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산’ 남양주야말로 우리 정치의 성지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그의 지역구에서 당선된 시·도의원들이 함께 했다. 김창식·김승기·이대한 도의원 당선인과 김수연·최문광·손정자 시의원 당선인이다. 김 의원이 마련한 의정 역량 강화 연수 프로그램의 첫 순서였다. “민주열사들이 지킨 민주주의 위에 우리의 의정이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일행은 경남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했다. 경기도 지역구의 보기 드문 행사다. 특별한 의미를 둘 만 하다. 이들의 행렬이 언론에서 전해졌다. 남양주 다산 문화가 떠올랐다. 이쯤에서 보태고 싶은 제언이 있다. 이날 참여한 정치인들의 소속 지역이 남양주시다. 남양주시는 다산 정약용의 도시다.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다. 수원화성 축조에 기여했다. ‘목민심서’와 ‘경세유표’를 남겼다. 그가 살던 여유당이 있다. 영정을 모신 문도사가 있다. 부인과 함께 잠든 합장묘가 있다. 기념관과 문화관도 있다. 학자이자 과학자였다. 그리고 개혁가이자 정치가였다. 정치 철학도 현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정치의 바탕을 위민사상과 민본주의에 두고 있다. 실학이 갈 방향을 사회개혁, 경제개혁, 국방개혁에 뒀다. 학문의 목적은 나라의 부강과 일상의 실용에 있다고 정의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모든 가치를 담고 있다. 그중에도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 총망라돼 있다. 김병주 의원은 “당선인들에게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남양주야말로 더없는 배움터 아닌가. 5·18은 민주주의의 성지다. 봉하마을은 노무현 정신의 상징이다. 그렇다면 남양주 여유당은 다산 정신의 현장이다. 정약용 유적 참배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다. 청렴과 개혁, 실용과 민생을 다짐하는 일이다. 벼슬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념보다 현실을 중시하겠다는 선언이다. 남양주 정치인들부터 여유당을 찾아야 한다. 경기도 정치인들이 찾고, 전국 정치인들이 찾도록 해야 한다. 남양주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곳이다.

[사설] 뉴스 없는 인수위가 가장 좋은 인수위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뉴욕시장을 세 번 했다. 세 번째 당선은 무소속 상태에서 해냈다. 1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일한 것으로 유명하다. 9·11 테러 이후 뉴욕을 재건했다는 평이다. 2001년 그의 인수팀이 활동했다. 민간 전문가 수백명으로 구성했다. 선거 공약보다 시정 파악에 주력했다. 미국에서 꼽히는 성공한 인수위 사례다. 우리에겐 2011년 박원순 인수위가 있다. 보궐선거라 ‘시정 점검단’ 형태였다. 대규모 인사를 자제했고 앞선 시장 사업을 인정했다. 후한 평가를 받는 인수위 조건이 있다. 전임자 비판보다 사업 계승, 공약 100개보다 핵심 과제 10개, 취임 직후 상세 계획 일정, 인사 검토 아닌 정책 준비 등이다. 큰 틀로 보면 전문성 있고 포용성 있고, 시민이 중심되는 활동이다.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경기도지사와 경기교육감이 바뀌었다. 31개 시장·군수 가운데 12명이 바뀌었다. 지역마다 인수위원회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추미애 도지사 당선인에는 김태년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은 인수위원장의 면면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당선인의 구상을 유추한다. 김태년 의원은 5선의 중진이다. 경기도 성남을 지역구로 해왔다. 추 당선인이 큰 틀의 정치와 지역 장악을 동시에 꾀한다고 보여진다. 경기도교육청에는 김상곤 전 교육감이 등장했다. 민선 경기교육감,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다. 무상급식을 통해 보편적 복지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안민석 당선인이 ‘100만원 학생펀드’를 약속했다. 이 목표에 집중할 모양새다. 이쯤 되면 향후 방향은 선명해졌다. 경기도와 경기교육청의 행정이 예상된다. 이 또한 소속 공직자들에게 소중하다. 미래 4년의 방향을 준비할 수 있다. 좋고 나쁨의 평가를 굳이 매길 필요는 없다. 앞서 살핀 좋은 인수위의 조건은 그저 조건일 뿐이다. 그 점에서 시군에서 이뤄질 인수위 인선도 마찬가지다. 각자 추구하는 방향에 따른 선택을 하면 된다. 선거 기간 확인된 시민 요구를 투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행정이 받쳐줘야 한다는 공통점은 있다. 경기도 시장·군수 19명은 연임자다. 일부에서 취임준비위원회 기구가 출범했다. 화려하고 과시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결국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의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초선의 인수위와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인수’보다 ‘평가’에 집중해야 한다. ‘사업 시작’보다 ‘사업 정리’를 봐야 한다. 도시철도, 산업단지, 도시재생, 문화 인프라 등이 그런 분야다. 4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를 다듬어야 한다. 과감히 버리는 용기가 필요한 분야도 있을 수 있다. 인수위든, 취준위든 근본 목표는 같다. 7월1일 출발을 위한 길 닦기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20여일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집중력 있게 내실을 기하며 가야 한다. “성공한 인수위는 뉴스 없는 인수위다.” 시사하는 바가 큰 교훈이다.

