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카카오 무죄’가 ‘김용 무죄’에 희망 줬을까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씨에 무죄가 선고됐다. 사건 크기로만 따지면 사회면이 딱 맞다. 그런데 이게 1면 주요 기사로 배치됐다. 무죄를 선고하며 판시한 내용 때문이다. 공소사실은 김씨의 주가 조작 혐의였다. 김씨는 그런 적 없다고 항변했다. 제3자 진술이 검찰 쪽이었다. ‘(김범수와) 시세조종을 공모했다’. 이 진술을 판사가 인정하지 않았다. ‘별건 조사를 했고,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그러므로 ‘허위 진술을 할 이유가 명확하다’. ‘서랍 속 공소사실’이란 말이 있다. 기소 않고 ‘겁만 주는’ 범죄 사실이다. ‘진술’과 ‘처벌’을 맞바꾸는 수사 기술이다. 플리바게닝 또는 리니언시로 풀이된다. 프랑스, 미국, 일본에서는 널리 활용된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반칙이다. 검찰이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안 됐다. 그래도 수사 현실에서는 자주 등장한다. 바로 이 ‘기술’을 지적한 김범수씨 판결이다. 판사가 직접 ‘리니언시’를 언급했다. “수사가 진실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굳이 1면으로 튀어나와도 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심리적 압박 상태에서의 진술은 인정할 수 없다. 이 진술이 유력 증거라면 그 사건은 무죄다.- 많은 이들이 이 법리를 대입했다. 대입했을 거 같다. 윤석열 검찰에서 기소된 ‘이재명 관련’이다. 이재명 야당 대표를 정점에 둔 재판들이다. 중심에 대장동 재판이 있다. 이 대통령 본인이 기소됐다. 측근들도 줄줄이 엮여 있다. 그중 가장 앞서 가는 사건이 있다. 김용씨 재판이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징역 5년이 선고된 상태다. 공소장 속 뇌물 전달자는 유동규씨다. 돈을 받은 수수자는 김용씨다. 유씨는 ‘줬다’고 하고, 김씨는 ‘안 받았다’고 한다. 물증 없는 뇌물 사건의 전형이다. 그래서 등장한 게 남욱·정영학씨 진술이다. 돈 만들고, 전달했다는 사람들이다. 항소심은 이들 진술에 신뢰를 두고 있다. “유동규에게서 허위 진술의 동기를 찾을 수 있다 해도 나머지 남욱과 정민용에게는 찾을 수 없다.” 그랬던 남·정씨의 진술이 바뀌었다. “김용·정진상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건 몰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들었다”, “팩트와 다른 증언을 했다”. 남씨의 최근 진술이다. “유발된 착오에 기인한 진술이었다.” 정씨의 최근 진술이다. 두 사람 주장에 겹치는 부분이 있다. 구속 수사 등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말한다. 실제로 둘은 600억, 1천억 배임 사건 피고인이다. ‘심리적 압박 때문에 진술했다.’ 카카오 김범수 판결문 속 논리다. 김용 측에서는 번복된 진술을 진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무죄라는 얘기다. 검찰에서는 터무니없는 번복이라고 주장한다. 여전히 유죄가 맞다는 얘기다. 남·정씨 진술의 진실을 누가 알겠는가. 판단은 자유지만 정답은 없다. 번복 자체가 오염일 수도 있다. 여기에 정치 환경의 변화도 있다. ‘수사하던’ 정부가 ‘수사받던’ 정부로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 진술이 ‘이재명 정부’ 진술로 바뀌었다. 여기 무슨 정의가 있을까도 싶다. 어차피 재판은 선악(善惡)을 찾지 않는다. 꼬리 자른 돈의 행방을 알 수도 없다. 단지 주어진 건 서류에 담긴 공소사실이다. 돈 줬다는 날짜, 장소, 정황이 적혀 있다. 그 내용의 합리성과 모순을 찾아가는 거다. 공여자 진술은 고법에서 부정됐다. “유동규에게서는 허위 진술의 동기를 찾을 수 있다.” 전달자 진술에는 신뢰가 주어졌다. “남욱과 정민용에게는 (허위 진술의 동기를) 찾을 수 없다.” 근데 이 진술도 뒤죽박죽됐다. 온전히 남은 건 김용과 유동규다. 진실을 훤히 알고 있을 둘이다. 어느 한쪽이 거짓말하고 있다. 이제 대법원이 심판할 것이다. 판결이 잔인한 건 중간이 없어서다. ‘상고 기각’ 또는 ‘파기 환송’, 하나만 고르고 그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양평 사건, 산 자 기억은 특검 설명과 다르다

도로에 내걸린 만장이 줄어들었다. 무겁게 눌렸던 군청 마당도 밝아졌다. 거리를 오가던 취재차량도 확 줄었다. 돌아보면 10월10일은 충격이었다. 현직 양평군 면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33년간 봉직해 온 토박이였다.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고 나온 차였다. 수사의 모욕, 강압, 왜곡을 주위에 남겼다. 충격과 분노가 지역을 덮었다. 그랬던 양평군이 조용해지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더니. ‘정 면장’만 말이 없다. 특검도 조용하다. ‘정 면장’ 죽음의 출발은 특검이다. 강압 수사와 조서 왜곡을 호소했다. 변호인이 신문조서 열람·복사를 요청했다. 고인의 한(恨)이 지목된 중요한 자료다. 거부당했다. ‘당사자 사망으로 변호 대상 소멸'이 특검 입장이다. 고인이 지목한 행위자가 있다. 특검 소속 수사관들이다. 이들도 여전히 업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외관상 특검은 달라진 게 없다. 정말 죽은 자만 말이 없다. 빠른 속도로 잊혀 간다. 극단적 선택은 절대로 안 된다. 본인에게 비극이다. 생명과 바꿀 절규는 없다. 모든 건 죽음으로 묻힌다. 동료들이 도와줄 수 없다. 아픈 가슴을 부여잡을 뿐이다. 유가족도 해 줄 게 없다. 진실을 모르긴 마찬가지다. 이슈만 쫓는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산 자’들의 목소리가 남았다. 김건희 특검에 소환됐고, 그 조사실에서 조사 받고, 특검 수사관에게 심문을 받은 사람들. 이들의 조용한 목소리다. 이들의 목소리 하나. ‘영상 녹화 의사를 물어 본 적 없다.’ 공직자 A, 공직자 B, 또 다른 참고인.... 공통된 주장이다. 특검이 동의를 구한 적 없다고 한다. 또 있다. ‘조사실에 녹화 시설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 역시 복수의 당사자가 더듬는 기억이다. ‘수사 녹화 영상’은 논란의 중요한 열쇠다. 언론도 사건 초기부터 공개를 요구했다. 특검의 공식 답변은 이랬었다. “숨진 공무원이 수사 당시에 영상 녹화를 원하지 않았다.”(13일 특검 브리핑). 이들의 목소리 둘. ‘CCTV 속 배웅 장면’ 설명이 다르다. ‘정 면장’ 죽음은 10일 확인됐다. 같은 날 특검이 관련 입장을 냈다. “수사 과정에 강압·회유는 없었다.” 그러면서 CCTV 장면 하나를 소개했다. “담당 경찰관이 A씨를 건물 바깥까지 ‘배웅’하며 안전하게 귀가하도록 했다... 강압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간접적인 정황’이다.” ‘산 자들’은 다르게 설명한다. “‘배웅’ 아니다. 시스템상 문을 열어줘야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문 열어 준 것뿐이다.” 이들의 목소리 셋. 공직자 A의 말을 옮겨 보자. “지시받은 적 없고 보고한 적도 없다. 그런데 사실대로 말해도 믿어주지 않았다... 숨진 ‘정 면장’의 메모를 보고 마치 내가 쓴 것 같았다.” 덧붙인 말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수사관이 ‘조사받은 내용을 어디 가서 말하지도 말고 조사받은 사람끼리 연락하지도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피조사자가 일상까지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 면장’도 수사 후 ‘압박’과 ‘고통’을 말했는데.... 너무 닮았다. 사람이 죽었다. 33년 공직자였다. 목숨을 버리며 억울함을 남겼다. 진실은 아직 모른다. 예단할 일도 아니다. 망자의 한이 과했을 수도 있고 특검의 수사가 과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조사해서 밝히자는 거다. 그런데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 특검이 약속한 감찰 수준의 내부 조사? 결과 없다. 경찰 등 외부 기관의 진상 파악? 소식 없다. 인권 보호에 소홀함 없도록 만전을 기한다? 그 수사관들은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양평 공직사회가 불안하다. 관련 공직자들은 말도 무서워 한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양평 면장 사건, 부검은 있고 조사는 없고

