다는 접근이다. 당연히 당락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기본 취지에 이견을 논할 건 없다. 문제는 처분 불복과 불복 상태, 반영 방식이다. 학생이 학폭 처분의 집행정지를 받았을 때 처리다. 원 처분 사항을 기재해야 한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법조계는 원 처분 사항을 기재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최근 학폭 처분과 관련해 주목할 현상이 있다.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심판·소송이 늘고 있다. 실제로 억울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면 대입 영향을 없애려는 의도적 신청일 수도 있다. 신청된 ‘학폭 처분 결과 집행정지’ 중에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인용된 상태에서 충돌이 발생한다. 집행정지 인용 이전의 원 처분 결과를 서류에 남겨야 하느냐 없애야 하느냐다. ‘지워야 한다’는 게 법조계 의견, ‘남겨야 한다’는 게 교육계 입장이다. 대법원 판례는 명확하다.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됐다는 것은 사건 판단을 다시 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의 처분은 없는 상태가 된다. 그래야 새로운 심의가 성립된다.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련 기록을 삭제하는 게 맞다. 해석은 여기에서 더 진척된 입장까지 있다. ‘집행정지 중’이라는 문구조차 부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확정 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고 이런 헌법 가치는 어느 경우든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다르다. 최초 처분 시점을 기준으로 학생부 기재가 완료됐다고 본다. 이를 토대로 대입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집행정지 신청’을 시간 끌기용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경계한다. 때마침 올해 늘고 있는 집행정지 신청도 주목하고 있다. 학폭 기록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학폭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타당성 있다. 학폭과 학사 관리, 대입 반영에서 보면 그 필요성도 갖고 있다. 이런 경우 선택해야 할 것은 법과 원칙이다. 집행정지는 법치가 규정한 제도다. 이 제도의 효력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 학폭을 포함한 학사와 대입에도 예외일 수 없다. 교육계가 얘기하는 학생부 기재, 대입 시기 감안은 지극히 행정 중심적 판단이다. 행정편의적이다. 사건 처리에 시한을 규정해도 된다. 대입 서류 제출의 방식과 시기를 바꿀 수도 있다. 토론하면 방도는 있다. 어떤 경우든 교육이 학폭 잡자고 법을 무시하는 건 안 된다.

[지지대] 도산의 의미 있는 걸레질

왁자지껄했다. 짚신을 신은 사람들이 서로의 상투를 거머쥔 채 악다구니를 쓰고 있어서다. 이들은 조선인 인삼 장수들이었다. 영역 침범이 다툼의 원인이었다. 구경꾼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장소는 어디였을까. 미국 남부지방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조선 청년이 있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청년이 태평양을 건너온 목적은 신학문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같은 광경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바로 동포들의 집을 찾아다녔다. 걸레로 집 안 구석구석을 닦고 훔쳤다. 빗자루로 쓸기도 했다. 당시 미국인들은 우리 동포들이 사는 집이 화장실보다 더 더럽다고 흉보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선 일이었다. 1902년 3월 중순이었다. 청년의 이름은 도산 안창호다. 역사는 가끔 낡은 흑백사진 속에서 미래를 묻는다. 120여년 전 태평양 건너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디뎠던 조선인의 삶은 처참하고 지난했다. 나라를 잃은 설움은 기본이었다. 그보다 더 살을 파고드는 고통이 있었다. 서구 사회가 덧씌운 지독한 차별과 멸시의 낙인이었다. 서구인의 눈에 비친 조선인은 그저 ‘미개하고 더러운 동양인’일뿐이었다. 인간으로서 존엄도 철저하게 부정당했다. 가난과 비위생이라는 굴레가 천형처럼 옥죘다. 그 절망의 한복판에서 도산이 택한 건 분노 대신 걸레질과 빗자루질이었다. 나라를 되찾으려는 지도자 입장에서 보면 하찮은 일이라 여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도산에게 청소는 우리 민족을 향해 덧붙여진 ‘더럽다’는 편견의 얼룩을 지워내는 성스러운 의식이자 독립운동이었다. 이 짧은 문장 속에 담긴 메시지는 심오했다. 도산은 사소한 노동, 작은 행동 하나가 모여 한 민족의 국격을 완성한다는 사실을 꿰뚫어 봤다. 정직한 땀방울과 단정한 태도가 곧 조국의 얼굴이 된다는 가르침이었다. 이 같은 실천 덕분에 조선인은 ‘성실하고 깨끗한 민족’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훗날 독립운동의 거룩한 도덕적 자산이 됐다. 도산의 걸레질과 빗자루질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게 아닐까라는 발상은 지나친 비약일까. 문득 드는 단상이다.