[사설] ‘몇 억분의 1’ 선동, 선관위에 주도권 넘겨준다

이른바 ‘쌍둥이 득표수’ 문제로 뜨겁다. 투표소가 다른데 득표수가 같은 경우다. 서로 다른 후보 2명의 득표수다. 인천 송도1동과 송도2동이 그렇다. 박찬대 후보 3천30표, 유정복 후보 1천440표다. 두 투표소에서 정확히 일치한 수치다. 다른 지역도 있다. 전남 광주에서는 무려 10개 투표소 결과가 같았다. 시장선거에 출마한 민형배·이정현 후보의 득표수다. 두 곳씩 같았으니 쌍둥이 조합이 다섯 개다. 많은 국민이 선관위를 의심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기자회견을 했다. 투표용지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참정권 침해에 대한 대책도 촉구했다. 여기에 곁들여 ‘쌍둥이 득표수’도 거론했다. 유 시장은 “확률적으로 극히 나오기 어려운 결과”라고 표현했다. 구체적인 통계 수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출처 불명의 통계가 쏟아진다. ‘몇 백억분의 1’에서 ‘몇 경분의 1’까지 등장한다. 저마다 “통계학자들에 따르면”이라고 한다. 정작 학자 실명은 밝히지 않는다. 언론은 보도와 논평의 근거로 쓴다. 집회에서는 선관위 규탄의 근거로 쓴다. 유튜브에서는 시청자 설득의 근거로 쓴다. 대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쪽이다. 이 대열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가세했다. 9일 기자회견에서 통계학적 수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5억9천만분의 1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지경에 이르자 권위 있는 통계학자가 나섰다. 공업통계연구회장을 지낸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다. ‘두 후보의 득표수가 완벽히 일치하는 2개 동이 발견됐다고 투표 조작을 의심하느냐’고 자문한 뒤 “통계적 관점에서 합리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를 비롯한 학계의 주장이 있다. ‘사후 선택(post hoc selection)’ 문제다. 어떤 조합도 사후에 보면 특별한 패턴이다. ‘독립 시행 가정 오류’ 문제다. 각 투표소는 서로 독립된 요소가 아니다. 인접한 투표소는 비슷한 투표 성향을 갖고 있다. ‘몇 억’, ‘몇 경’은 이런 선거 조건을 무시한 오류다. ‘쌍둥이 득표수’는 해명돼야 한다. 개표의 과정, 자료, 증언이 밝혀져야 한다. 결과는 ‘비위’일 수도, ‘우연’일 수도 있다. 통계는 의심을 제기하는 데까지다. 조작을 증명하는 것은 다른 절차다. 무리하게 경우의 수를 만들면 안 된다. 분모의 수가 크다고 선거 부정이 증명되는 건 아니다. 책임 있는 정당의 대표라면 더욱 그렇다. 학계에서 지적당할 ‘엉터리 경우의 수’라는 걸 몰랐나. 몰랐다면 무지이고, 알았다면 왜곡이다. 어느 쪽이든 망신이고. 선관위를 향해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 해체 수준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어렵게 싸우고 있다. 그들이 첫날 내건 문구가 있다. “선동하지 마라. 선동되지 마라.” 지금 보니 정치인들 들으라는 소리였다.