세상에 소식을 전한 건 경기일보다. ‘황 기자’의 단독 보도였다. 보도 시각이 10월10일 오후 2시23분이다. ‘정 면장’이 발견된 건 11시14분.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상태로 있었다. 죽음을 전제한 유서가 확인됐다. 타살 혐의점으로 알려진 게 없다. 경찰도 애초 타살 혐의는 없다고 봤다. 그런데 하루 뒤 부검 영장이 청구됐다. 당시까지 유가족은 반대했지만 부검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13일 부검했다. ‘관심이 큰 사건, 정확한 사인 규명.’ 경찰 입장을 잘 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분명 하다. 우리 정서에 부검은 거부감이 크다. 유족 뜻은 그래서 중요하다. 멀지 않았던 예가 ‘백남기 사건’이다. 이명박 정부 때 경찰 물대포에 맞았다. 의식을 잃고 300일 만에 숨졌다. 경찰이 부검 영장을 청구했고 판사가 발부했다. ‘부검 반대’ 요구가 거셌다. 그때는 진보 진영의 목소리였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거기 있었다. 정황은 극단적 선택을 가리킨다. 특검 조사를 마친 불안정한 상태였다. 동의한 진술에 대한 유감을 말하고 있었다. 정황을 기록한 메모를 주변에 전했다. 생을 정리하는 유서도 작성했다. 부검의 목적이 뭔가. 타살 가능성 확인이다. 이번 사건의 가능성은 낮다. 반대로 ‘정 면장’이 일관되게 가리킨 방향은 분명하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의 강압, 회유, 모욕, 수모다. 메모장에 자세히 적었다. “세상을 등지고 싶다”. 그 ‘몇 % 타살’에 경찰은 신속했다. 가족 반대 시점에서 부검 영장을 쳤다. 그런데 정작 ‘지목된 가해 행위’는 찾지 않고 있다. 읽고 읽어도 절박한 절규다. 공포와 절망이 행간에서 떨어진다. 죽음과 맞바꾸며 써 내려간 고발장이다. 그 속에 가해행위—강압·회유·모욕·수모—가 있고, 가해자—○○○수사관—가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한쪽으로만 분주하다. 시신 부검 소식만 들리고 특검 조사 소식은 안 들린다. ‘정 면장’은 한을 남겼다. 그 진실이 10월2일에서 10월3일 새벽 사이에 있다. 수사 녹화 파일이 있지 않겠나. 확인해야 한다. 지목된 수사관 역할은 뭐였나. 밝혀야 한다. 최초 조서는 작성돼 있나. 후속 조서와 비교해야 한다. 심야 조사 동의는 있었나. 그 진정성을 살펴야 한다. 세 차례 휴식을 줬다고 했는데 휴식의 형식·장소를 밝혀야 한다. 이 모든 게 진실을 밝히는 증거다. 특검과 고인 모두에게 절실하다. 그런데 이 현장을 일방이 지배하고 있다. ‘○수사관’은 특검 내부에 있다. 바꾸고 정리할 수 있다. ‘정 면장’ 측은 특검 외부에 있다. 바꿀 수도, 정리할 수도 없다. 이쯤에서 스치는 데자뷔가 있다. 검찰의 강압 수사 역사다. 매번 이랬다. 현장과 시간은 늘 검찰이 지배했다. 나중에 결론도 검찰 쪽이었다. ‘강압 수사 증거 없음’. 그런 검찰 없애겠다는 이 정부다. 그런데 이 정부 특검이 그걸 재연하고 있다. 똑같이. 국민의힘이 “특검 해체”를 외친다. ‘정 면장’ 메모에 그런 말 없다. 민주당이 “정치 악용”을 외친다. ‘정 면장’ 유서에 그런 말 없다. 평생을 공직자로 살아왔다. 전해 듣기에 정치에 줄을 대 본 적도 없다. 정치의 혜택을 입은 적도 없다. ‘정 면장’이 메모 말미에 썼다. “주민 위해 공무원 열심히 생활했다.” 마지막 임지의 주민들이 이런 만장을 내걸었다. “그리운 마음 가득히, 당신의 따뜻함을 마음에 새깁니다.” 2009년 5월23일 전직 대통령이 숨졌다. 검찰 조사를 받은 지 20여일 만이다. ‘논두렁 시계’, ‘○○○씨’.... 검찰 수사 폐습이 도마에 올랐다. 모든 게 바뀌었다. 대통령은 ‘진보 정신’으로 길이 남았고, 검찰 권력은 석양에 지기 시작했다. 2025년 10월 어느날, 양평군 면장이 숨졌다. 특검 수사의 모멸감을 증언하고 갔다. 전 대통령에 비견할 수 있을까만, 그래도 그를 아는 양평 군민에게는 남긴 부탁이 있다. 한(恨). 타깃 넓힐 필요 없다. 논점 흐려진다. ‘특검’이 죽인 게 아니다. ‘특검 수사’가 죽인 것이다. 그 ‘특검 수사’를 수사해야 한다. 부검보다 몇 배 중한 수사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경기 체육은 당신을 기억할 겁니다

황선학 국장의 모습은 늘 같았다. 상대를 존중하며 따뜻하게 바라봤다. 던지는 말 한마디도 조심하고 가렸다. 남의 앞보다 뒤에 서기를 좋아했다. 좋은 일, 나쁜 일에 똑같이 차분했다. 체육계가 본 그의 모습도 똑같았다. 윽박지르지 않고 따뜻하게 대했다. 체육인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고민했다. 주장보다는 설득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기자 황선학’은 강했다. 언제나 현안의 중심에 섰고, 시비를 분명히 했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황선학 국장이 22일 새벽 운명했다. 홀로 병마와 싸워 온 게 수년이다. 발병, 쾌유, 재발을 오간 고통의 시간이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경기체중·고 2025 스포츠 영재캠프... 유망주 발굴·초등생 진로 길잡이’(2025년 8월30일), ‘경기수원월드컵재단, 베트남 다낭시와 스포츠·문화 교류 MOU’(2025년 8월29일), ‘의정부 경민고, 추계 중·고유도 2연패... 시즌 4관왕 매트.’(2025년 8월29일). 생사의 기로에서 작성한 기사다. 마지막 주장은 2024년 11월22일이다. 칼럼 ‘혼돈의 대한민국 체육이 바로 서는 길’이다. 대한체육회장선거로 혼란스러웠다. 그는 변화와 개혁을 말하고 있다. “체육계가 더 이상의 혼란 없이 자치권을 되찾는 지름길은 올바른 선택을 통해 ‘체육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체육기자 황선학의 마지막 칼럼, 마지막 주장이다. 칼럼 작성은 일반 기사보다 훨씬 고되다. 그 뒤로 칼럼은 작성되지 못했다. 이미 기력이 거기서 다한 것 같다. 경기일보는 끝까지 그와 함께했다. 언젠가 청천벽력 같은 발병 소식이 들렸다. 대수술에 들어간 그의 쾌유를 모두가 빌었다.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도 경기일보의 체육 데스크는 그의 공간이었다. 투병 5년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동료 후배들이 내일처럼 기뻐했다. 다시 힘들어졌다. 이때도 모두 그를 지켰다. ‘환갑’이 왔고 8월31일이 정년이었다. 회사는 그를 놓지 않았다. 영면한 순간까지 그는 현직이었다. 열흘 전쯤인가. 정리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직원들이 찾아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 후배 노조·기협 대표들, 그리고 임원들이 찾았다. 몰라보게 여위었지만 웃음 띤 얼굴이었다. 간단한 인사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어찌 두고 가려는 것인지.... 딸바보가 아이를 어떻게 두고 떠나려는지.... 추억 만들어주고 싶다던 여행도 다 못했을 텐데.... 남겨진 이들의 가슴이 저민다. “여기 뒷고기가 맛있어요.” 황 국장과 필자가 낮부터 술이었다. ‘다른 회사’에서 막 입사한 필자였다. 어색했고 불편했고 힘들었다. 그때 낮술로 맞아준 게 그다. 멀리는 못 가고 회사 앞이었다. 비싼 것도 못 먹고 돼지고기였다. 그래도 좋았다. 나를 환영해주는 사람도 있나 싶었다. 기억해보니 15년 된 얘기다. 햇빛이 훤한 대낮에 무슨 얘기를 그리 많이 했는지. 다 잊었는데 이 말은 또렷하다. “논설위원님, 난 체육 대기자가 되고 싶어요.” 그때 못한 대답을 이제야 해 본다. “당신은 최고의 ‘체육 大기자’였습니다. 차고 넘치게 훌륭했습니다.” 主 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11대 경기도의회, 최악의 비리 사건을 쓰다

처음엔 ‘경기도의회 금붙이 의혹’으로 불렸다. ‘금덩어리’를 돌렸다는 소문이었다. 도 교육위원을 도의원이 뽑던 시절이다. 아무리 그래도 황당하지 않나. ‘금덩어리’, ‘금붙이’, ‘도의원 명단’....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얘기다. 그런데 이 소설 같은 얘기가 경기도의회를 흔들었다. 어느 기자의 ‘휴지통 쪽지’가 기폭제가 됐다. 뇌물 수수 명단이 줄줄이 적혀 있다고 보도했다. 받은 쪽은 경기도의원, 건넨 쪽은 교육위원 후보 M이라는 것이다. 해당 경기도의원들이 강하게 부인했다. 보도 언론을 찾아가고 항의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관련자 계좌 추적을 시작했고 M을 포함한 관련자 소환을 이어갔다. 부장검사가 매일 하나씩 깠다. ‘○○○도의원, 금품 수수 확인’. 뇌물은 ‘금붙이’가 아니라 ‘200~300만원’이었다. 충격적인 보도가 나온다. “검찰, 경기도의회 현직 의장이 집으로 찾아온 M에게 지지 부탁과 함께 300만원을 받은 정황 확인 중.” 해당 의원들의 변명이 매일 나왔다. 절박한 데다 소박하기도 했다. “받기는 했지만 돌려줬다”, “나중에 보니 소파 틈에 놓고 갔더라”.... 수뢰 의사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내가 재산이 얼마인데 그깟 돈을 받겠느냐”, “200~300만원 받을 만큼 궁하지 않다”.... 때 아닌 재산 자랑도 나왔다. “뇌물죄 성립 안 된다.”, “의원이 공무원인가.” 법 해석을 통한 항거였다. 하지만 부질 없었다. 검찰 결정은 간단했다. ‘현 도의원 8명 동시 구속 수감’. 수갑 찬 경기도의원들. 도민은 실망과 분노에 휩싸였다. 막 시작한 지방자치에 당한 배신이었다. 비난이 극에 달했고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의장이 2심 선고 직후 의장·의원직을 내놨다. 하지만 나머지 도의원은 끝까지 버텼다. 판사의 인정신문(人定訊問) 때마다 그들의 직업은 ‘경기도의원’이었다. 그래서 언론도 ‘경기도의원 사건’으로 갔다.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하고서야 의원직은 박탈됐다. 그 꼴을 경기도민은 2년간 봤다. 더 나쁜 사건이 27년 만에 생겼다. 이번에도 경기도의원들이다. 지능형교통체계(ITS)에 뇌물이 얽힌다. 경기도 특조금이 뇌물의 대가다. 경찰이 발표한 뇌물이 수천만~2억8천만원씩이다. 차명계좌와 자금세탁까지 등장한다. 도의원 3명이 구속되고 계속 수사 중이다. 비교하면 ‘1997년 사건’은 차라리 순박했다. 교육위원 선출이라는 내부의 일이었고, 범죄 액수가 200만~300만원의 소액이었다. ‘ITS 뇌물 사건’은 이보다 엄중하다. 범죄 내용이 나쁘고, 범죄 액수도 많고, 범죄 방법도 지능적이다. 범죄 도구가 전부 도의회 권한이다. ‘ITS사업 확대’를 주문했다. 도의회 권한이다. ‘특조금 지급’을 요구했다. 도의회 권한이다. ‘뇌물 대가’를 완성했다. 도의회 권한이다. 옆에 있던 동료 의원도 있었고, 주장을 들은 동료 의원도 있었다. 경기도에는 이 전체가 경기도의회다. 늘 경기도를 외포(畏怖)케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어떤 정당이 규탄 성명을 냈다. 그럴 만큼 당당할 수 있나. 탈당시켜 손절하려는 정당도 있다. 그러면 단절되나. 78 대 78로 시작한 이번 도의회다. 도민이 주문했던 모습은 ‘협치’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자리 싸움이었다. 의장직에 매달려 개원까지 미뤘다. 2022년 7월, 도민 분노는 이렇게 폭발했다. “더 이상의 극단 대립을 멈추라”(경기교사노조). “도의원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지 마라”(경실련 경기협의회). “의회 갈등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소상공인연합회). 그러던 11대 경기도의회가 결국 참담한 역사를 썼다. ‘지방의회 최악의 사건’. 괴담은 여전히 올라온다. ‘○명이 추가 소환 통보를 받았다’, ‘당이 사퇴 시기를 조율시키고 있다’. 수사가 안 끝난 것 같다. 정신을 못 차린 것도 같고.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조지아州 사태’에 여·야, 좌·우 없다

