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미로 가는 ‘걸산동 통행증’, 정부가 풀어야

동두천시의회가 한목소리로 들고일어났다. 걸산동 주민 통행 제한에 대한 규탄이다. 주한미군을 겨냥하고 있는데 그 표현이 거칠다. ‘내 집에 가는 길을, 너희들이 뭔데 가로막아’, ‘통행권 보장 없이 한미 동맹도 없다’, ‘왜 미군 허락을 받아야 하나’. 성명서도 나왔다. “용산—케이시 기지사령부가 훈훈한 한미 상호 우호와 신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운동권의 시위 현장 구호가 아니다. 시의회 본회의장에 붙은 문구와 시의회의 성명서다. 미군에 막힌 걸산동 주민들의 통행권 문제다. 마을 대부분이 미군 부대에 둘러싸였다. ‘육지 속의 섬’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부대를 통과하면 10분에 오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을 1시간가량 돌아가야 한다. 구불구불한 산길이다. 이런 상황을 헤아려 온 게 통행증 발급이다. 마을버스 이용에도 이 통행증이 있어야 했다. 6·25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이렇게 지냈다. 주민은 미군을 인정한 것이었고 미군은 주민을 헤아린 것이었다. 이랬던 ‘70년 길’이 막힌 게 2022년이다. 새로 전입한 주민에게 통행증이 나오지 않았다. 알려진 이유는 ‘군사 보안’이다. 주민들이 따지고 들기에도 애매하다. 신규 전입 주민들이 임도로 1시간을 돌아 통행하고 있다. 동두천시가 나섰다. 실무자 회의도 하고, 협조 공문도 보내고, 기지사령관 면담도 했다. 패스를 계속 발급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전부 무시됐다. 최근 신규 전입 주민 4명도 거부됐다. 통행증 발급 불가를 확정한 셈이다. ‘군사 보안’의 내용까지 따지고 들 수는 없다. 우리도 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이해되지 않는 측면은 있다. 동두천 미군 부대(캠프 케이시)는 거대한 규모였다. 5개 미군 부대 군인 1만5천명, 군무원 2천800명 등 1만7천850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남하 재배치로 빠졌다. 그런데 군사 보안을 더 강화하며 통행을 막는다. 이해할 수 있겠나. 70년 발행하던 통행증을 부대가 축소된 상황에서 거꾸로 막아 버린 이유가 뭔가. 동두천은 주한미군과 함께 살아온 지역이다. 미군에 대한 지역민의 정서도 친화적이다. 그런 동두천에 반미 구호가 넘치고 있다. 시의회 본회의장까지 치고 들어왔다. 안 그래도 반환기지 활용이 시원치 않은 동두천이다. 상권이 쇠퇴하고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걸산동 갈등’에 반미 구호가 붙는 정서적 배경이다. 반향이 커질 수도 있다. 빨리 풀고 가야 한다. 시, 시의회 노력만으로는 벅차 보인다. 정부가 나서 줬으면 좋겠다.