[사설] 도지사와 용인·성남시장, 반도체에 정당은 없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 흑자 전망이 나왔다. 실적 회복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조 단위 적자로 시작한 지 4년 만이다. 효과는 경기도 반도체 산업으로 이어진다. 역사적·기술적 본산은 화성 캠퍼스다. 생산 규모의 본산은 평택이다. 지역에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평택-화성-기흥-이천은 메모리 벨트의 핵심이다. 세계 D램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생산시설이 모여 있다. 반도체의 위상이 곧 경기도의 위상이다. 6·3 지방선거가 반도체로 뜨거웠다. 해당 지역의 모든 정당이 약속을 했다. 추미애 경기지사 후보도 반도체 9대 공약을 냈다.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협력업체 육성 등이다. 그 약속에 민주당 후보들이 함께했다. 그 속에 용인시장과 성남시장은 없었다. 국민의힘 소속이다. 각자의 공약을 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반도체 산단 프로젝트를 내놨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AI·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약속했다. 차이 없는 공약들이다. 묶어도 이상하지 않다. 정치색이 강했던 건 반도체 산단 이전설이다. 하지만 이 역시 큰 틀에서는 수성(守城)이라는 같은 목소리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강경했다. 이전론을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주장”이라고 힐난했다. 공정률, 행정절차 등을 들어 이전 불가 논리를 폈다.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이전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추 당선인도 근본 방향은 다르지 않다. 주목받은 발언이 있었다. 당내 광역단체장 후보들 앞에서 했던 말이다.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가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 이것을 분산한다는 말이 (당에서) 절대 나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반도체 지키기 노력이다. 차이는 전달 대상뿐이다. 이 시장은 정부에 말했고, 추 당선인은 당에 말했다. 2002년 월드컵도 선거 때는 정치였다.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이 유치부터 속도를 냈다.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예산과 추진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 이견이 부딪힌 것이 1998년 지방선거와 2000년 총선이었다. 선거가 끝나고 월드컵이 다가오자 상황은 달라졌다. 여야가 ‘국가적 성공’에 협력했다. 그렇게 2002년 월드컵의 신화는 만들어졌다. 선거가 대결이라면 행정은 협력이다.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제 투쟁이 아니라 협력의 시간이다. 더구나 방향이 다르지 않은 경기도 반도체다. 갈라설 게 뭐 있고, 대립할 게 뭐 있나. 추미애 도정과 이상일·신상진 시정 모두 도민의 삶이다. 경쟁할 대상은 미국이고, 대만이고, 중국이다. 이제 경기도 반도체에서 정당을 걷어내자.