2024년 9월29일 강남구 신사동 골목. 만취한 미군이 차량을 훔쳤다. 차량을 몰고 오산까지 도주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당한 재산 피해다. 같은 달 1일 경기도 동두천시 한 도로. 미군이 택시비 7만7천원을 내지 않았다. 돈 달라는 기사를 때리고 달아났다. 대한민국 국민이 당한 재산·폭행 피해다. 두 범행에는 ‘도주’라는 구속사유가 있었다. 국민 이익을 보호하려면 수갑을 채웠어야 했다. 하지만 구속도 안 됐고, 수사도 안 받았다. 그해 453건의 주한미군 범죄가 있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마약사범, 유사강간, 강제추행, 공연음란,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특수절도, 폭행....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 피해자다. 대한민국 법률 위반이고. 단 한 명도 쇠사슬에 묶이지 않았다. 장갑차에 짓밟힌 ‘두 소녀’의 역사가 있다. 여중생 둘이 미군이 모는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주둔군지위협정(SOFA)로 미군은 보호 받았다. ‘한국에 도움 주는 미군’이란 정서가 깔려 있다. ‘미국에 도움 주는 한국’은 없나. 우리는 조지아주(州)를 그런 곳으로 알았다. 지난 3월 현대차 매가플랜트가 완공됐다. 지역 일자리가 급증했다. 서배너 교외 풀러는 인구가 22% 늘었다. 현대차는 조지아공과대학에도 투자했다. 지역 사회복지단체에 15만달러도 기부했다. 새로운 55억달러 투자 지역도 여기다. 올 3월 백악관에서 발표했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 옆에 트럼프 대통령이 섰다. 윙크 세 번에 ‘땡큐 현대’를 연발했다. 그리고 5개월. 미 연방이 현대가 짓는 공장을 급습했다. 장갑차 들이대고, 벽에 몰아세우고, 쇠사슬로 팔 다리 묶었다. 더럽고 벌레 들끓는 수용소에 감금했다. 한국 기업 현장을 겨냥한 노골적인 한국인 사냥이다. 외교적 표현은 점잖다. ‘유감 표명’ ‘재발 방지 요구’.... 하지만 국민 분노는 점잖지 않다. 영어 표현은 모르겠는데. 이건 그냥 ‘배은망덕’(背恩忘德)이 맞다. ‘남에게 입은 은덕을 저버리고 배신하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미국에서도 ‘문제 있다’는 평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체포 작전은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미 제조업 확장’이 그의 공격적 이민 단속과 출동하며 이해관계 상충을 드러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6일자 논평이다. 트럼프 스스로도 모순을 인정하는 듯 하다. “(미국 입국의) 합법적 길을 열어줄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 정부만 다르다. ‘근로자 석방’만 계속 강조했다. ‘국민 분노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그 수위는 알려진 바 없다. 야당 논평도 묘하다. “미군기지 압수수색, 이번 사태와 관련 있는지 답해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일성이다. 수백명 끌려가고, 가족들 놀란 와중에 내놓은 말이다. 일부 유튜브에 펴진 소문이다. 그렇다고 이걸 제1 야당 대표가 받나. 혹여 사실이라면 어떻게 결론 지을 건가. ‘미군 기지 압색은 이재명 정부 과오다. 그러므로 한국 근로자 체포는 미국의 정당한 보복이다.’ ‘미군 영장 1장이 한국 근로자 300명 값이다.’ 이 말인가. 그 근로자들, 미국인 일자리를 만드는 중이었다. 공정률이 건물 95%, 설비 50%였다. 곧 끝내고 철수할 수 있었다. 그들을 체포해 끌고 갔다. 그러면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예로 자랑했다. 이 모욕 어디에 대한민국 여·야가 있나. 대한민국 좌·우파가 무슨 상관인가. 그저 역사에 남은 모욕·배신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 책임도 여기서 찾아봐야 한다. 한 치 앞 재앙을 모른 책임. 국민 분노를 밝힘에도 당당하지 못한 책임. 근로자 석방은 진짜 싸움의 시작이다. 비자 문제 해결해야 하고, 대미 투자 점검해야 하고, 국민 분노 풀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근로자, 국민이 산다. 방금 뜬 외신이 있다. “신뢰할 수 없게 된 미국,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전 발행인이 진단한 조지아 사태의 심각성이다. 여야 싸움, 좌우 대결의 소재로 몰고 갈 문제가 아니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대통령 옆자리와 경기지사 공천

사진 속 나는 이렇게 악수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나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시선은 노 대통령을 내려보고 있다.- 사진이 보도되고 많은 얘기를 들었다. ‘대통령 앞에서 당당하다’부터 ‘대통령에게 그래도 되냐’까지. 고백하건대, 머릿속에 셈이 있었다. -악수할 차례가 온다. 대통령이 가까이 온다. 미리 허리 굽혀 예를 갖춘다. 촬영 순간은 고개를 빳빳이 들자.- 그 순간이 찍힌 거다. 일종의 사술(詐術)이라고 할까. 권력 옆에서 존재감을 과시해보려는.... 돌아보니 참 얄팍한 짓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공식이 존재한다. 촬영 때 대통령 옆은 언제나 노른자위다. 먼저 가서 서려는 쟁탈전이 벌어진다. 어깨를 치면서 끼어드는 사람도 있다. 서열 없는 집단의 촬영 때는 더 치열하다. 사진으로 표현되는 권력과의 관계가 그런 거다. 사인(私人)이 이런데 정치인은 오죽할까. 세월이 흘렀건만 그 버릇 못 버렸다. 사진 한 장 놓고 거리를 잰다. 지난달 29일 대통령실이 언론에 뿌린 사진이다. 장소는 청와대 영빈관 앞이다. 중심에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 오찬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 나란히 섰다. 전체 의원은 아니고 100명쯤 돼 보인다.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의원들이 등장했다. 한일·한미 정상회담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당정의 국정 협력 다짐도 있었다고 한다. 거기서 나는 뭘 쟀을까. 민선 9기 경기도지사다. 지방선거가 아홉 달 남았다. 핵심은 도지사선거다. 경기도는 경기지사선거다. 다양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리해 보도한 경기일보 기사가 있다. 민주당 후보군 15명, 국민의힘 후보군 5명이다. 넉넉하게 어림잡은 명단이다. 여기 다 쓸 수 없고, 지면도 없다. 논리를 위해 하나만 구별하자. ‘중앙 출신 후보’와 ‘경기 출신 후보’다. 대통령이 나오면서 ‘중앙 출신 후보’가 가세했다. 달포 전쯤인가. 양기대 전 의원이 ‘도지사에 나가겠다’고 했다. ‘비명’, ‘원외’의 첫 도전장이다. 그러면서 해설을 하나 붙였다. 추미애 의원과 김병주 의원 출마 관련이다. “여론으로 보면 추 의원, 대통령과의 거리는 김 의원 아닐까.” 그 말이 생각나서 들여다보는 사진이다. 셋이 한 컷에 잡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운데다. 옆에 정청래 대표를 지나 김병주 의원이 섰다. 거기서 또 한 명 지나 추미애 의원이다. 둘 다 굵직하다. 추 의원은 헌정사 최다선 여성 의원이다. 당 대표, 법무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일반 국민 인지도에서 월등하다. 김 의원은 육군 대장 출신의 재선 의원이다. 12·3 계엄 이후 비상 사태에서 당내 역할이 특히 컸다. 친명의 지지도가 높다. 둘의 경기지사 출마설은 어느새 정보도 아니다. 그래서 사진에서 둘을 찾아 재보게 됐다. 김 의원이 추 의원보다 대통령에 가깝게 섰다. 이게 ‘명심’의 위치인가. 도민이 좋아할 패(牌)는 아니다. 추 의원은 경북 출신이고, 서울(광진구) 근거였다. 경기(하남갑)에 온 지 1년여다. 김 의원도 경북 출신이다. 초선은 비례대표였다. 경기 정치(남양주) 1년여다. 짧고 얕다. 밖에서는 난장(亂場)으로 보였을까. 그래도 경기지사에는 큰 줄기가 있다. 경기 출생 손학규(광명)·남경필(수원), 경기 다선 출신 이인재(안양)·김문수(부천), 그리고 경기 시장 출신 이재명(성남시장 재선). 추·김 의원은 하나도 해당 안 된다. 조건 갖춘 후보군이 많다. 경기 다선 출신도 있고, 경기 시장 출신도 있고, 도 수뇌부 출신도 있고, 원조 친명 출신도 있다. 그런데 사진에서는 하나같이 멀리 서 있다. 웬일인지 보이지 않는 의원도 있다. ‘사진 공식’대로면 이들은 물 건너 갔나. 대통령 옆에 선 ‘김-추’의 대결인가. 이 답은 몇 달 뒤로 미뤄 두자. 그 대신 촌스럽지만 당연한 결론으로 맺어 본다. 선거 목적은 당선이다. 당선은 권력이 아니라 표심이 만든다. 사진? 거리? 도민과 가까이 찍고 많이 찍은 사람이 도지사 된다. 아닌 거 같지만 대체로 보면 그래 왔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세계 7대 부자도시 화성시, 교육환경이 완성한다