[현장여담] 일상이라는 당연한 안전을 위해

2024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827명이다. 하루 평균 2.27명이라는 수치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여전히 위태롭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특히 경기도는 같은 기간 242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이는 전국 최대 규모로 경기도의 활발한 산업활동 이면에 그만큼 높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더욱 뼈아프다. 우리나라의 산재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비율)은 0.39로 일본의 3배, 독일의 5배에 달한다. 세계적인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우리의 안전 수준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단계다. 통계 숫자 뒤에는 한 사람의 고귀한 생애와 한 가정의 무너진 일상이 담겨 있다. 일터로 향했던 이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이 반복되는 것은 산업안전이 단순히 규정이나 관리의 영역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문제임을 시사한다. 그간 산재를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돼 왔음에도 인력과 여건이 부족한 중소사업장과 소규모 공사 현장은 여전히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세밀한 부분까지 살필 수 있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별 산업 구조와 현장의 특수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지방정부가 직접 나설 때 비로소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도는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아닌 사전에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현장 중심의 예방정책인 ‘지중해(지역 중대재해 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의 ‘지중해’ 사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운영된다. 첫째,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영세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단지 위험성평가’를 지원한다. 전문가가 현장을 찾아 작업 공정과 환경의 위험 요인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사고를 근본적으로 차단한다. 둘째, 빈번하게 발생하는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지붕 추락재해 예방 기술지도’를 실시한다. 지붕 개·보수나 태양광 설치 등 고소작업 현장을 방문해 안전시설 설치를 유도하고 작업 방식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셋째,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정보 접근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안전역량 강화 사업’을 추진한다. 맞춤(체험)형 교육을 통해 스스로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산업현장의 안전은 특정 기관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기울일 때 비로소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필수 조건이다. 일터에서의 안전은 선택이 아닌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약속이다. 평범한 하루를 지탱하는 안전이 결코 우연이 되지 않도록 경기도는 산업안전의 사각지대를 지우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고] 정치의 계절, 다시 묻는 ‘정직과 의리’

정치의 계절이 다가올수록 말은 많아지고 진정성은 흐릿해지기 쉽다. 화려한 수사와 계산된 메시지는 넘쳐나지만 그 말의 무게를 끝까지 감당하려는 태도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역사 속에서 정치와 인간의 본질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1801년 정조 사후 권력 교체기에 벌어진 신유박해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표면적으로는 종교 문제였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갈등이 낳은 비극에 가까웠다. 노론 벽파가 남인 시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천주교를 ‘사학(邪學)’으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숙청을 벌였고 수백명이 처형되거나 유배되는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실학자 가문 역시 화를 피하지 못했다. 셋째 형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둘째 형과 막내는 유배길에 올라야 했다. 권력의 광풍 속에서 가족과 사상이 함께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특히 널리 전해지는 한 문장이 있다. 국문장에서 남겼다고 전해지는 말이다. “어찌 감히 위로 임금을 속일 수 있으며 아래로 형을 증거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권력의 압박 속에서 거짓 자백을 하거나 가족을 밀고하는 길을 택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정치적 선언이라기보다 한 인간의 중심을 보여주는 말이었다. 공포가 지배하던 시대에도 양심과 천륜을 지키겠다는 선택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역사는 종종 형태만 바꾼 채 반복된다. 당시에도 밀고와 권력의 횡포가 있었고 지금도 갈등과 분열은 정치의 일상이 된 듯하다. 말은 점점 거칠어지고 신뢰는 얇아진다. 서로를 설득하기보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에너지를 쓰는 정치 속에서 시민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정치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보다 기본적인 원칙일지 모른다. 공직의 본령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에 있고 정치의 출발점은 계산이 아니라 신뢰에 있다. 마음을 잃지 않는 정치, 그것이 가장 어렵지만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18년의 유배 속에서도 수많은 저술을 남기며 후대에 깊은 영향을 끼친 한 실학자의 삶은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한다. 역경은 좌절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오히려 원칙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시간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공동체를 향한 고민과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치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가보다 누가 더 오래 원칙을 지킬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직과 책임을 붙드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오늘 우리 정치가 회복해야 할 최소한의 의리일지 모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생각 더하기] 베풀수록 커지는 평등의 힘