[사설] 이천 교사 사망, 수사·조사 없이 19일 갔다

이천 사립고 교사 사망은 5월21일이다. 학교와의 갈등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진상 규명과 대책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3만명을 목표로 26일까지 진행한다. 해당 학교 감사, 사립학교법 개정, 내부 고발자 보호 등을 호소하고 있다. 사립학교 교사들의 실태조사도 병행한다. 직장 내 괴롭힘, 공익 제보에 대한 보복, 권한 행사 방해 여부를 묻는다. 개정할 사립학교법 초안 연구도 진행한다. 경기도교육청은 고강도 감사를 예고했다. 학교 내부의 과거 성적 특혜 요구 등 부당 학사 운영, 고발 내용 및 전후 사정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한다. 지역 정치권의 움직임도 더해지고 있다. 사학재단에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사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주축이 된 움직임이다. 전교조의 움직임에 맞춰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나올 전망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한 건 맞다. 교사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도 필요하다. 경기도의회에서의 관심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조금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은 현직 교사의 죽음이다. 그리고 여기에 얽힌 의혹이다. 전교조 등에서는 ‘보복성 조치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학교 측은 ‘직장 내 괴롭힘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것부터 밝혀야 한다. 그 절차가 경찰 수사 또는 교육청 조사다. 이 부분이 정리되지 않았다. 경찰의 초동 수사 얘기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망 원인에 대한 기본 수사였다. 교육계가 분노하는 것은 사망에 이른 과정이다. 이와 관련된 입건이나 강제 수사 착수 얘기는 없다. 경기도교육청의 진상 조사, 특별 감사 등도 그렇다. ‘착수했다’만 있고, ‘밝혔다’는 없다. 숨진 당사자는 교사다. 남은 당사자는 재단이다. 증거와 증언은 시간에 따라 유동적이다. 모든 수사·조사가 신속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숨진 교사의 기록은 2011년부터다. 학교의 잘못된 관행과 부딪쳤다. 근무 태만이라며 감봉 처분을 받았다. 스트레스로 3년간 휴직했다. 복직 이후 업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학교 비리를 고발했다. 사실로 확인됐다. 갈등이 더 커졌다고 한다. 이게 김 교사가 남긴 15년의 이야기다. 물론 재단 측은 대부분을 부인한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뭔가. 그가 죽음에 이른 과정을 밝히는 것이다. 그와 재단의 주장을 가리는 것이다. 이게 논점에서 밀려나 있다. 모두들 다음 단계만 보고 있다. 일에는 순서가 있고 경중이 있다. 교사의 사망도 벌써 19일째다. 여전히 주장만 있고 진실은 없다.

[사설] 경기도의회 국힘 4년 파행, 유권자는 기억했다

2022년 6월1일. 모두의 관심이 경기도의회를 향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78석 동률이었다. 거대 광역의회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저마다 이 ‘황금 비율’에 의미를 달았다. 협치에 대한 유권자 명령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경기도의회가 또 눈길을 끈다. 이번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쏠린 의석 때문이다. 전체 의석은 167석으로 늘었다. 민주당이 144석, 국민의힘은 22석, 조국혁신당은 1석이다. 광역의회 의석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도지사·시장 정당과의 견제 구도다. 서울은 국민의힘 시장을 뽑았고, 민주당이 다수석이다. 부산은 민주당 시장을 뽑았고, 국민의힘이 다수석이다. 강원과 울산도 같은 구도다. 도지사·시장에 민주당이 당선됐고, 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석을 차지했다. 둘째, 일방적으로 치우친 광역의회다. 전통적 정치색이 강한 영남권과 호남권이다. 그런데 경기도의회는 특별하다. 견제도 아니고 지역 정치도 아니다. 그래서 더 돌아보게 되는 경기도의회 결과다. 의석을 대거 잃은 국민의힘이 특히 그렇다. 돌아보면 ‘4년 전 78석’이 당내 갈등의 시작이 됐다. 대표의원 선출부터 계파 갈등이 생겼다. 의원 사보임을 둘러싼 충돌도 있었다. 상임위원회 개회 무산 등 파행을 보였다. 내부분쟁으로 원내대표가 교체되기도 했다. 여기에 일부 의원의 성적 발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거대 의회에서 개인 일탈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처리하는 당의 접근이다. 한번 불거지면 수개월씩 질질 끌었다. 법정으로 옮겨가며 쟁송으로 키웠다. 사과를 거부하다 형사사건으로 비화시켰다. 그 과정에 자정 능력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도당 등 중앙 정치도 무기력했다. 도리어 항의하는 공직사회에 맞섰다. 언론에 대해서도 고압적으로 일관했다. 툭하면 언론중재 제소, 법적 대응 등을 거론했다. 이 과정을 도민들이 보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도의회만의 ‘특별한 참패’를 국민의힘에 안겼다. 무관하다고 할 수 있나. 지방의회는 바람이라는 인식이 많다. 중앙 정치를 따라 간다는 속설이다. 개인 의정은 재선과 무관하다고 본다. 시쳇말로 ‘×판 쳐도 정당만 따라가면 된다’는 셈법이다. 4년간 국민의힘의 경기도의회가 그랬다. 그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도민에 비친 모습이 그렇다. 공직사회, 도민, 언론의 비판에 귀 막았다. 밥그릇 싸움, 타협 없는 갈등, 공직 사회 무시로 일관해왔다. 그런 모습이 유권자 기억에 담겼다가 ‘22석 몰락’으로 표현된 것이다. 사각지대 정치는 없다. 유권자는 모든 걸 보고 있다. 그리고 때가 오면 평가한다. 이번에는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었다. 다른 정당이 대상일 수도 있다. 경기도의회 선거의 교훈은 모두를 향한다.