-화성시 인구가 지난달 27일로 3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01년 3월21일 당시 인구 19만2천명이었던 ‘화성군’에서 ‘화성시’로 승격한 지 6년 만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박○○(56)씨가 동탄면 송리에 30만번째 화성시민으로 전입을 신청하면서 인구 30만명을 넘어서게 됐다고 밝혔다.-2006년 4월3일자 신문 기사다. 아직도 ‘승격 일’로 기산하고 있다. 동탄을 면(面)이라고 부르고 있다. ‘30만’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2025년이다. 인구 증가율 전국 시·군 1위다. 100만.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시·군 1위다. 91조4천173억원. 전체 고용률 50만 대도시 1위다. 65.9%. 제조업체 전국 시·군 최다다. 2만6천689개. 재정자립도 경기도 최정상이다. 52.0%.- 변화를 넘어선 기적이다. 올해 1월 특례시도 됐다. 수원, 고양, 용인, 창원에 이은 다섯 번째다. 엊그제는 구(區)가 4개나 생겼다. 해외 언론의 흐뭇한 평가도 있었다. ‘세계 7대 부자 도시’. 좋은 평가마다 모조리 1등이다. 통틀어 평가한 항목이 있다. ‘미래 성장 가능성 도시 1위’. 특히 의미 있는 ‘1위’가 있다. 신생아 출산이다. 2024년 출생아 수가 7천200명이다. 전국 시·군 1위다. 2023년 출생아는 6천714명이었다. 그때도 1위였다. 이러다가 시장에게 별명 붙겠다. ‘다산(多産) 시장(市長).’ 여기에는 과감한 행정이 있다. 결혼자금 마련 연지곤지 통장, 예식장·신혼집 지원, 공립 어린이집 최다, 아이돌봄센터 완비.... 인구절벽 한국이 화성에 달렸다. 그래서 간절하다. 개인적·사회적 책임이 있다. 출산을 이어받을 육아, 육아에서 이어지는 교육이다. 결국 교육 환경에서 승부 난다. 화성시도 2024년 적절한 목표를 던졌다. ‘대한민국 제1의 과학인재 특별시, 화성’이다. 4대 과학기술원 통합 연구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과학고·마이스터고 설립을 통한 과학기술 인재 특화 교육을 약속했다. 반도체·자동차 산업의 본산을 교육과 연계했다. 방향이 좋다. 잘 잡은 거 같다. 신도시 성공은 늘 교육이 좌우했다. 모래 벌판 강남을 완성한 게 ‘경기高’다. 분당을 끌어올린 것도 교육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입시’(入試) 환경이다. 다만 관(官)이 명문고를 말할 순 없다. 날아들 융단폭격이 있다. 그래서 타협된 게 ‘과학인재 특별시’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출발은 ‘화성맘’, ‘동탄맘’의 욕구다.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형 과학고 선정에서 탈락했다. 통합교육지원청의 한계도 숙제다. 목표도, 비교도 서울 교육이다. ‘농촌 아이’가 아닌 ‘강남 아이’를 원한다. 서울과 연계할 교통 인프라가 중요하다. 동화성(동탄)의 교육열이 뜨겁다. 전철·철도·GTX가 큰 역할을 한다. 이 철도를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無철도 도시’였고, 지역 철길이 1m도 없었다.’ 이걸 극복해야 한다. ‘철도 사업 추진 상황판’에 이 갈증이 묻어난다. 산업에도, 관광에도 절박하지만 그중에 제일 급한 건 교육환경이다. 철길 투자가 곧 교육 투자다. 참 가난했던 80년대다. 교육의 길은 수원에 있었다. 화성발 시외버스에 실려 다녔다. 만원 버스에서 몸과 몸이 부대꼈다. 책가방은 머리 위로 이동했고, 반찬통 사이로 김칫국물이 흘렀다. 그 난리를 쳐도 맨날 지각이었다. 그 학생 중에 하나였을 ‘지금 시장’이다. 세상은 달라졌다. 그런 화성에 남아 있을 아이들은 없다. ‘내 아이’를 그런 화성에서 키울 엄마들도 없다. 1등 출산율을 유지시키는 첫째 조건이 그래서 1등 교육환경이다. ‘105만 구청 시대’를 축하한다. 더 큰 화성특례시를 확신한다. 이 희망에 보태 보는 교육 이야기다. 主 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대통령의 씨앗論, 농부의 빚과 국가의 빚

‘동막골’은 용인군 수지면에도 있었다. 동네 부자 ‘종화’네 마당이 컸다. 따듯했고, 넓었고, 복판에 있었다.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또 다른 용도는 뻥튀기 장소다. 뻥튀기 아저씨가 겨울이면 왔다. 많은 짐을 자전거에 싣고 왔다. ‘펑’ 소리는 마을 잔치의 신호였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몰려들었다. 옥수수가 담긴 깡통이 나란히 늘어섰다. 돌아가는 손 가득 뻥튀기 포대가 푸짐했다. 맛있었다. 덜 튀겨진 옥수수는 특히 달았다. 50원-기억이 맞다면-이 뻥튀기는 값이다. 가난해서 이 돈이 없는 아이들도 많다. 해결할 방법이 하나 있다. 장작 한 짐 가져가면 공짜다. 기계를 달굴 때 쓸 장작이 그렇게 조달된다. 문제는 옥수수다. 옥수수가 없으면 방법이 없다. ‘어린아이’의 눈에 들어온 게 있다. 서까래에 줄줄이 매달린 옥수수다. 내년 농사에 쓰일 소중한 종자다. 어린 마음에 그 씨옥수수에 손을 댔다. 아버지가 동네를 돌았다. 씨옥수수를 얻어와 채워 놓으셨다. 정부에 돈이 없다. ‘6월 말까지 관리재정수지가 94조3천억원 적자다.’ 기재부 발표다. 역대 네 번째 적자 규모라고 한다. 2020년 110조5천억원이 제일 컸다. 다음으로 2024년 103조4천억원, 2022년 101조9천억원 순이다. 모두 코로나 팬데믹 영향권이다. 특히 2020, 2023년은 직격을 당했다. 여덟 차례 추경을 하며 각종 지원금을 줬다. 효과에 대한 평가는 나뉜다. 하지만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그나마 그 덕에 버텼으니까. 이제 팬데믹은 없다. 2024년도 없었고, 2025년은 더 없다. 그런데도 역대 네 번째 적자다. 윤석열 정부의 성적표다. 6월 말 이재명 정부 첫 추경이 있었다. 모두 31조8천억원이다. 저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또 다른 경고등도 있다. 국채다. 올해 국고채 총 발행 규모가 207조1천억원이다. 역대 최대다. 적자 국채는 국민의 직접 부담이다. 이게 90조원을 넘어섰다. ‘국채 증가→시장 금리 인상→기업·자영업 압박’이 수순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돈이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재정 적자표, 국채 증가표를 읽었을 거다. 더 많은 지표가 보고됐을 거다. 짐작건대 ‘넉넉하다’는 통계는 없었을 거다. 그런데도 민생지원금 13조원은 결정했다. 전 국민에게 줬고, 90%에게는 또 줄 예정이다. 여기에 ‘미래 청구서’까지 나왔다. ‘이재명표 정책’에 들어갈 예산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뽑았는데 210조원이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두루뭉실하다. ‘세입 확충’,‘지출 효율화’. 이즈음 이재명 대통령의 말이 나왔다. “지금 (씨앗을) 한 됫박 빌려다가 뿌려서 가을에 (곡식을) 한 가마니 수확할 수 있으면 당연히 빌려다 씨 부려야 하는 것 아닌가. 씨앗을 옆집에서 빌려오든지 하려고 그러니까 ‘왜 빌려 오나’, ‘있는 살림으로 살아야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씨앗론(論)’이다. 재정 투자의 메커니즘을 농심(農心)에 빗댔다. 들어보면 짐작가는 결론이 있다. ‘적자·국채가 늘더라도 재정을 투입하겠다.’ 귀에는 쏙 들어온다. 그렇지만 결론까지 공감되지는 않는다. ‘빚 농사’와 ‘적자 재정’은 서로 비교 권역 밖이다. 뿌려진 씨앗은 열매를 맺지만 투입된 재정은 실패를 낳기도 한다. 농사의 결과는 가을에 확인되지만 재정의 결과는 임기가 끝나야 확인된다. 농사에 끌어쓴 빚은 당대의 짐이지만 재정에 끌어 쓴 빚은 후대의 짐이다. 씨앗값 없는 농부에겐 돈 꿔줄 옆집이 있지만 재정 능력 상실한 국가엔 돈 꿔줄 옆 나라가 없다. 옆은 지금도 시골이다. 토박이 농사꾼 L이 자산가가 됐다. 물려받은 땅값이 100배 쯤 올랐단다. 몇 년마다 땅 한 귀퉁이씩 판다고 한다. 그걸로 하는 건 ‘농사 빚’ 갚는 거라고 한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위안부 할머니까지 AI 환생 추모인가

하나. 영화 ‘에일리언: 로물루스’는 2024년 개봉했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7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관심을 끌었던 독특한 이야기가 있다. 2020년 사망한 배우 ‘이언 홈’의 출연이다. 흔히 접하던 사망 전 촬영 분량이 아니다. 처음부터 제작진에 의해 만들어진 AI 환생이다. ‘AI 홈’은 여러 장면에서 적대적 조연으로 등장한다.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에서 연기한 배우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부인의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를 본 팬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복제가 필요하고 적절했는가 묻고 있다.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망자(亡者)의 뜻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본인 동의 없이 AI로 재현해 내는 일이 계속 잇따를 수 있다’(비즈니스 인사이더). 배우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감독은 “AI 기술 비용이 배우 출연료보다 비싸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AI비용이 저렴해질 시대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둘.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유튜브 하나를 틀어놨다. ‘뚯뚜 뚜~’. 밤 11시를 알리는 라디오 시보다. 연주곡 Adieu, jolie candy(안녕, 귀여운 내 사랑)가 퍼진다. 그리고 들리는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 안녕하세요. 이종환입니다.” 아련한 익숙함에 귀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한다. 44년 흘렀어도 설렘은 그대로다. 자극하는 동기가 없었을 뿐이다. 1981년 9월3일 방송이라고 돼 있다. 그러면 나는 고등학생이다. 그 설렘이 먹먹함으로 바뀐다. 2025년을 말하는 이종환이다. “지금 이것은 어느 애청자께서 AI 기술로 살려 낸 제 목소리입니다. 저를 기억해주시고, 그 시절의 감성을 그리워해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진행도 똑같다. “다음 노래는 저처럼 고인이 된 올리비아 뉴턴존의 노래입니다. 블루 아이스 크라잉 인 더 레인.” 방송이 1시간을 채웠다. “이 밤은 여기서 마무리해야겠지요.” 어떤 이의 댓글이다. “이종환님, 저는 2025년에 있습니다.” AI가 ‘범죄자가 될 얼굴’도 특정해 내는 세상이다. 202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대학 연구팀 논문이 있다. ‘화상 처리에 의해 범죄성을 예측하는 딥 뉴럴 네트워크 모델.’ 얼굴에서 범죄 성향을 간파하는 AI 알고리즘이다. 정답률이 80% 이상이라고 했다. 이를 발전시킨 AI 감시·예측 시스템도 있다. 장소, 시간, 계절 등을 종합해 AI가 판단한다. 히트리스트(위험인물 리스트) 작성이다. 미국 시카고 경찰이 이를 현실에서 썼다. 무죄 추정은 법치 국가의 기본이다. ‘AI가 분석한 범죄 얼굴’이 그래서 위험하다. 죄 없이 얼굴 때문에 유죄 추정을 받을 수 있다. 생김새에 따른 인종 차별 우려도 있다. 시카고 경찰이 이 우려를 간과했다. 시민 로버트 맥다니엘이 피해자다. 총격 발생 예상지도가 그의 집을 지목했다. 경찰이 감시하기 시작했다. 이웃이 알게 됐다. 마을에서 범죄자로 몰렸다. 결국 그는 지역 마피아에게 총격을 당했다. AI 맹신이 부른 황당한 비극이다. 셋. 위안부 출신 화가 김순덕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2025년 8월9일 광주 ‘나눔의 집’이다. 기림의 날 기념식 및 기림 문화제 현장이다. “어떤 꿈을 가장 먼저 이뤄 드리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까.” “내가 죽기 전에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지, 뭐.” 김동연 도지사와 나눈 대화다. 김 할머니는 2004년 세상을 떴다. 대화를 나눈 건 ‘AI 김순덕 할머니’다. 참석자들은 숙연했다. 언론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영화 예술 분야, 방송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개인 방송에서는 이미 현실의 기술이다. 놀랄 일도, 거부할 일도 아니다. 그 기술이 광복절 기념 행사에 등장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광복의 의미를 되살린 기획일까. 엄숙함을 반감시킨 실험일까. 평가하자는 건 아니다. 같이 생각해 보자는 거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공무원 수당비리는 못 없앤다’