3월의 이른 봄기운이 만연해지면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날이 있다. 바로 매년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던 용기 있는 발걸음을 되새기는 날이다. 그 시작은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궐기였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안전의 부재, 참정권 박탈에 맞선 그들의 외침은 인간다운 삶을 향한 절박한 요구였다. 이후 이는 세계 여성 인권운동의 상징이 됐고 우리나라도 2018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며 성평등이 사회 전체가 지켜야 할 약속임을 공고히 했다. 권리는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완성된다. 1898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인권선언문인 ‘여권통문’은 교육·정치·경제 영역에서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100여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여성들은 여전히 일터와 가정,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차별과 불평등을 마주한다. 경제활동 참가율과 임금 격차, 의사결정 영역에서의 낮은 대표성은 성별 격차가 여전히 구조적 장벽으로 존재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기에 경력중단과 돌봄 부담, 디지털 성범죄와 스토킹, 혐오 표현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안전과 존엄을 위협하는 과제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인천시는 이러한 현실을 해소하기 위해 성평등을 시정의 핵심 가치로 두고 정책과 제도를 정비해 왔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추진 중인 ‘제2차 인천양성평등정책 종합계획’은 일·생활 균형과 돌봄안전망 강화, 여성폭력 근절, 성인지 교육과 행정 역량 강화, 대표성 확대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공직사회와 지역사회 전반에 성인지 관점을 확산하기 위해 공무원과 시민 대상 교육을 확대하고 정책 수립, 집행, 평가 전 과정에서 성별 영향을 분석하는 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돌봄 공백을 줄이고 취약계층 여성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며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폭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평등을 향한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고용과 돌봄 등 삶의 전 영역에서 성별 격차는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디지털 공간의 혐오와 왜곡된 인식은 사회적 갈등을 키우는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성평등은 특정 계층의 요구가 아닌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모두를 위한 도시’ 실현의 필수 토대인 성평등 없이는 진정한 도시 발전도 시민의 행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일상에서 차별 대신 존중을 선택하고 있는지, 불평등한 관행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말이다. 성평등은 여성만의 과제가 아니다. 남성과 청년, 어르신 등 모든 시민이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의 책임이다. 서로의 경험에 공감하며 불평등을 한 걸음씩 고쳐 나갈 때 비로소 ‘함께 사는 도시’는 완성될 수 있다. 3·8 세계 여성의 날은 과거의 용기를 기리며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 날이다. 인천시는 앞으로도 성평등 가치를 시정 전반에 확산시켜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안전한 일터와 공정한 평가, 돌봄의 무게를 함께 나누는 공동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고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상생의 틀을 넓혀 나갈 것이다. 특히 2026년 세계 여성의 날 주제인 ‘베풀수록 커진다(#GiveToGain)’는 성평등 실천이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는 바탕이 되고 나아가 공동체 전체의 가치를 키운다는 상생의 원리를 담고 있다. 인천이 앞장서 평등의 기준을 높이고 변화를 앞당기기를 소망한다. 거창한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 내 자리에서 공정과 존엄을 선택하는 작은 실천이다. 모두가 각자의 잠재력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인천의 미래를 시민의 일상 속에서 실현해 나가겠다.

[경기만평] 심기불편...?

