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에 피어난 '느슨한 연대'... 책방 '뜻밖의 여행'

‘뜻밖의 여행’의 이은형 대표는 “책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이 여행”이라고 말한다. 올해로 4년 차가 된 이곳은 느슨하지만 따듯한 연대의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 바이 북, 바이 로컬(Buy book, buy local) 독립서점 ‘뜻밖의 여행’의 이은형 대표는 ‘책은 여행’이라고 말한다. 책을 통해 타인의 삶을, 오랜 지식과 역사를, 서사를, 다른 공간과 나라를 경험하는 모든 순간이 ‘여행’이라는 것. 그리고 책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인연까지 뜻밖이라 더욱 반가운 여행길을 떠올리며 책방을 열었다. 책방이 있는 안양시 호계2동은 이씨가 초등학생부터 살았고 결혼 후 친정을 오가며 아이를 키운 동네다. 골목마다 추억이 있고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동네이기도 하다. 평촌신도시와 인접해 있지만 아직까진 옛 동네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정감 어린 이곳에 ‘공동체 문화공간’을 떠올리다 책방으로 갈피를 잡았다. “책을 중심으로, 책의 힘으로 문화적 체험을 누릴 수 있는 곳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2년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무엇보다 안양시, 호계동의 로컬문화를 놓치지 않고 일구는 책방이 되고자 합니다.” 2022년 4월 25일 책방 문을 열고 햇수로 4년을 운영하며 이씨가 늘 염두에 두는 것은 책방은 ‘환대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시는 손님들을 최대한 기억하려는 노력은 반가움을 표하는 이씨의 작은 마음이다. “촘촘하지 않더라도 느슨한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독자들 저마다 온전하게 인정받고 자신들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 바랍니다. 오가는 이야기 속에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재능이 발현되는 경험은 책방 운영의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합니다.” 이씨는 뜻밖의 여행에서 만난 손님들이 교류하고 연결되는 것을 보며 자신이 꿈꿨던 지역 커뮤니티의 모습을 구체화하게 됐다.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자수, 그림, 악기 연주 등 자신들에게서 나눌 만한 재능을 찾게 되고 소규모 수업이 열리며 뜻밖의 여행 공간도 더욱 풍성해졌다. ■ 작지만 아름다운 것들이 주는 ‘뜻밖의 에너지’ 여권에 찍힌 도장을 보며 여행지를 추억하고 되새기듯 뜻밖의 여행에서는 책을 구입할 때마다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책 여권’을 발급한다. 무슨 책을 며칠에 샀는지, 올해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고 기록할 수 있다. “책으로의 여행길이 조금 더 재밌어지라고 책 여권을 만들어 드리고 있습니다. 벌써 2쇄(2천권)를 찍었을 만큼 손님들이 무척 좋아하세요. 스탬프에 책 제목과 날짜를 적는데 그날의 짧은 느낌을 기록하시기도 하고요. 벌써 10권째 책 여권을 발급받은 독자도 계십니다.” 뜻밖의 여행처럼 동네 책방들의 모임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는 ‘바이 북, 바이 로컬’(Buy book, buy local)을 지향한다. 지역문화의 중심엔 ‘책방’이 있길 바라는 마음, 책의 힘으로 지역문화를 가꿔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듯하다. “간혹 ‘책방이 생겨 동네가 더 완벽해졌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때마다 문화적으로 목말랐던 분들에게 이 책방이 우물 같은 공간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합니다.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소통하고자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잖아요. 책방이 과거 삼삼오오 모이던 집 앞마당 같은 역할을 할테니 더 많은 독자들이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여느 책방처럼 뜻밖의 여행도 매달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작가와의 만남을 준비한다. 그림책 원화를 전시하고 자수, 와인, 미니북 만들기 등 원데이 클래스도 꾸준히 열고 있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한 참여 프로그램과 독자들의 공예 작품·필사 노트를 전시하는 ‘독자전’도 뜻밖의 여행의 자랑이다. “책 발간을 기념해 뜻밖의 여행을 찾아준 작가님과 독자들의 만남이 잔치 같기를 바라는 마음에 함께 노래도 부르고 낭독도 하며 서로를 축하하고 있어요. 5월 17일 밤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16명의 독자들이 릴레이로 6시간에 걸쳐 완독했는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이 씨는 작지만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가 담긴 도서를 들이고 있다. 