서너 달 전이다. 모두가 분노했다. 경기도의회의 수당 부당 수령 적발이다. 돈을 빼먹은 건 정책지원관들이었다. 도의원의 의회 활동을 지원하는 자리다. 이들이 하지도 않은 근무로 돈을 타 먹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조사했다. 정책지원관 16명의 200여건이 이상했다. 경기도의회가 적발된 16명을 경기도 감사위원회로 넘겼다. 시민단체가 분노를 누그러뜨리며 엄벌을 기대했다. ‘경기도가 엄격하게 처벌해주겠지.’ 그때 스멀스멀 나왔던 말이 있다. ‘도청에도 수당 부당 수령은 있다.’ 징계권을 쥔 도청도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였는지는 모르겠고. 그 즈음 경기도가 수당 비리 조사에 나섰다. 소속 공무원을 다 조사한 건 아니다. 5급 상당 공무원만 대상으로 했다. 조사 내용도 일정하게 제한했다. ‘새벽시간대(오전 3~7시)’, ‘월 5회 이상 근무자’. 수박 겉핥기 조사로 보였다. 그저 시늉만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무슨 비리를 밝히겠나. 하지만 나왔다. 도의회 수당 비리 의혹과 판박이다. 경기일보 지면에 실렸다. 도청 A팀장의 초과근무가 이렇게 돼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일했다. 이 8개월간 166일을 근무했다. 이 중 82%인 136일을 초과근무했다. 136일 가운데 116일을 오전 3~7시에 출근했다. 그렇게 8개월간 받아간 수당이 600여만원이다.- 이런 격한 근무가 가능한가. 3시부터 할 일이 그렇게 많나. 의심을 하게 되는 게 합리적이다. 팀장은 당당하다. ‘평소 일찍 일어난다’, ‘기획 업무 등을 수행했다’, ‘수당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주 52시간은 법이 정한 노동 시간이다. 김동연 지사는 이것도 4.5일로 줄이자고 한다. 그런데 소속 공무원은 3시에 출근시킨 건가. A팀장 한 명의 얘기가 아니다. A처럼 새벽에 근무한 5급 공무원이 26명이나 된다. 이 사람들 다 새벽잠이 없나.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사무실·자택 CCTV, 차량·대중교통카드 내역.... 그런데 감사는 안 할 것 같다. “의혹만으로 감사를 하긴 어렵다”고 한다. 그래. 이 정도로 그치자. 판단은 독자가 해도 충분하다. 사실 이만큼 식상한 소재도 없다. 흐름이 뻔했다. 터지면 국민은 분노했다. 해당 기관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다 슬그머니 덮었다.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표본이 된 사건이 있다. ‘수원시 330억원 사태’다. 2007년이니까 18년 전 얘기다. 대리 기재 등으로 나간 수당이 330억원에 이른다. 경기도 인사위원회가 적발했다. 그때도 경기도 징계는 어이없다. ‘감봉 1개월’. 수당 결재 라인에 있던 3명만이다. 수당 빼먹은 공무원들은 ‘천수’를 누렸다. 과장도 하고, 국장도 하고, 구청장도 했다. 결국 잘못된 선례로 남았다. 공무원 수당 비위의 패턴이 됐다. “수당 편취 의혹이 제기된다→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다→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제일 가벼운 징계로 끝낸다→적당한 때 다시 편취는 시작된다”. 아닌가. 조금 다른 얘기로 매듭지어 보자. 계곡 장사가 있었다. 누군가의 생계였다. 이 애환에 행정이 무뎌졌다. 방치된 불법은 권리로 변했다. 철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기도지사가 이걸 정비했다. 그 과정이 대충 이랬다. 엄단 의지를 피력했다(경고). 계단을 놓고 옹벽을 쌓았다(대책). 상인들의 동의를 구했다(대화). 대대적 단속에 나섰다(실현). 공직사회 수당 문제가 그렇다. 도, 의회, 시·군, 교육청에 만연한 현실이다. ‘계곡 정비’보다 열 배 어려운 게 ‘수당 개혁’이다. 엄격히 조사할 경고가 필요하고, 근원을 뿌리 뽑을 대책이 필요하고, 공직자가 공감할 대화가 필요하고, 일벌백계를 보여줄 실현이 필요하다. 이런 절차와 접근 없이는 수당비리 못 없앤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의대생 특혜’ 주려면 ‘의료개혁’ 받아내야

A일보의 1면 톱 문구는 이랬다. ‘의대생 복귀 선언’. 그러면서 ‘뒷 감당은 대학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부제목도 붙였다. ‘대학들은 학칙 개정, 추가 수업 개설, 형평성 난제 떠 안아.’ 같은 날 B신문의 1면 톱 문구는 이랬다. ‘의대생들 전원 복귀’. 그러면서 ‘의정 갈등 출구 찾기’라고 설명했다. 여기는 이런 부제목을 붙였다. ‘의대협, 국회·정부 믿고 학교 복귀’, ‘교육부, 대학과 복귀 시기 등 논의.’ 논조(論調)는 다르지만 의미는 같다. 복귀 환영이다. 왜 안 그렇겠나. 1년5개월 의료 공백이었다. 생명을 담보 잡힌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딱 1년 되던 지난 2월에 나온 분석이 있다. 정부 신고센터에 피해 신고가 900건을 넘었다. “의사가 없어 아기 등에 호스를 꽂고 있습니다.” “통 사정을 했더니 ‘어쩔 수가 없어요’라며 딱 자르더라고요.” 목숨이 걸린 절절한 사연들이다. 어린아이, 산모, 만성질환자가 특히 많았다. 이럴 때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다. ‘환영’을 제목으로 걸기에 충분하다. 정부 여당이 ‘한 건’했다고 여기는 듯하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큰 일보 전진이 있어 다행이다.”, “주술 같은 2천명 밀어붙이기(였다).” 전공의 대표와 비공개 만찬도 무용담이 됐다. 복귀 선언 현장에도 민주당이 있었다. 의대·대학원생 대표 옆을 김영호·박주민 의원이 지켰다. 학사 특례, 병역 특례, 시험 특례도 교육·복지부가 해줄 것 같다. 차별화를 보여주고 싶었을 게다. 저질러 놓고 책임 못진 전(前) 정부와 다르다고. 환자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죽음 앞에 내몰렸던 사람들이다. 일단 복귀 발표를 환영했다. ‘정상화의 출발이 될 것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말이다. 그러면서도 우려를 담아 낸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에 대한 특혜 지적이다. 사실이다. 의료계는 ‘특례’로 말하지만 국민에는 ‘특혜’다. 수업 일수 특혜, 군대 입대 특혜, 국가 고시 특혜.... 의사 불패의 신화가 또 한번 증명됐다. ‘과연 의대생은 법보다 위에 있는가.’ 지켜보는 여론이 불편하다. 착각하면 안 된다. 의대생·전공의 복귀가 본질은 아니다. 절차를 바로잡는 수습일 뿐이다. ‘윤석열 의료 개혁’은 다 버려도 좋다. 어차피 버릴 것 같다. 총리도 ‘주술 같은 2천명’이라고 했다. 의대생 복귀 조건도 ‘尹 정책 폐기’다. 하지만 부둥켜안고 갈 과제는 있다. 의사 증원, 의료 개혁이다. 2024년 이후 여론조사가 많았다. 모든 지표가 ‘70~80% 찬성’을 가리키고 있다. 지금도 여론은 같다. 말 없이 ‘의대생 특혜’를 보는 침묵이 그래서 무섭다. 이재명 대통령 워딩이 있다. 의사 증원 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증원 규모는 400~500명 선이라고 한다”(2024년 2월25일 페이스북). 직접적으로 내놓은 공식 선언도 있다. ‘전국에 공공 의대와 지역 의대 총 네 곳을 신설하겠다’(21대 대선 공약). 정부 방향도 이 부근 아니겠나. 뭐가 됐든 개혁안을 내놔야 한다. 400~500명 증원을 밝히든가. 의대 신설 계획을 밝히든가. “이제 정부 차례”라는 대통령 지시는 나와있다. A일보도, B신문도 후속 보도는 없다. 1면을 꽉 채웠던 14일 이후 침묵이다.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최종 평가에 대한 유보일 것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의대생·의사 복귀는 부분에 불과하다. 궁극적 목적지는 의료 개혁이다. ‘의사 S’의 촌평은 이랬다. “의료계가 쓰레기차 피하려다 ×차 만날 수 있다.” 의료 개혁은 그만큼 뇌관이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알 수 없다. ‘환영’만 하고 ‘평가’는 미룬 신문이 대통령의 ‘입’을 보고 있는 이유다. 主 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한국은행 총재 차례인가

