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29일 강남구 신사동 골목. 만취한 미군이 차량을 훔쳤다. 차량을 몰고 오산까지 도주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당한 재산 피해다. 같은 달 1일 경기도 동두천시 한 도로. 미군이 택시비 7만7천원을 내지 않았다. 돈 달라는 기사를 때리고 달아났다. 대한민국 국민이 당한 재산·폭행 피해다. 두 범행에는 ‘도주’라는 구속사유가 있었다. 국민 이익을 보호하려면 수갑을 채웠어야 했다. 하지만 구속도 안 됐고, 수사도 안 받았다. 그해 453건의 주한미군 범죄가 있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마약사범, 유사강간, 강제추행, 공연음란,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특수절도, 폭행....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 피해자다. 대한민국 법률 위반이고. 단 한 명도 쇠사슬에 묶이지 않았다. 장갑차에 짓밟힌 ‘두 소녀’의 역사가 있다. 여중생 둘이 미군이 모는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주둔군지위협정(SOFA)로 미군은 보호 받았다. ‘한국에 도움 주는 미군’이란 정서가 깔려 있다. ‘미국에 도움 주는 한국’은 없나. 우리는 조지아주(州)를 그런 곳으로 알았다. 지난 3월 현대차 매가플랜트가 완공됐다. 지역 일자리가 급증했다. 서배너 교외 풀러는 인구가 22% 늘었다. 현대차는 조지아공과대학에도 투자했다. 지역 사회복지단체에 15만달러도 기부했다. 새로운 55억달러 투자 지역도 여기다. 올 3월 백악관에서 발표했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 옆에 트럼프 대통령이 섰다. 윙크 세 번에 ‘땡큐 현대’를 연발했다. 그리고 5개월. 미 연방이 현대가 짓는 공장을 급습했다. 장갑차 들이대고, 벽에 몰아세우고, 쇠사슬로 팔 다리 묶었다. 더럽고 벌레 들끓는 수용소에 감금했다. 한국 기업 현장을 겨냥한 노골적인 한국인 사냥이다. 외교적 표현은 점잖다. ‘유감 표명’ ‘재발 방지 요구’.... 하지만 국민 분노는 점잖지 않다. 영어 표현은 모르겠는데. 이건 그냥 ‘배은망덕’(背恩忘德)이 맞다. ‘남에게 입은 은덕을 저버리고 배신하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미국에서도 ‘문제 있다’는 평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체포 작전은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미 제조업 확장’이 그의 공격적 이민 단속과 출동하며 이해관계 상충을 드러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6일자 논평이다. 트럼프 스스로도 모순을 인정하는 듯 하다. “(미국 입국의) 합법적 길을 열어줄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 정부만 다르다. ‘근로자 석방’만 계속 강조했다. ‘국민 분노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그 수위는 알려진 바 없다. 야당 논평도 묘하다. “미군기지 압수수색, 이번 사태와 관련 있는지 답해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일성이다. 수백명 끌려가고, 가족들 놀란 와중에 내놓은 말이다. 일부 유튜브에 펴진 소문이다. 그렇다고 이걸 제1 야당 대표가 받나. 혹여 사실이라면 어떻게 결론 지을 건가. ‘미군 기지 압색은 이재명 정부 과오다. 그러므로 한국 근로자 체포는 미국의 정당한 보복이다.’ ‘미군 영장 1장이 한국 근로자 300명 값이다.’ 이 말인가. 그 근로자들, 미국인 일자리를 만드는 중이었다. 공정률이 건물 95%, 설비 50%였다. 곧 끝내고 철수할 수 있었다. 그들을 체포해 끌고 갔다. 그러면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예로 자랑했다. 이 모욕 어디에 대한민국 여·야가 있나. 대한민국 좌·우파가 무슨 상관인가. 그저 역사에 남은 모욕·배신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 책임도 여기서 찾아봐야 한다. 한 치 앞 재앙을 모른 책임. 국민 분노를 밝힘에도 당당하지 못한 책임. 근로자 석방은 진짜 싸움의 시작이다. 비자 문제 해결해야 하고, 대미 투자 점검해야 하고, 국민 분노 풀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근로자, 국민이 산다. 방금 뜬 외신이 있다. “신뢰할 수 없게 된 미국,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전 발행인이 진단한 조지아 사태의 심각성이다. 여야 싸움, 좌우 대결의 소재로 몰고 갈 문제가 아니다. 主筆 김종구
오피니언
김종구 주필
2025-09-1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