[사설] 특조금 쟁송, 대법원 입장 봤으니 끝내라

경기도 조례 쟁송의 선제적 결정이 나왔다. 해당 조례의 집행을 정지시켰다. 경기도 조정교부금배분조례 일부개정조례(특조금 조례)다. 특조금 조례 집행정지를 신청한 것은 경기도다. 대법원이 이를 인용했다. 앞서 경기도는 대법원에 특조금 조례 재의결 효력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은 그와 함께 이뤄진 전치 신청이었다. 집행정지 신청 인용으로 해당 조례 효력은 본안 소송 판결 때까지 정지되게 됐다. 도지사 특조금은 시·군의 재정 격차 해소와 균형적인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한 예산이다. 도지사가 재량으로 시·군에 지원한다는 특징이 있다. 경기도 특조금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본예산 심사가 늦어지면서 특조금 배분이 지연됐다. 그러자 경기도의회가 특조금의 집행 시기, 시한 등을 강제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경기도는 도지사 권한 침해 등을 이유로 재의를 요구했다. 도의회가 수정안을 만들어 다시 통과시켰다. 개정조례 내용에는 ‘도지사가 특별조정교부금을 상·하반기 각각 한 차례 이상 배분하고 하반기 배분은 11월까지 마무리해야 한다’고 돼 있다. 특조금에 대한 도의원들의 관심은 크다. 그런 관심이 담긴 수정안이다. 도는 확정된 조례를 공포하지 않았다. 사실상의 불수용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러자 경기도의회 의장이 직권으로 공포했다. 여기서 경기도가 꺼내든 카드가 대법원 소송 제기였다. 이런 난타전이 지난 1년간 계속됐다. 선례가 많지 않은 쟁송이다. 그래서 관심도 많았다. 바로 이에 대한 대법원의 선제 입장이 나온 것이다. 물론 집행정지 자체가 조례의 효력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 본안 소송에서 나올 결론도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대법원의 방향은 읽을 수 있다. ‘조례가 옳은지 살펴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내렸던 특조금 관련 결정도 있다. ‘특조금의 배분에서 도지사에게 일정 재량이 인정된다’고 밝힌 과거의 결정례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과 헌재의 과거 결정. 모두 도 입장에 좀 더 가까운듯 하다. 경기도는 ‘본안 소송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회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 살폈듯이 현 단계에서 추이는 짐작하기 어렵다. 한쪽의 과오를 따지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생각할 건 있다. 이런 다툼이 도민에게 무슨 득이 될 것인가. 기약 없는 소송전에 모호한 행정 상태를 계속 방치하는 것이 옳은가. 대법원은 ‘조례 집행을 일단 정지하라’고 명했다. 이 뜻을 존중하면서 사태 종결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사설] ‘착한가격업소’ 폐지하라, 이럴 거면