“내 목장의 황소처럼 다루겠다.” 갈등의 발단은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였다. 존슨 대통령이 1964년 연두에 화두로 던졌다. 그리고 그해 가을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올랐다. 막대한 돈을 투입하는 정책이었다. 마틴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을 고집했다.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존슨 대통령과 반대로 갔다. 인플레이션을 막는 연준의 기본 책무였다. 그러자 존슨 대통령이 그의 목장으로 불러 ‘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마틴은 금리를 인상했다. 연준 독립성을 지켜낸 역사가 됐다. ‘금리 인하’(政) 대 ‘금리 인상’(經). 비슷한 갈등이 미국 역사에는 많다. 현직 대통령과 연준 의장 간의 대립이다. 내용은 경기 부양과 인플레이션 억제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아서 번스 연준 의장을 압박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라고 했다. 여기서는 닉슨의 금리 인하 주장이 먹혔다. 카터가 임명한 폴 볼커 의장의 투쟁도 남아 있다. 기준금리를 20% 끌어 올려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엄청난 압박을 가했지만 소신을 지켰다. 자본주의 미국의 역사가 남긴 단면들이다. 요즘도 본다. 트럼프의 파월 의장 망신 주기다. 너무 많아서 정리하기도 힘들다. 최근 외신에서 뽑으면 이런 말이 있다. “파월은 곧 물러나게 된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형편없다. 후임자는 3~4명으로 압축해 두고 있다.” 미국 정치 언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정도면 세계 공통 언어다. 대놓고 ‘나가라’는 망신 주기다. 이번에도 원인은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이다. 트럼프는 2.5%포인트 인하 요구, 파월은 4.25~4.5% 유지다. 맞서는 파월 의장도 참 어지간하다. 우리에는 한국은행 총재가 그런 건가. 여당 이언주 의원의 논평이 상당히 이채롭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실명 공격했다. 그것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공개·공식 비판이다. 한은 총재를 비난하면 안 될 거야 있겠나. 하지만 논평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도 아니다. ‘오지랖이 너무 넓다’로 주장을 열었다. “한은 총재가 할 말이 있으면 대통령 면담을 신청하든가, 대통령실에 조용히 전달하면 되지 언론플레이 할 일은 아니다”, “자숙하고 본래 한은 역할에 충실하라”는 충고도 했다. 시간이 꽤 지난 발언도 문제 삼던데.... 그것보다는 최근 발언 몇 개가 직접적 도화선이 된 듯하다. 지난 23일 시중은행장 모임에서 말을 했다. “금리 인하 기조하에서 주택 시장 및 각 대출과 관련한 리스크가 다시 확대되지 않도록 은행권의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시기다.” 6월 가계 대출 잔액 증가액이 6조원에 육박한다. 사상 최대 영끌 광풍이 불었던 게 지난해 8월이다. 그때 증가폭이 9조7천억원이었다. 이걸 훤히 들여다보는 한국은행 총재다. ‘그러니 관리하라’는 거였다. 사흘 뒤, 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여기서도 대출을 방어하는 게 핵심이었다. 이 총재 발언과 차이도, 문제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 며칠 앞서 다른 발언도 있었다. “민생지원금, 선택적 지원이 보편 지원보다 효율적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말이다. 민생지원금은 통화의 직접 증가다. 한국은행이 관심둬야 할 본연의 영역이다. 그걸 물으니 그렇게 답한 거다. 며칠 뒤 정부 추경안이 나왔다. ‘선택적 지원’을 골자로 편성됐다. 여기서도 ‘경고받을 말’은 안 보인다. 이언주 의원의 발언 이후 댓글을 봤다. ‘옮기기 민망한 표현’들이 부쩍 늘었다. 이 총재를 향한 부정적인 평가다. 결과적으로 ‘좌표 찍기’의 전형이 됐다. 그렇게 보면 ‘이재명 정책’은 통화 증가를 유인한다. 한국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 혹, 그래서 한은총재를 경고해둔 것일까. 아니면 근본적인 ‘변화’까지 암시하는 것일까. 한국은행은 원래 껄끄럽다. 그래야 자본주의가 지켜진다. 마틴 연준 의장이 남긴 말도 그런 거였다. “연준의 역할은 파티가 무르익었을 때 그릇을 치우는 것이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접경 지역민은 ‘귀신 곡소리’ 보상도 못 받나

표현의 자유에 비중을 두고 보면 단속이 무리다. 대북 체제에 대한 의사 표현이며 정보 공유다. 살포 주체가 민간 단체여서 공공 대표성도 없다. 강제로 막거나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 헌법적 정신이 ‘대북전단금지법’에서 확인됐다. 북한의 의견을 존중해 문재인 정부가 만든 법이었다. 이에 대해 헌재가 결정을 내렸다. ‘과도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고 했다. 적어도 법률적 측면에서의 판단은 끝난 문제다. 이재명 정부가 막고 나섰다. 대통령이 현장을 찾았고 의지를 피력했다.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불법 행위로 선언했다. “현행범 체포 대상”이라며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통일부는 이미 해당 단체에 경고를 전한 상태다. 행위를 처벌하려면 이를 규정한 법률이 있어야 한다. 경찰은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힌다. 글쎄다. 적국을 비방하는 전단을 적국에 살포하는 행위다. 현장에서 체포 당할 일일까. 굳이 에둘러 갈 필요 없다. 집권 정부가 가진 대북관 문제다. 남북 화해에 가치를 둔 정권은 제한했다. 강경 대응에 중점을 둔 정권은 묵인했다. 문재인 정부는 막았고, 윤석열 정부는 허용했다. 이러는 사이 위법성 인식도 무감각해졌다. 민간 단체의 목소리만 커졌다. 정치 탄압이라며 되레 목청을 높인다. 이 패턴은 이번에도 그대로 반복됐다. 대통령이 살포 제한을 공언하자마자 보란 듯 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대북 전단 논쟁에는 중간지대가 없다. ‘보내야 한다’고 하면 극우로 본다. 전쟁주의자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보내면 안 된다’고 하면 극좌로 본다. 북에 굴종하는 친북주의자로 몰린다. 이념 논쟁의 속성인 선명성 공방의 결과다. 이걸 논할 생각도, 한쪽에 설 생각도 없다. 말하려는 건 거기서 외면되는 접경지 피해다. ‘소음 지옥’에 대한 고민이나 배려가 없다. 극심한 고통에 내몰렸던 피해를 거론도 안 하고 있다. 귀신 곡소리, 쇠 긁는 소리.... 만성 수면 부족, 영유아 경기·발작.... 캠핑장 폐쇄, 상권 붕괴.... 고통의 1년 밤낮이었다. 보상이 있을 줄 알았다. 정치권이 그렇게 약속했었다. 국민의힘이 강화를 찾은 건 지난해 9월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그해 10월 찾아갔다. 민방위기본법을 개정해서라도 보상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이 반겼고 믿었다. 얼마간은 그렇게 갔다. 민방위기본법이 11월에 개정됐다. 곧 보상이 나오는 줄 알았다. 많은 국민은 보상이 된 줄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10원 하나 보상된 거 없다.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발효되려면 시행령이 있어야 한다. 반년 흐른 지금까지 안했다. 소급입법 적용 여부도 문제다. 대남방송의 피해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보상이 이뤄지려면 법이 소급 적용돼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도 정리되지 않았다. 시가 피해를 채증했다. 이게 인정될는지도 걱정이다. 그 새 북한의 대남방송은 조용해졌다. 보상까지 잠잠해지려나. 정권이 바뀌었다. 그때 야당 대표는 대통령이 됐다. 대북 전단 제재를 통일부에 지시했다. 접경 마을을 찾아 ‘평화’를 약속했다. 거기 ‘보상 약속’도 있었으면 좋았는데. 그날은 없었다. 반대편에서는 대북 전단 제재를 비난한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도 ‘보상 주장’이 있으면 좋을 텐데. 역시 없다. 그렇다. 이게 지금 대한민국의 대북 전단 논쟁이다. 찬성과 반대 모두 ‘제1 피해자’는 쏙 빼놓고 간다. ‘접경지 70년’을 짓눌러온 논리가 있다. ‘위험 지역인줄 모르고 살았나’, ‘참기 싫으면 좋은 곳으로 이사 가라’.... 분단을 전제한 고통 강요다.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접경지 보상’은 안중에도 없는 대북 전단 논쟁을 보면 그렇다. 결국 ‘귀신 곡소리도 그냥 참고 살라’는 말이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취임 첫 주부터 전국민 지원금 띄우기

취임 첫 날인 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에서다.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법원조직법상 정원은 14명이다. 법 시행에는 1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그 후 매년 4명씩 4년간 16명을 늘리는 안이다. 박범계 소위원장이 법안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대법관 1명이 3천건을 처리한다. 충원이 합리적이다.” 재판 업무 과중이 현실이긴 하다. 하지만 개정 목적을 그렇게만 보는 국민은 없다. 취임 5일째인 8일 오전. 서영교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를 적극 검토해 경제가 살아나는 마중물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을 빨리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파생될 경제 효과를 수치로 설명했다. “경제성장률이 1% 정도는 성장할 것이다.” 물론 통계가 나온 구체적 근거는 생략됐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그다. ‘명심’(이재명 지지) 확보가 절박했을 것이다. 대통령 뜻을 대변한다고 한 것 아니겠나. 취임 6일째인 9일 오전.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 TF 회의를 주재했다. 지시의 방점은 두 가지로 모아졌다. 하나는 서민 물가 안정, 다른 하나는 신속한 추경 편성. 고물가를 상징하는 질문을 던졌다. “최근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그러더라. 라면 한 개에 2천원도 한다는 데 진짜냐.” 윤석열 정부 1차 추경에 이은 2차 추경 편성도 지시했다. ‘1인당 25만원 지급’이 포함될지가 관심사다.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없었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규모 방식을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 이게 대통령 취임 첫 주다. 물론 보기 좋은 모습도 있었다. 낙선자인 김문수 후보에게 전화를 했고, 야당 비대위원장 등과 비빔밥 회동도 했다. 치열한 경쟁의 푸근한 마무리다. 비상 명령권을 발동해 경제TF를 출범시켰다. 경제 회복을 향한 의지 표현이다. 총리·국정원장·국가안보실장을 지명하고 임명했다. 국정 공백을 채워가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그 일주일에서 위의 세 모습만 본 국민도 있을 거다. 내게는 유독 선명한 이유가 있다. 보편적 복지를 반대한다, 나는. 2009년 무상급식 취재부터 쭉 그랬다. ‘재벌 집’에 도시락 주면 안 된다고 봤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의 기세는 거대했다. 없어지기는커녕 모든 선거를 삼켰다. 유권자는 보편적 복지를 예외 없이 찍었다. 언제부턴가 진보·보수 차이도 없어졌다. 그래도 ‘보편적 복지 반대’를 끌어안고 있다. ‘현금 퍼주기=미래 세대 빚’이라는 등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표 청년 배당·기본소득에도 그래서 늘 이견을 달았다. 대선에서 잠깐 놀랐다. 이재명 10대 공약에서 기본소득이 빠졌다.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썼다(경기일보 5월13일자 사설). 우클릭이더라도 의미 있어 보였다. 당선 뒤에 현금 복지 축소를 권해볼까도 했다. 이런 기대가 첫 주에 사라졌다. -당내에서 알아서 운을 떼줬다.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를 주자’(취임 5일). 같은 민주당의 ‘사법 방탄’과 뒤섞였다. ‘대법관을 왕창 늘리는 법안 강행’(취임 당일). 대통령실도 ‘심도 있는 논의’로 받았다(취임 6일). 그냥 현금 복지로 갈 것 같다. 현금 복지가 불편한 건 대가성 때문이다. 선거 때 뿌리면 표를 받았다. 위기 때 뿌리면 지지율을 받았다. 지금까지 보편적 복지는 그랬다. 그래서 무서운 게 통치권자의 현금 복지다. 임기 내 지방선거도 있고 총선도 있다. 고전할 때도 있고 욕 들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현금 복지를 꺼낼수도 있다. 통치권자는 그럴 수 있는 자리다. 그 현금이 부채가 되고, 물가 올리고, 미래 세대 빚이 되더라도.... 현금 복지를 통한 위기 돌파는 있어선 안 될 통치 패턴이다. 이 패턴의 일단이 첫 주에 얼비쳤다. 그 속에 ‘임기 5년’이 투영됐다. 토론 중 A가 내게 물었다. “그러면 국가는 아무것도 안 해야 옳은가.”, “공화주의는 왜 있나.” 내가 해준 답은 이거다. -경제의 한계가 복지의 한계다. 그 선을 넘는 영역은 빚으로 전환된다. 지금의 빚은 미래 세대의 짐이다. 재난소득 축제가 부채로 바뀐 경기도가 증명이다. 매년 3천억원씩 갚아가고 있다.- 이런 걱정이 더 커진 일주일이었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이재명과 김문수, 경기지사 때 ‘이걸 잘했다’