[사설] 정치권은 협치로 민생경제 회복에 전념해야

6·3 지방선거가 일단 마무리됐다. 그러나 선거 후유증은 심각하다. 우선 선거관리위원회의 어처구니없는 관리 부실로 인해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선거관리 선진국의 명예는 찾아보기도 힘들게 됐으며, 국회에서는 국정조사, 또는 특검 실시가 될 것 같다. 일부 유권자들은 ‘선거무효’, ‘재선거’를 강력히 주장할 정도로 격양돼 있다. 선관위의 근본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비록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더 이상 다수의 힘에 의한 독주는 안 된다는 경고를 엄중히 보냈다. 또한 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은 미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당내 내분만을 지속하는 한 보수 궤멸은 시간문제라는 강한 경고를 보냈다.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정치양극화는 지방선거에서도 역시 재현됐다. 호남지역은 더불어민주당 일색으로 당선자를 배출했으며, 영남지역 역시 국민의힘이 대부분 당선자를 배출했다. 정치양극화는 한국정치를 퇴행시키는 고질병으로 정치권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다. 당내에서조차 강성지지층만 대상으로 팬덤정치를 지속하는 한 한국정치의 양극화와 분열의 정치는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이제 정치권은 정치의 본질인 국민통합을 위한 협치정치를 해야 한다. 지방선거 후 더욱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민생경제 회복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三高)’가 서민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9000 포인트 운운하면서 활황을 타던 증시는 선거 후 폭락해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가하면,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전세·월세 가격도 올라 서민들은 불안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3.1%가 올랐다. 중동사태는 아직도 끝나지 않아 석유가격 등은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7월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예고했으며, 시중은행의 5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7%대까지 올라 이자 부담도 늘어나고 서민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 고환율도 문제다. 지난 토요일 야간거래에서 환율은 장중 달러당 1천560원대까지 올라섰다. 앞으로 1천60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어 제2의 IMF사태도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 청년 고용률은 24개월째 하락 중이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정부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 협치정치를 복원, 민생경제 회복에 전념해야 된다.