‘착한가격업소’ 현판이 사라지고 있다. 누가 떼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다. 가게 주인들 스스로 내리고 있다. 2023년 자진취소 건수는 72건이었다. 2024년에는 73건으로 비슷했다. 올해 들어 갑자기 늘어났다. 3개월이 남은 9월 현재 이미 104건이다. 지자체가 인정해주는 신뢰의 상징이었다. 지정에 적지 않은 경쟁까지 붙었다. 그러던 착한가격업소가 외면을 받고 있다. 자진 취소 업소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착한가격업소 제도는 소상공인 지원책이다. 물가 안정 유도와 서민경제 지원이 목표다. 고객에게는 저렴한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로 인식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다. 지정 기준이 다섯 가지 정도 있다. 가장 핵심은 저렴한 가격이다. 지정 때 주어지는 혜택도 몇 가지 있다. 지방세 감경, 공공요금 감면, 홍보 지원, 현판 부착, 일정 경비 지원 등이다. 경기도 전체에 1천721곳이다. 자진 취소 추세가 지금 같다면 몇 년 못 갈 수 있다. 문제의 출발은 급등하는 물가다. 제도가 시행된 것은 2011년이다. ‘일정 경비’는 2023년부터 지원하고 있다. 액수는 연간 85만원으로 변함이 없다. 이 기간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2023년 3.6%, 2024년 2.3%, 올 10월 현재 2.4%다. 고정된 지원금이 그만큼 삭감된 셈이다. 착한가게업소의 핵심은 저렴한 가격이다. 각종 지원과 착한 가격은 상관 관계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안 한다며 현판을 떼는 지경이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심각성을 지켜봤다. 수원 팔달구의 한 냉면 가게가 있다. 2014년부터 착한가격업소였다. 5년 전, 한 그릇에 7천원으로 올렸다. ‘일정 경비’ 지원 이후에는 못 올렸다. 이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 7천원으로는 원가도 안 된다. 그도 그럴 게 냉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1만2천269원이다. 맛집이나 특식 냉면은 1만5천원에서 1만8천원까지 간다. 연 85만원 받고 통제할 수준이 아니다. 마땅한 방도가 있기는 한 것일까. 혈세를 투입해 형성된 낮은 가격이다. 시민이 인정하지 않는다. 211만 소상공인 가운데 1천여명만 받는 혜택이다. 다수 소상공인도 관심이 없다. 85만원으로 충당될 수 없는 고물가 시대다. 당사자들까지 취소를 원하고 있다. 시민이 인정하지 않고, 소상공인이 환영하지 않고, 당사자들도 반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부터 현실성이 없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그 정책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폐지를 포함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사설] 수원 성남 의왕 집값 규제에 기준 왜곡 있었나