이재명 도지사가 해낸 업적이 있다. 광교산 자락에 있는 ‘고기리 계곡’이다. 수십년 동안 도시민의 휴식 명소였다. ‘닭백숙 계곡’ ‘××탕 계곡’으로 유명했다. 거기서 생겨난 게 계곡 불법 영업이다. 물에 발이라도 담글라치면 음식을 시켜야 한다. 이 불법이 2018~2022년 사라졌다. 경기도 전역에서 실시된 집중 단속이다. 체육 장비를 세워 불법을 막았다. 계곡으로 출입하는 계단을 놨다. ‘계곡을 도민에 돌려드리겠습니다.’ 그가 이끌던 경기도정의 핵심은 복지였다. 만 24세 도민에게 연 100만원씩 줬다. 처음이었다. 학생에게 무상교복, 산모에게 산후조리비를 지원했다. 처음이었다. 경기도 전 지역에 지역화폐를 확대 시행했다. 공공 앱 개발, 마이데이터 행정 등을 도입했다. 공공개발 이익 도민 환원제를 추진했다. 역시 처음이거나 특화된 시도였다. 경험한 적 없는 신개념이었다. 실생활에 직접 도움으로 작용했다. 민선 7기 이재명 지사의 공이다. 김문수 도지사가 해낸 업적이 있다. 그때 ‘대심 철도’라는 걸 처음 들었다. 땅속 70m를 통과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평가 대신 비난을 해댔다. 천문학적 예산이 들거라며 코웃음을 쳤다. 경험도 없고 기술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밀어붙였다. 신속 추진 TF를 만들었다. 민자 구상으로 재정 논쟁을 피해갔다. 예비타당성조사로 경제성을 증명했다. 이제 GTX 노선이 집값을 좌우한다. ‘우리 동네도 GTX 놔주세요.’ 그가 이끌던 경기도정의 핵심은 경제였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를 유치했다. 해외 이전을 막은 거다. LG디스플레이 파주단지, SK하이닉스 증설을 성사시켰다. 규제와 싸웠다. 판교·광교·동탄신도시를 개발했다. 성공 모델을 보여줬다. ‘청렴영생 부패즉사’로 깨끗한 행정을 폈다. 경기도 청렴도를 1위에 올렸다. 경기도 미래 경제의 골격이 됐다. 기업과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든 시기였다. 민선 4·5기 김문수지사의 공이다. 그 둘이 대통령선거 후보다. 잘 보고 비교하면 재밌을 거다. 그때나 지금이나 경기지사는 대권 후보다. 민선 1기 이인제 지사부터였다.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민선 2기 임창열 지사도 잠룡이었다. 세칭 ‘경제 대통령’이었다. 민선 3기 손학규 지사도 그랬다. 당내 경선을 넘지 못하고 접었다. 민선 4·5기 김문수 지사는 현재 후보다. 민선 6기 남경필 지사도 경선까지 갔다. 민선 7기 이재명 지사는 현재 후보다. 민선 8기 김동연 지사도 경선을 치렀다. 도민도 잘 아는 경기지사 대권사다. 그런 전직 지사들이 한데 모였다. 대선 막판에 잡힌 장면이다. 평택에서 열린 유세 현장이었다. 이인제·임창열·손학규 지사가 김문수 지사를 응원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조합이다. ‘밥 자리’에 초청해도 누군 오고 누군 빠진다. 그러던 이들이 같은 날 유세장에 등장했다. 어차피 선거철이다. 해석은 정파에 따라 달라진다. ‘보기 좋다’, ‘보기 싫다’. 그런데 정치만 빼고 보면 반갑지 않나. ‘팔달산 도청’에서 근무하던 도지사들이다. 정치인 중 최고, 장관 중 최고였다. 왜 안 그렇겠나. 최고만 오는 경기지사 자리였다. 그 역사 속에 두 지사-김문수·이재명-도 있다. 이들 역시 최고의 도지사였다. 앞에서 대충 살핀 업적만 봐도 저렇게 많다. 저런 업적을 선거가 다 깎아 먹었다. 후벼 파이고 흠집 났다. 이제는 둘 다 너덜너덜해졌다. 끝물에 와 보니 ‘왜들 저랬나’ 싶다. 저 먼 지방에서야 모르니까 그렇다고 치자. 다 아는 경기도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 이번 대선의 중심이 경기도라고들 한다. 경기지사 출신이 대통령 될 거라고들 한다. ‘잘한 도정’을 추억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다. 그게 두 후보를 배출한 경기도민의 소소한 특권이다. 이런 ‘경기도 대선’을 다시는 못 볼수도 있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청년 세대에 날아든 ‘중국인 건강보험’ 청구서

젊은 직장인들이 말한다. ‘건강보험료를 너무 많이 뗀다.’ 그러면서 말한다. ‘외국인 치료비를 내줄 여유가 있나.’ 대한의사협회가 밝힌다. ‘외국인의 건보 무임승차는 막아야 한다.’ 그러면서 밝힌다. ‘별도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이러자 많은 국민들이 얘기한다. ‘상호주의에 입각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에 보건복지부가 답한다. ‘상호주의 적용 국가가 많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답한다. ‘인권, 외교 마찰이 생길 수 있다.’ 2019년 시작된 외국인 건강보험제도다.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물면 해당된다. 세계 모든 국가의 국민이 대상이다. 실질적으로는 중국인이 압도적이다. 2024년 8월 현재 중국인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10만여명이다. 정책 분석의 핵심이다. ‘중국인’ 적자가 심각하다. 2019년 987억원, 2020년 239억원, 2022년 229억원, 2023년 640억원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다. 국내 보험료와 세금으로 채워가고 있다. 사취 또는 편취도 심각하다. 2023년 2월 뜬 중국 SNS 영상이 있다. ‘성심성의껏 양털을 뽑아줘야지’, ‘2년에 한 번 무료 건강검진, 스케일링 또는 사랑니 뽑기, 한의원 마사지, 병원 진료 등 혜택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불법 수급 범죄도 급증했다. 보험증 대여, 도용 등이다. 적발된 외국인만 2024년 1만7천87명이다. 1년 새 16.8% 늘었다. 돈으로 치면 25억원이다. 여기서도 70% 이상이 중국 국적 외국인이다. 나 같은 세대야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세금으로 알고 살아왔다. ‘누군가는 빼 쓰겠지’. 하지만 사회초년생이 겪는 박탈감은 다르다. 직장 1년 차 A(28)의 월급명세서가 있다. 총액 400만원에 실지급액 320만원이다. 거기서 건보료가 30만원 나갔다. 19일 아침 기사를 A도 봤다. 언론마다 외국인 건강보험료 문제로 도배됐다. -중국인 가입자는 2만7천명 늘었다... 외국인 부정수급액도 28% 늘었다-. 뭐라 했겠는가. ‘내가 왜 중국인들 건강보험료까지 떼 줘야 하냐.’ A를 비인도적이라고 나무랄 건가. 외교 무지렁이라고 욕할 건가. 많은 직장인의 원성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 중에 이런 게 있다. ‘건강보험 상호주의 원칙’. 그리고 이 대안이 도출한 법안이 있다. ‘건강보험법 개정안’. 상대국과 균형을 맞춰 건강보험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당연한 듯 여겨지는 원칙이다. 호혜 평등에도 맞아 보인다. 그런데 담당 부처는 선뜻 받지 못한다. 내세우는 이유가 앞서 살핀 대로다. ‘외국의 예가 많지 않다’거나 ‘인도적·외교적 마찰이 우려된다’다. 왠지 궁색하지 않나. 상호주의? 때마침 세계를 덮은 화두다. 트럼프 행정부가 써 먹는 관세 개념이다. 재화의 흐름을 따라 형성된 관세가 있다. FTA라는 국제법상 조약이 근간이다. 이걸 트럼프는 마구 뒤집었다. 미국 이익에 맞춰 해석했다. 앞서의 FTA는 휴지조각처럼 버려졌다. 이게 트럼프식 상호주의다. 그러자 세계 각국도 저마다의 상호주의를 꺼냈다. 중국식 상호주의... EU식 상호주의.... 지금의 상호주의는 극단의 국익주의다. 우리만 참 낭만적이다. 중국 등 세계인을 향해 먼저 베풀었다. 그래놓고 우리도 해달라고는 못한다. 비인도주의적이라고 한다. 외교적 결례가 걱정된단다. 그러는 사이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 외국인 가입자가 늘고, 적자 폭이 커지고, 부정수급이 늘고 있다.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미 2019년 등장부터 빚이었다. 그 빚이 6년 만에 현실화됐다. 서명도 한 적 없는 청년들에게 ‘중국인 건보료’ 청구서로 날아들었다.