[사설] 추미애호, 반도체 협치를 선언하라

경기도 선거의 관심은 반도체였다. 대한민국 속 경기도 위치가 그렇다. 반도체의 집중과 이전이 논의된다. 경기도민이 원하는 방향은 명쾌하다. 반도체가 일자리이자 먹거리다. 남아 있어야 일자리가 유지된다. 남아 있어야 먹거리도 이어진다. 이렇게 뻔한 주장이 모아지지 않았다. 그게 선거이긴 하다.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이가 있다. 선거 시기에 지켜야 할 불편한 보도 원칙이 있다. 기계적 균형이 지배했고, 그래서 옳고 그름을 단정하면 안 됐다. 그 불편했던 선거가 끝났다. 이제부터 표 계산 싹 뺀 진단을 해가자. 이재명 정부의 생각에 궁금한 점이 많다. 지난해 12월10일 이 대통령이 말했다. “송전망 구축도 쉽지 않고,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수도 없고....” 보름 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이어받았다. “용인 반도체 산단을 전기 많은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건 아닌지....” 곧바로 전북지역 정치인이 맞장구를 쳤다.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 대통령이 던지고, 장관이 받고, 정치인이 키웠다. 경기도민의 의심이 시작된 지점이다. 반도체를 균형발전의 매개로 삼는 듯하다. 짓던 공장이 지방으로 갈 수도 있다. 지을 공장은 반드시 지방으로 가야 한다. 경기도에는 어떤 의미일까. 국내 반도체 매출의 76%가 경기도다. 반도체 부가가치의 84.7%가 경기도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앵커 기업이 있다. 반도체 관련 기업만 1천개가 넘는다. 소부장·장비·설계 기업까지 포함하면 1천500여개다. 결국 이걸 빼서 지방으로 나눠주자는 것이다. 지금 그렇게 내부 균형 잡을 시간이 있나. 미국은 인텔에 돈 주고, TSMC 애리조나 공장과 삼성전자의 텍사스 투자를 지원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조건이다. 유럽도 반도체 생산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2030년까지 두 배 확대가 목표다. 중국은 국가 반도체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부활 프로젝트를 국가가 견인하고 있다. 대만도 TSMC를 앞세워 반도체 인프라 조성에 한창이다. 그 선두가 경기도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이런 때 우리가 당면한 시행령 논란이다. 클러스터 입지 조건에서 수도권을 제외했다. 생산 거점은 대부분 경기도에 있다. 이 인프라를 지방과 쪼개자는 것이다. 반도체 산단의 집적화는 국제경쟁력의 기본이다. SK하이닉스 클러스터는 약 415만㎡다. 삼성전자 중심 국가산단은 약 710만㎡다. 반도체 팹, 소부장 협력단지, 전력·용수 기반 시설 등이 들어간다. 이걸 전국에 나누겠다는 건가. 중국 상하이 장장 하이테크파크는 2천500만㎡다. 선거에 따른 상황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반도체 정책은 정부 여당이 주도하고 있다. 여당 후보에게는 정부 정책과의 괴리가 있었을 것이다. 반면 야당은 강도 높은 요구를 할 수 있다. 여당 후보를 거칠게 비난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입장 차이가 상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선거는 끝났다. 경기도에 도움 되는 소리를 해야 한다. 판단함에 정치를 염두에 둘 이유가 없다. 반도체 판단의 기준은 이제 국가 경쟁력에 있을 뿐이다. 선거로부터 소신을 지켜온 경기도다.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에 의견을 정확히 냈다. 산업통상부에 ‘수도권 역차별 조항 삭제’를 주문했다. 시•군 의견도 모으고 대응도 협의했다. 새 도정이 계승해야 할 중요한 성과다. 추미애 당선인의 그간 입장도 다르지 않다. 수도권 반도체 역차별 반대, K-반도체 클러스터 완성, 반도체 생태계 강화와 국가 경쟁력 확보다. 경기도정과 다르지 않고, 야당과 다르지 않다. 함께 반도체 사수로 가면 된다. 후보 시절 가장 많이 갔던 곳, 반도체 현장이다. 가장 많이 질문받았던 것, 반도체 현안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도정도 반도체다. 추미애호의 첫 선언은 반도체 협치여야 한다.

[사설] 편파·성역·늑장 없는 ‘3무 수사’ 기대한다

대중의 시선이 경찰로 옮겨가고 있다. 불법 선거 수사의 본격적 시작이다. 이번 수사는 경찰에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2022년 검경 수사권이 조정됐다. 선거범죄 수사가 경찰에 모두 넘어왔다. 이미 22대 총선에서 경험을 했다. 4천여명을 수사했고 1천300여명을 송치했다. 하지만 진짜 무대는 범위가 넓은 지방선거다. 경찰의 온전한 수사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다. ‘엄정과 중립’이 핵심 가치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건이 많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적발한 불법 행위만 1천482건이다. 고발 270건, 수사의뢰 73건이다. 경기남부경찰청도 최근 기준 132건(수사 대상 432명)을 접수했다. 고소·고발은 이 순간에도 계속 누적되고 있다. 경기도지사와 경기교육감 선거 관련 사건도 있다. 여야 시장 후보가 뒤엉킨 고발전도 있다. 선거는 당선자와 낙선자를 구분해 놨다. 하지만 법 앞에는 같은 피조사자다. 경찰이 이 현실을 분명히 일러줘야 한다. 경찰의 수사는 정치인 운명을 좌우한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많이 봤다. 박경귀 충남 아산시장이 시장직을 잃었다. 경찰이 수사한 허위사실 공표 범죄였다. 경남의 한 시장은 후보 매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경기도내 지방의원 중에서도 당선 무효가 속출했다. 엄한 법 적용이다. 그런데 더해질 조건이 있다. ‘신속성’이다. 사법 절차가 지루하게 늘어지면 안 된다. 그 행정의 공백과 혼란은 고스란히 주민의 몫이 된다. 역사를 돌아보자. 선거법 수사를 보는 골 깊은 불신이 있다. ‘당선되면 무죄, 낙선하면 유죄’다. ‘낙선자 수사는 신속, 당선자 수사는 늑장’도 있다. 검찰이 수사 지휘할 때도 있었다. 경찰이 전담하는 지금도 있다. 이제 선거 수사의 전권을 쥔 경찰이다. 그 불신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지 않나.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할 기회 아닌가. 이번 선거가 경찰에 편파·성역·늑장 없는 ‘3무(無) 수사’의 본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지 지켜보자.