김은혜 의원(국민의힘·성남 분당을)의 주장은 이렇다. 정부가 10월15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3중 규제로 묶었다.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이후 지역에서는 집 거래가 사라졌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에는 요건이 있다. ‘최근 3개월간 물가·집값’이다.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5배 이상’이어야 한다. 6·7·8월, 3개월 물가 상승률을 적용했다. 서울 0.21%, 경기 0.25%다. 이 적용이 왜곡됐다는 김 의원 주장이다. 7,8,9월 물가 상승률로 잡았어야 했다는 얘기다. 이 3개월의 물가 상승률은 상당히 높다. 서울 0.54%, 경기 0.62%다. 1.5배가 될 집값 상승률도 덩달아 높아진다. 서울 0.81%, 경기 0.93%다. 이 수치면 규제되지 않았을 지역이 생긴다. 전체 10곳, 경기도 5곳이다. 경기도만 보면 성남 수정구·중원구, 수원 팔달구·장안구, 의왕이다. ‘정부의 의도된 왜곡’이라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정부가 해명했다. “9월 통계가 확정되지 않아 6~8월을 사용했다.” 김 의원이 재반박했다. “9월 통계는 10월 초에 완료됐다”, “규제 관련 위원회는 13일 열렸다”, “법에 발표 전 통계 사용 근거 규정도 있다”. 옳고 그름을 단언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분명히 있다. 기준 월(月)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 그 수치로 사유재산 침해 지역이 바뀐다. 해당 지역 국민에게 이보다 중한 선택은 있겠나. 이런 선택이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말았다. 왜 정책 발표 때 함께 설명하지 않았을까. 부동산 규제 대책의 중심은 기획재정부다. 통계청도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이다. 김 의원 측 주장과 논리를 모를 리 없다. 6~8월 통계와 7~9월 통계의 상반된 결과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6,7,8 통계’를 택했다. 그리고 아무 설명이 없었다. 야당 의원이 캐묻자 그제야 설명했다. 안 그래도 부글거리는 지역 민심이다. 투명하지 못한 과정이 여기에 불을 질렀다. 없어도 될 불신 아니었나. 국민은 상식의 눈으로 정책을 본다. 10월로부터 ‘최근 3개월’은 9, 8, 7월이다. 이게 상식이다. 정책을 세울 통계의 가치는 발표가 아니라 내용이다. 이게 상식이다. 재산권을 묶는 규제의 기준은 엄격해야 한다. 이게 상식이다. 이런 상식에 맞지 않은 10·15 규제의 기준이다. 과거까지 궁금해진다. 이번만 이렇게 적용했다면 이번 한 번만의 문제로 끝난다. 계속 이렇게 적용해 왔다면 집값 정책의 구조적 문제다. 확실히 짚고 가야 할 이유다.