[김종구 칼럼] 신안산선 참변에 드리운 정치인·국토부 책임

‘신안산선 개통 연기를 규탄한다.’ 2024년 7월10일 국회 소통관이다. 국회의원 14명이 현수막을 들었다. 신안산선 노선 경유 지역 의원들이다. 4년 연장을 요구한 사업 시행자를 맹 비난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했다.” 20개월로 단축한 국토부도 비난했다. “부실관리 늑장 대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신안산선 공사 강행을 촉구하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9개월 뒤, 신안산선 공사 현장이 무너졌다. 광명 지역 지하터널 제5-2공구다. 4월11일 오후 3시13분이었다. 지하 터널의 상부 도로가 주저 앉았다. 근로자가 사망했고 인근은 초토화됐다. 사고 현장의 증거가 남아 있다. 공사장 폐쇄회로 TV 화면이다. 사고 전날 밤 터널 현장이 무너졌다. 흙더미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아치 형태 천장 부위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미 사고 하루 전부터 그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붕괴 조짐이 보이는데 밀어붙인 공사였다.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처분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는 기다리면 된다. 이와 별도로 지적하고 가려는 대목이 있다.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붙였다는 정황이다. 공기에 쫓긴 조급증이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CCTV 속 모습부터 여간 이상하지 않다. 살폈듯이 현장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다. 무너질 곳에 인부를 밀어 넣은 꼴이다. 그 이유가 전체 흐름 속에 있다. 2023년 1월 감사원이 경고했다. ‘지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시행사 넥스트레인도 경고에 동의했다. 전 구간 개통 시기를 연기하려고 했다. 2029년 4월을 제시했다. 당초보다 4년 미루는 안이었다. 지금에 와서 보면 그 판단이 옳았다.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공사 일정만은 훨씬 넉넉했을 것이다. 이 계획이 무시 당했다. 국토교통부와 협의하는 과정이었다. 당초 요구보다 28개월 앞당겨졌다. 2026년 12월로 완공 목표를 확정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공시했다. 공시된 날짜는 이후 공사의 절대 목표가 됐다. 도대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감사원이 붕괴 위험을 경고했고, 시행사가 공사를 연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토부 협의에서 공기가 당겨졌다. 감사원 지적을 무시한 것인가. 누가 왜 바꾼 것인가. 확인해 봐야 한다. 그 즈음-2024년 7월- 정치가 등장한다. 1명도 아닌 국회의원 14명이 나섰다. 맹성규 국토위원장이 옆에 있었다. 국토부 백원국 2차관도 앉아 있었다. 이 분위기에서 쏟아진 성토다. 국토부와 시행사에는 더 없는 압박이었을 게다. 의원들 스스로 이날 압박의 효과를 자랑했다. 지역민 보라고 이런 자료를 뿌렸다. “○○○의원, 신안산선 완공 연기를 강력히 성토했다.” 그 증거는 여러 언론에 활자로 남아 있다. 22대 국회의원 임기는 2028년 4월이다. 4년 연기됐다면 2029년 4월이다. 22대 임기에 개통식 못한다. 20개월 연기되면 2026년 12월이다. 22대 임기에 개통식이 가능하다. 이래서 ‘4년 연기’에 분노했던 것인가. 송옥주(화성갑), 양문석(안산갑), 김현(안산을), 박해철(안산병), 문정복(시흥갑), 조정식(시흥을), 임오경(광명갑), 김남희(광명을), 강득구(안양만안). 그때 성명 냈던 의원들이다. 사람이 빚은 재앙-인재(人災)-임이 분명해 보인다. 경찰 수사는 그 ‘누군가의 잘못’을 찾는 작업이다. 숨진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시킨 책임, 시공사가 져야 할 것이다. 시공사에 촉박한 일정을 강제한 책임, 시행사가 져야 할 것이다. 시행사의 안전 판단을 무력하게 만든 책임, 국토부·정치인이 져야 할 것이다. 형사 책임의 경계는 어디선가 끊길 것이다. 하지만 도덕적 책임의 경계까지 자르고 갈 순 없을 것이다.

[김종구 칼럼] 길 위의 보수, ‘충분했다’ 이제 멈출 때다

정치부장 때 노무현 탄핵을 취재했다. 대통령의 정치 중립 위반이 사유였다. 경기·인천 언론 국장단 간담회 발언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도 밥을 먹고 있었다. 빵으로 시작하는 양식이었던 거 같다. 그 밥자리 직전 발언이었다. 한나라당이 탄핵으로 끌고 갔다. ‘내가 현장에서 들었는데 문제 없는 발언인데....’ 주위에 몇 번을 얘기했다. ‘내가 부족한가 보다’며 반성도 했다. 하지만 최초 내 판단이 맞았다. 탄핵 기각, 노무현 대통령 복귀. 논설실장 때 박근혜 탄핵을 취재했다. 최순실 특혜와 국정 농단이 사유였다. 연설문 대리 작성이 시작이었다. 최태민 목사, 7시간 불륜, 보톡스 시술, 비아그라 매입.... 지금도 확인되지 않은 ‘설’이 난무했다. 2016년 12월9일 국회가 탄핵을 소추했다. 내란·외환의 죄가 없는 탄핵이었다. 법에서 배운 것과 달랐다. 하지만 내 취재와 칼럼은 여론에 묻혔다. 법(法)도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을 따라갔다. 탄핵 인용, 박근혜 대통령 파면. 주필인 지금 윤석열 탄핵을 취재한다. 12·3 계엄 선포가 사유다. 모든 국민과 세계 언론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가 탄핵을 소추했다. 오늘까지 110일간 헌재가 심의·평의를 해왔다. 국회와 윤 대통령의 주장이 첨예하다. ‘헌법 위반’(국회)과 ‘내란죄 철회’(윤), ‘명백한 증언’(국회)와 ‘오염된 증언’(윤), ‘검찰 조사 인정’(국회)과 ‘헌재법 위반’(윤).... 이번 취재를 한 문장으로 모아본다. ‘행위가 과연 파면에 이를 정도인가.’ 4월4일 오전 11시에 결정 난다. 모든 논쟁은 거기서 정리될 것이다. 재판관들의 절묘한 법어(法語)가 등장할 것이다. 항고도 재심도 없는 탄핵은 그렇게 끝난다. 나는 결과를 모른다. 남 모르고 나만 아는 정보는 없다. 그러니 쓸 가치도 없다. 맞으면 요행이고 틀리면 망신이다. 대신 이 얘기는 적어 두겠다. 전국을 뒤덮었던 보수의 물결이다. ‘노무현’ 땐 전혀 없었고, ‘박근혜’ 땐 거의 없었다. 그 모습을 적는 것도 이게 마지막일 거다. 탄핵과 길거리 투쟁은 진보의 무기였다. 어이 없는 노무현 탄핵도 그들이 증명했다. 내란 없는 박근혜 탄핵도 그들이 완성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탄핵 반대로 뭉친 보수가 길거리를 점령했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을 휩쓸었다. 규모로도 탄핵 찬성을 압도했다. 그들 스스로 이것이 대한민국의 여론이라 믿었다. 그래서 내일이 걱정이다. 혹시 저들이 분노할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내가 지켜본 사람도 그 속에 있다. 주위에선 그를 ‘I 언니’라고 부른다. 평범한 아줌마였고 보통의 엄마였다. 2024년 12월까지는 그랬다. 그가 거리를 누비는 투사로 변했다. 가정보다 정치를 외치는 시위대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하라”고 외쳤다. 대통령을 본 적 없다. “이재명 대표 구속하라”고 외쳤다. 이 대표와도 생면 부지다. 그런데도 그렇게 외치며 추운 겨울을 보냈다. 손등이 추위에 갈라져 보기에 흉하다. 평소 안 좋던 허리에 몸져 눕기를 반복했다. 하루 남은 오늘, 그에게 해 줄 말이 있다. -지난 겨울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작은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하셨다. 이념의 균형을 유지시켰다. 탄핵이 얼마나 위험한지 세상에 알리셨다. 이제 역사에 넘기고 가정으로 돌아가시라. 포용할 수 없다면 잠시 잊으시라.- 우리 언론은 이걸 ‘승복’이라고 쓴다. 또 고백하건대 나는 정보가 없다. 그럼에도 보수가 서운해할 결과를 전제해 봤다. 이래야 승복과 멈춤을 권할 수 있어서다. 세 번째 탄핵 취재가 끝나간다. 보수와 진보 모두 무서웠던 취재였다. 그래서 네 번째 취재는 상상하지 않는다.

[김종구 칼럼] 헌재의 ‘151석’ 결정, 재탄핵 조장하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불완전한 권한이다. 법적으로는 모든 권한을 넘겨받는다. 다만 중요한 한 가지를 가질 수 없다. 투표 등 국민의 선택으로 부여받은 권력이다. 민주주의가 창출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이러다 보니 대행은 정치에 치이고 휘둘린다. 야당에 의한 견제가 특히 심하다. 그중에도 무서운 공격이 탄핵이다. 그동안은 없어서 몰랐다. 이번에 알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행을 탄핵했다. 직무 시작 열흘 만에 날아갔다. 그리고 87일 됐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해 복귀시켰다. 그런데 하루도 안 돼 ‘한덕수 대행 재탄핵’ 얘기가 나온다. 24일 기자가 물었다.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재탄핵을 검토하나.”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답했다. “속단할 수 없다.” 탄핵 성적 9전9패의 민주당이다. 대놓고 말하기 민망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이 다음 날 지면에 대행 재탄핵 얘기를 실었다. 복귀 하루 만에 정부를 휘감아 도는 공포다. 출발은 헌재의 24일 결정문이다. 151석을 대행의 탄핵 소추 요건으로 인정했다. 6명이 동의한 이유가 이렇다. “(대행은 대통령과 비교해) 상당히 축소된 간접적 정당성만 보유한다”, “권한대행 지위가 새로 창설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본래 신분상 지위(총리)에 따른 의결 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 대행의 권한을 제한적이라고 봤다. 현실은 알겠는데, 법률에 근거가 있나. 대통령에게만 있고, 권한대행에게 없는 권한?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엔 논리상의 어색함도 있다. 재판관 후보자 불(不)임명이 발단이었다. 한 대행이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 임명 권한이 대행에게는 없다고 본다.’ 그러자 민주당이 ‘권한 있으니 임명하라’며 탄핵했다.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을 했다.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 한덕수 대행이 ‘임명 권한·책임 없다’고 했고, 민주당·헌재는 ‘임명 권한·책임 있다’고 했다. 그랬던 헌재가 정족수에서는 달라졌다. ‘대행의 권한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소수 의견이 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이다. 절차 흠결을 이유로 탄핵을 각하했다. 둘의 논리가 이렇다. “권한대행자를 대통령과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 “비상 상황에서는 탄핵 제도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그러면서 이런 비유도 했다. -현행법에서 차관은 탄핵 대상이 아니다. 그러면 차관은 장관직을 대행하면서 중한 위헌·위법을 해도 탄핵할 수 없다는 논리가 된다-. 정치 현실과 법률 해석이 보다 명료해 보인다. 혹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입장을 얘기한다. 151석 밀어붙인 부담을 덜어줬다는 것이다. 혹자는 민주당에 탄핵 무기를 쥐여줬다고 얘기한다. 홀가분하게 재탄핵할 근거를 줬다는 것이다. 헌재가 이런 계산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 흔한 지라시 한 장 받아 본 적 없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 결과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151석’이 더욱 개운치 않다.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광화문 차벽도 아슬아슬하다. 시위대는 법원까지 난입했다. 물리적 내전과 국가 위기가 경고된다. 싸우는 걸 보면 곧 망할 나라다. 하지만 이 모습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당대(當代)는 언제나 난세(亂世)라 했다. 당대에만 그렇게 보이는 거다. 결국 대통령 한 사람의 사건 아닌가. 곧 역사에 기록되고 정리될 것이다. 탄핵 정족수를 특별히 붙들고 늘어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당대뿐 아니라 미래까지 끌어갈 기준이라서다. 헌법재판소는 판결이 아니라 결정을 한다. 판례가 아니고 결정례(決定例)·선례(先例)다. 미래에 미칠 구속력에서 판례의 그것과 다르다. 한번 내린 결정이라도 바뀔 수 있다. ‘151석 아쉬움’을 남겨 놓는 이유다. 언젠가 200석으로 바뀔 바람을 적어 두겠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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