[사설] 경기교육감선거, 이재명표냐 김상곤표냐

유은혜 경기교육감 예비후보가 독서 정책을 발표했다. AI시대 심각하게 사라져 가는 게 독서문화다. 문해력의 약화는 사회적 문제로 제기될 상황까지 와 있다. 교육감 후보로서 매우 적절한 정책적 어젠다를 던졌다. 250개 학교에 독서 활동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도 했다. 부모까지 참여시키는 프로그램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일단 3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기본독서’다. 유 예비후보의 정책적 틀은 기본 시리즈다. 앞서 교육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다. 모든 고등학생에게 연 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독서·문화예술·체육 활동에 주는 지원이다. 370억원이 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다 큰 틀의 공약을 아우르는 구호도 ‘경기도형 기본교육’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적 브랜드가 기본소득이다. 적어도 정치적 브랜딩은 분명히 차용하고 있다. 우호적 평가도 많고 비판적 의견도 많이 있다. 안민석 예비후보의 정책 방향은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에 가 있다. 11일 공약을 발표했는데 ‘안심에듀버스’다. 쉽게 풀면 경기도 전역에 무상 통학버스를 운영하겠다는 말이다. 통학을 지원하는 순환버스는 일부 시·군에서 시행하고 있다. 시·군과 연계 사업으로 시행하면 시·군비가 투입될 수도 있다. 앞서 안 예비후보는 중학교 1학년에게 100만원의 펀드를 조성하는 공약도 발표했다. 현금성 공약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안 예비후보는 김 전 교육감의 지원을 받고 있다. ‘무상급식파(派)’로 불리는 참모진도 상당수 포진해 있다. ‘기본’과 ‘무상’이 지닌 공통의 과제가 있다. 재원 확보와 지속가능성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소득은 이랬다. 연 25만~100만원 지급이다. 국토보유세, 탄소세, 데이터세를 재원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는 보류 또는 후퇴 상태다. 김상곤 전 교육감의 무상복지도 그렇다. 2009년 당시에는 ‘무상’ 자체가 생소했다. 하지만 그 후 무상복지·반값복지는 일상이 됐다. 희소성이 떨어졌고 그만큼 추진의 실익이 반감됐다. 무엇보다도 본질적 질문이 있다. 고등학생에게 10만원 주는 기본소득과 중학교 1학년에게 100만원 주는 학생 펀드다. 이게 교육과 무슨 관련이 있나. 물론 정치 공학에서 정당성은 표로 환산된다. 표가 되면 뭐든지 한다. 그렇다고 언론까지 나서 부채질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경기도교육감선거 아닌가. 그런데 정책은 사라지고 정치 브랜드 경쟁만 판친다. 전국 최대 정치 실험장의 흉내내기 무대가 된 셈이다. 기본도, 무상도 모두 현금성 정책이다. 내용은 차이 없고 액수만 구분된다. 유·안 예비후보에는 경선이 남았다. 퍼주기 경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걱정이다.

[사설] 닥터헬기 계류장 또 연기... 이마저 기약이 없다니

인천 닥터헬기의 계류장이 또 멀어질 모양이다. 인천시가 1년4개월 뒤로 미뤘다. 계획상으론 내년 하반기다. 계획대로라 해도 내후년에나 조성 가능하다. 해당 지역 주민들 동의를 얻지 못해서라 한다. 그러나 결국 눈앞에 닥친 선거 때문일 것이다. 인천 닥터헬기의 떠돌이 생활 청산이 기약이 없다. 인천시는 남동구 월례근린공원에 닥터헬기 계류장 터를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인천 남동구의회가 제동을 걸면서 멈춰 섰다.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 주민 반발을 이유로 들었다. 이후 인천시가 1년여 동안 주민 동의를 얻어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인천시가 최근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 사업 기한을 내년 7월31일까지로 연장하는 고시를 했다. 기존 계획보다 1년4개월 더 미뤄진다. 지난해 4월 남동구의회는 계류장 부지 3천440㎡(1천40평)에 대한 공유재산 변경을 보류시켰다. 주민 수용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계류장 사업을 위해 인천시가 남동구로부터 사들이려던 땅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 일단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공사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중지했다. 사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이어 주민협의체를 꾸리고 인근 주민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도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주민 반대가 여전해 공회전만 거듭하는 상태다. 이곳 계류장 후보지는 가까운 아파트 단지와 450m나 떨어져 있다. 닥터헬기는 일주일 평균 두 차례 정도 운항한다. 소음 피해에 대비, 주변에 10m 높이의 방음벽도 세운다. 인천시는 지난 1년여 이런 점을 들어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인천 닥터헬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계류장, 격납고가 없다. 현재는 부평의 505항공대대를 임시로 쓰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올해 수원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 닥터헬기 계류장을 확보한다. 닥터헬기는 2011년 인천에서 맨 처음 날았다. 섬이 많은 지역이라 생명의 ‘골든타임’이 더 중요해서다. 그간 2천회 가까이 출동, 수많은 생명을 지켜냈다. 그러나 15년이 지나도록 둥지도 없이 떠돌고 있다. 인천시청 운동장, 문학경기장, 김포공항 등 일곱차례나 임시계류장을 전전했다. 지금의 505항공대대도 부대 이전으로 곧 떠나야 한다. 닥터헬기는 위급에 처한 생명을 구하는 날개다.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닥터헬기에 오를 수 있다. 일부 반대가 있다고 해서 지방의회가 가로막고 나서면 책임 있는 ‘자치’라 할 수 있겠나. 시간만 축내는 인천시의 행정력 부재도 새삼 돋보인다. 내년 하반기라고는 하지만 또 그 때 가봐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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