[사설] 경기남부청 ‘자격 없는 징계위원의 파면 징계’, 문제 있다

호들갑 떨 일 아니지만 가벼운 일도 아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의 징계위원 무자격 논란이다. 올해 2월25일, 9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3명에게 파면 및 해임 등 중징계를 했다. 경징계 2명, 불문경고 4명이 있었다. 파면 및 해임은 확정되면 경찰복을 벗어야 한다. 경징계도 향후 인사에서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는다. 이를 결정하는 전권을 징계위원회가 행사한다. 당연히 절차적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남부청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일부 징계위원의 무자격 논란이다. 징계위 구성은 경찰공무원 징계령으로 정한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1명 이상 51명 이하다. 공무원위원과 민간위원으로 구성한다. 징계위원회 개최는 경찰 기관장이 4~6명으로 구성한다. 이때 민간위원의 수는 위원장을 포함해 절반 이상이어야 한다. 경기남부경찰청의 당시 위원회는 공무원위원 2인과 민간위원 3인이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민간위원 1명의 임기가 이미 위원회 이전에 종료된 상태였다. 경찰은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고 설명한다. 징계 내용의 효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도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기가 도과한 징계위원의 표결 참여 하자가 징계 의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의결이 무효라고 볼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해당 위원회 결정에 대한 소청 심사가 있었다. 사유는 ‘징계 양정 과다’다. ‘징계가 너무 과하다’는 항변이다. ‘무자격 위원의 징계 의결’을 이유로 하는 소청은 없었다고 전해진다. 무탈하게 처리됐기를 희망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논란이 가벼운 건 아니다. 경찰이 든 대법원 판례로 모든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표결 하자가 징계 의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인정된 경우’를 전제하고 있잖나. 징계 당사자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면 이 판례는 제척된다.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 역시 당사자마다 달라질 수 있다. 위원회 토론, 표결 등이 모두 판단 대상일 수 있다. 쟁송으로 간다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당시 징계 당사자들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다. 징계 결정에 이른 구체적 과정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문제를 지적해 두는 것은 한 가지다. 당사자에게 징계위원회는 경찰 인생이 달렸다. 경찰 근무의 기회를 주기도 하고, 경찰 퇴출의 절망을 주기도 한다. 당연히 그 결정 절차에 한 점 의혹도 없어야 한다. 위원 자격부터 적법 논란이 생겨서는 안 된다. 아주 작은 부주의에서 촉발된 이번 논란이 아닐까 싶다. 엄히 다잡고 가야 할 것이다.

[사설] 대장동 판결문에 없는 ‘이재명 유·무죄’ 짜내기

“이재명 대통령의 무관함이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조작기소대응 특별위원회 주장이다. 정치적 기획수사였음을 보여줬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즉시 공소를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SNS에 이렇게 적었다. “이번 판결로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정진상 전 실장은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 피해자임이 입증됐다.” 배임죄 폐지와 재판중지법 추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이재명 대통령을 유죄로 판단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이 공식 논평에서 주장했다. 이재명 시장으로 연결되는 배임 범죄를 사법부가 사실상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멈춰 있는 이 대통령의 재판은 즉시 재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은 SNS에 이렇게 적었다. “(공사—업자 간) 유착의 존재를 알았는지는 죄의 성부와 무관하다. 임무를 저버린 순간에 배임은 성립한다.” 재판 재개 등 투쟁 목소리가 커진다. 대장동 관련 사건의 관심은 늘 한곳으로 모였다.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이다. 대장동 관련 사건 선고마다 등장한 셈법이 있다. ‘이재명 언급이 131번 있었다’는 식이다. 31일 선고된 재판의 피고인은 공사·업자 등 5인이다. 판결문 낭독에만 2시간32분 걸렸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다른 해석을 뽑아 낼 수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정도가 과하다. 이재명 무죄와 이재명 유죄가 동시에 선언됐다. 국민이 혼란스럽다. 그렇게 읽혀질 소지가 없지는 않다. 각 진영이 취할 것만 취한다면 그렇다. “(유동규가) 모든 걸 단독으로 결정할 위치는 아니었고, 성남시 수뇌부가 결정하는 데 중간 관리자 역할만 한 점이 있다.” ‘이재명 유죄’로 해석하려는 측이 집어들 표현이다. 이와 달리 정반대로 해석될 부분도 있다. “당시 성남시장은 유동규, 정진상, 민간업자들의 유착 정도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재명 무죄’로 해석하려는 쪽이 취할 부분이다. ‘성남시 수뇌부’라는 표현도 그렇다. 판결문에 여러 번 등장한다. 성남시와의 연계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언론조차 해석을 정리하지 못한다. ‘이재명 시장’, 또는 ‘이재명 측근’, 또는 ‘성남시 집행부’.... 모호한 표현이 공방의 여지를 줬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판결과 표현은 옳다.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판결문’의 피고인이 아니다. 제3자라 할 ‘공소 외’다. 행위를 판단해서도 안 된다. 유·무죄를 예단해서도 안 된다. 중지돼 있는 다른 사건의 피고인이다. 유·무죄는 그 판결에 의해 내려져야 한다. 이를 모를 정치권인가. 율사들이 차고 넘치는데. 알면서도 저러는 것이다. 서로 떠들고 억지 부리는 것이다. 이 표현 들고 ‘이재명 무죄’ 외치고, 저 표현 들고 ‘이재명 유죄’ 외치고.... 생각해보면 이런 게 다 사법부 흔드는 짓이다.