[사설] 민주당, 정치 승리를 행정 승리로 이어가야

의미를 찾으려면 4년 전을 봐야 한다. 2022년 6월1일 지방선거 결과다. 지방 권력의 핵인 광역자치단체장이다. 17곳 가운데 12곳을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그전인 2018년은 민주당이 14곳이었다. 그해 3월 대선에서 보수정권이 탄생했다. 석 달 뒤 지방선거까지 압승을 거뒀다. 언론은 중앙·지방 권력 전면 교체라고 평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거리가 있었다. 경기도지사선거는 0.15%포인트 초접전이었다. 경기도의회도 78 대 78이다. 그나마 승리로 평가된 건 시장·군수선거다. 단순 수치에서 22 대 9로 국민의힘 승리다. 하지만 이 역시 내용을 보면 달리 보인다. 국민의힘은 경기 동북부에서 승수를 올렸다. 반면 민주당은 수원, 화성 등 대도시에서 우세를 보였다. 경기도 전체적으로는 팽팽한 구도였다. 그랬던 경기도 여론이 이번에는 쏠렸다. 경기도지사선거는 추미애 후보의 압승이었다. 국민의힘 후보에 압승을 거뒀다. 우선 국민의힘 몰락의 원인을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소속 시장·군수들의 4년은 치열했다. 딱히 싸잡아 탓할 만한 잡음도 없었다. 그랬던 국민의힘 시장들이 참담하게 무너졌다. 그 이유를 굳이 지방 행정에서 찾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계엄으로 국민 저항에 직면한 중앙 정치가 출발이었다. 윤 어게인으로 촉발된 붕당 정치가 넘겨받았다. 선거 기간 내내 여론은 보수를 외면했다. ‘전멸 위기’는 더 이상 비밀도 아니었다. 그 예상이 그대로 나왔다. 압승한 민주당이 챙겨야 할 메시지도 여기 있다. 2018, 2022, 2026년. 세 번의 지방선거는 롤러코스터였다. 승리 뒤에 패배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중앙 정치에 의존하는 지방 정치의 필연이었다. 이제 경기도만의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경기도만의 정치는 결국 경기도 행정이다. 주택, 산업, 교통, 복지, 개발을 약속한 공약이 뿌려졌다. 31개 시·군으로 세분화된 청사진도 제시됐다. 그걸 선언하는 것이 정치이고, 이행하는 것은 행정이다. 경기도 유권자들은 먹고사는 길을 택했다. 이념과 정파로 채운 국민의힘 구호는 외면받았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육성, 일자리 확대, 교통망 확충 등 지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현안에서 안정적 추진력을 기대하는 표심을 보여줬다. 여기에 정권에 대한 견제심리도 정치적 혼란에 대한 피로감으로 여겨졌다. 경기도민은 이념보다 경제와 실용, 미래 성장에 무게를 둔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결국 ‘먹사니즘’을 향한 표심이다. 이 뜻을 그대로 쫓아가면 된다. 압도적 정치를 압도적 행정으로 이어가는 길이다. 경기도민이 민주당에 준 것은 면허가 아니라 과제다. 이를 기억하는 것이 성공한 행정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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