[사설] 정쟁으로 끝난 최악의 국감, 정치권 자성해야

지난달 13일부터 실시된 2025년도 국정감사가 30일 기획재정위원회 등 주요 9개 상임위원회의 종합감사를 끝냈다. 이번 주에는 운영위원회 등 3개 겸임 상임위원회에서 국정감사가 있을 예정이지만 사실상 금년도 국정감사는 마무리됐다. 이번 국정감사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다. 국내외 정치 및 경제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민생이 어려워 국민들은 ‘혹시나’ 하면서 국회가 미래를 향한 정책국감을 통해 희망을 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결국 과거와 같은 ‘역시나’ 국감으로 끝났다. ‘역시나’ 정도가 아니고 역대 최악의 국정감사로 기록될 정도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줬다. 과거의 국감도 구태의연하게 여야의 기(氣)싸움만 하는 국감장이었지만 이번 국감은 초기부터 아예 싸움판으로 시작했다. 국감 첫날부터 법사위원회는 위원장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로 시작해 국감의 모든 쟁점을 삼켜 버렸다. 국감 중반에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둘러싼 공세와 증인 채택 공방으로 여러 상임위 정책 검증은 아예 실종됐다. 이런 여야 정쟁은 국감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국감 기간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딸 국회 결혼식 논란은 과연 국감을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극치를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최 위원장이 국감 마지막에 사과는 했지만 최소한 국감 기간 이런 정치 행태는 없어야 한다. 막말과 고성, 욕설이 난무하는 국감의 모습을 어린 학생들이 볼까 두려울 정도다. 입에 담기조차 힘든 욕설이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에서 공공연히 오갔는가 하면, 정책 질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유튜브 쇼츠에 매달려 지지자들에게 어필하는 데만 급급한 의원들의 행태는 참으로 한심하다. 1997년부터 28년간 국감을 감시해온 민간기구인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지난달 28일 국감평가보고서에서 올해 국감을 최저점인 F학점으로 평가했다. 각계 전문가 1000명이 참여하는 이 기구는 중간 평가서에서 “역대 최악의 권력분립 파괴 국감”이라고 지적했다. 국감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예산 집행의 적절성을 따지며 민생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게 주요 기능이다. 이런 역할을 국회가 하지 못하고 싸움만 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만 입는다. 곧 있으면 새해 예산안 심의가 시작된다. 2026년도 예산 심의는 싸움만 하지 말고 민생을 보듬는 국회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사설] 인터넷 접수 막히자 민원 98%가 사라졌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33일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밝힌 현재 복구율은 85.3%다. 709개 피해 시스템 가운데 605개가 복구됐다. 판단 시점은 30일 오전 9시 현재다. 부처별로 보면 완전 복구된 곳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9일 완전 복구됐다. 하지만 복구해야 할 곳은 여전히 많다. 중요도가 높은 1등급 시스템의 복구율이 95%(40개 중 38개), 2등급 시스템 복구율은 86.8%(68개 중 59개)다. 이런 가운데 뜻하지 않게 민낯을 드러낸 문제가 있다. 화재로 국민신문고 통합 민원 서비스도 중단됐다. 정부가 운영하는 앱을 활용해 민원을 제기해오던 창구다. 부득이 일선 시군에서 과거 방식의 민원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신문고와 가장 큰 차이는 대면성이다.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신청해야 한다. 이런 임시 창구 운영이 한 달을 넘기고 있다. 여기서 생각하지도 않았던 현상이 드러났다. 억지·반복으로 추정되는 민원이다. 본보 취재진이 무작위로 시·군 현황을 살펴봤다. 수원특례시가 하루 28건 정도의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화재 이전 국민신문고 운용 때는 하루 1천건이었다. 무려 97.2%나 줄었다. 부천시도 하루 평균 9건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국민신문고 때는 하루 평균 595건이었다. 98.67% 급감이다. 광역지자체 경기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하루 40건의 민원이 접수돼, 화재 전 620건과 비교할 수 없이 줄었다. 행정 기관만의 현상이 아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의 추세도 비슷하다. 하루 20건 정도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국민신문고 운용 당시에는 하루 34건이었다. 경찰 민원은 행정 민원에 비해 엄격한 편이다. 구체적이고 책임성이 부여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큰 폭으로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방문, 우편으로 민원을 제기하다 보니 무분별한 민원 제기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남부청 관계자의 귀띔이다. 우리 민원 행정의 현주소를 돌아봐야 할 ‘뜻하지 않은’ 계기다. 민원 처리는 행정 평가의 최일선 업무다. 모든 민원에는 접수 번호가 부여된다. 반드시 답을 해야 하는 업무가 된다. 자료 제공, 응대 회신, 현장 확인, 조사 시행 등의 복잡한 작업을 수반한다. 전담 부서도 크고 공직자들 많다. 그런데 이런 민원의 95%, 심지어 98%가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가치 없는 민원’이라고 전부 매도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불요불급하거나 과장됐거나 억지스러운 민원이었을 개연성을 갖게 하는 건 맞다. 이런 ‘이상한 민원’에 휘둘린 국가 에너지가 얼마나 큰가. 극명한 실상이 국정자원 화재라는 사태 속에서 불거졌다. 이참에 공론의 장에 의제로 올리고 토론하길 제안한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인공지능을 통한 선별과 공무집행방해죄 검토 등의 제언을 하는 전문가까지 있다.

[사설] 축구 명가 수원삼성의 부활을 고대한다

프로스포츠는 시세(市勢)다. 상시의 경쟁력을 상징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도 견인한다. 수원특례시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4대 프로스포츠를 모두 보유했다. 야구(KT 위즈), 남자 농구(KT 소닉붐), 여자 배구(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축구(수원삼성, 수원FC)다. 서울, 부산, 인천 등도 그런 곳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는 수원이 유일하다. 이 역사의 출발이 축구였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있다. 축구 명가로 열린 스포츠 메카 시대다. 이랬던 수원삼성이 침체에 빠져 있다. 그 시작은 2023년 12월이다. 창단 이래 처음으로 2부로 밀린 날이다. 영원한 우승 후보의 추락이었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시민들에게도 충격이었다. 팬들의 아쉬움과 분노가 말할 수 없었다. ‘EPL이라면 첼시가 강등 당한 격이다.’ 당시 놀라움을 보여주는 비유다. 그래도 저력에 대한 믿음은 컸다. 금방 복귀할 것이라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그날이 오지 않고 있다. 어느덧 ‘2부 수원삼성’에 익숙해졌다. 고개 숙인 선수들, 쏟아지는 욕설, 희뿌연 화약 냄새.... 어제 일처럼 남은 몰락의 현장이다. 하지만 팬들은 응원한다. 2부 리그 경기장을 여전히 찾는다. 시민들도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반드시 복귀할 거라고 믿고 있다. 수원과 삼성의 역사는 특별하다. 1969년 삼성 수원 공장이 준공했다. TV로 시작해 현재 반도체까지 왔다. 이 관계를 기업과 시민의 일상으로 연결한 게 축구였다. 다른 지역에 없는 끈끈함이다. 수원삼성을 향한 기대가 이렇다. 1부 리그 복귀의 기회가 들린다. 현재 K리그2에서 2위를 지키고 있다. 3위와의 점수 차는 7점이다. K리그2의 2위면 승강전에 간다. K리그1의 11위와 결전을 치른다. 아쉽게도 1부 리그로 직행할 기회는 놓쳤다. 감독이 ‘플랜B로 승격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선수들 의지도 강하다. 20년과도 같았던 2년이다. 팬과 시민의 간절함이 크다. 간절함이 선수들에게 전달되면 좋겠다. 경기장을 직접 찾는 것이다. K리그1 우승(1996, 1998, 1999, 2008년)과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 우승(2000-01, 2001-02년)의 빛나는 역사다. 그 역사를 다시 보고 싶다.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할 책임도 있다. 한국 축구는 침체돼 있다. 일본 축구는 성장 일로다. 거꾸로 간다.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이를 견인할 조건이 K리그의 축구 명가 탄생과 부활이다. 수원삼성의 1부리그 복귀가 해낼 수 있다. 응원의 시간도 많지 않다. 리그 경기가 세 번 남았다.

[사설] 100조원 투자 유치, 가장 김동연스럽다

국제테마파크는 경기도민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프로젝트다. 화성특례시를 차원 높은 국제 관광도시로 견인할 사업이다. 이 사업에 속도가 붙고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경기도와 파라마운트, 신세계프라퍼티가 의견을 모았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당초 계획의 두 배 규모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파라마운트픽처스도 ‘세계 유일의 관광 명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동연 지사는 필요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28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이날 합의가 경기도에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김 지사가 목표로 내세웠던 ‘투자 유치 100조원’ 달성이다. 국제테마파크 투자 5조원 확대로 그 목표가 이뤄졌다. 김 지사는 SNS에 “임무 완료, 미션 파서블(Mission Possible). 미국에서도 달린 달달버스, 드디어 100조 투자유치 달성했다. 도민들께 약속드린 지 2년8개월 만이다”라고 밝혔다. 경기도의 상세한 설명도 있었다. 국내 외국 자본이 함께하는 글로벌 기업유치가 31조원이다. 벤처창업 등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이 41조원이다. 테크노밸리 등 우수입지 조성 22조여원과 G펀드 국가 연구개발 공모 기술 개발 과정 6조5천억여원도 있다. 도가 특히 짚고 간 부분이 있다. 김 지사의 지구촌 세일즈 외교다. 지구 다섯 바퀴를 도는 강행군으로 얻어낸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2년8개월 만에 100조 투자유치는 경기도에서 찾기 힘든 결과물이다. 이번 실적에 대해 ‘가장 김동연스럽다’는 평을 하고 싶다. 평생 경제 관료로 살아온 그다. 경제부총리를 지내며 국가 경제를 책임졌다. 다른 정치인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경기도민들도 김 지사에게 가장 기대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경기도가 도민 2천명(경기 남북부 각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민선 8기 3주년을 기해 실시한 조사였다. 긍정 평가가 58%로 부정 평가(27%)를 압도했다. 이보다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를 물었다. 가장 많은 응답이 민생경제(35%)였다. 100조원 투자유치에 대한 설문도 있었다. 지역경제에 도움될 것이라는 기대가 73%나 됐다. 전체적으로 김 지사를 향한 도민의 기대는 경제 분야다. 3년간 잘했다고 평하는 분야 역시 민생, 경제, 투자유치 등이다. 이제 유치된 투자를 실행에 옮겨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도와 도의회, 시·군이 협력해 실행률 제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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