특히 공동체·환경 등 한발 뒤로 물러나 있지만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에도 주목한다. “이름 모를 풀, 햇빛과 나무가 그린 땅바닥 그림, 구름의 행렬, 노을이 드리워진 하늘 등 작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볼 때 뜻밖의 에너지를 얻습니다. 뜻밖의 여행에 그런 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생각과 마음의 여유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동네 단골이 많아요”… 안양 큰샘어린이도서관, 성공적 안착

‘큰샘어린이도서관’은 지난해 11월 경기도내 스무 번째 어린이도서관으로 개관했다. 개관 1주년을 앞둔 큰샘어린이도서관은 매주 도서관을 찾는 단골 이용객이 늘어나며 시민들의 일상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 지난해 11월 개관…10만명 이상 방문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내 어린이도서관은 총 64곳이다. 이 중 기업이나 종교단체 등의 협조로 형성된 ‘희망의 작은 도서관’ 형태를 제외하고 시립(공공) 어린이도서관은 스무 곳으로 2024년 11월 안양7동에 개관한 큰샘어린이도서관은 안양시의 두 번째 어린이도서관이자 경기도의 스무 번째 어린이도서관이다. 도서관 명칭 공모를 통해 채택된 ‘큰샘’은 과거 ‘덕천마을’로 불리던 지명의 큰 덕(德), 샘 천(泉)의 한글 이름으로 어린이들이 샘물이 솟듯 씩씩하게 자라 큰 일꾼이 되길 바라는 뜻을 담아 지었다. 큰샘어린이도서관의 주 이용객인 어린이는 초등학생을 기준으로 나뉜다. 초등학생 이상을 위한 도서를 모아 놓은 ‘어린이샘’과 유아들이 독서 습관을 기르고 흥미를 느낄 만한 자료가 가득한 ‘유아샘’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미디어창작실인 ‘창작샘’, 부모 등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오픈형 공간 ‘가족샘’ 등으로 구성돼 있다. 큰샘어린이도서관 김효준 팀장은 개관 1주년을 앞두고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개관 전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건물에 하나둘 서가가 들어오고 책이 꽂히고 시민들이 오가며 도서관이 점차 제 모습을 갖춰 갔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며 “처음엔 ‘도서관이 예쁘다’는 시설 칭찬이 많았다면 이젠 ‘이 책 정말 재밌다’, ‘참여 프로그램이 너무 좋았다’ 등 한층 구체적이고 따뜻한 반응을 얻게 돼 뿌듯하다”고 했다. ■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공간 공공의 목적으로 영리를 취하지 않는 도서관이지만 도서관 입장에서도 주기적으로 찾아 주는 단골 이용자가 많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6월 실시한 큰샘어린이도서관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주1회 방문자가 전체의 40%를 차지했으며 월 2~3회 방문 이용객도 44%에 달했다. 또 11만1천614명(8월 말 기준)이 도서관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선호하는 공간으로는 어린이샘(36%)이 꼽혔으며 ▲유아샘(21%) ▲창작샘(18%) ▲가족샘(13%) ▲북카페(12%) 순이었다. 무엇보다 시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이용자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안착했다는 점이 개관 후 1년간 일어난 가장 큰 변화다. 큰샘어린이도서관의 특화 주제는 ‘자연과학’이다. 2025년 9월 1일 기준 자연과학 도서는 2천391권으로 전체 장서 2만397권의 약 10%를 특성화 도서로 꾸렸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문학(1만1천934권)이며 자연과학 분야 다음으로는 사회과학(1천894권)이 뒤를 잇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꼬마 과학자들의 책 속 모험’이 정기 강좌로 열린다. 책으로 자연과학을 탐구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방학에는 ‘어린이 과학탐험대’를 운영해 놀이를 통해 과학의 원리를 익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화 주제인 자연과학 외에도 유아와 초등학생을 위한 책놀이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 교육, 작가 특강, 마술 공연, 낭독회 등 다채로운 문화 특강으로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서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도서관 건물 제일 위층에 마련된 북카페에서는 시기에 따라 주제를 정해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그림책 ‘하트방구’를 주제로 한 북쇼(Book Show)가 복합전시 형태로 진행돼 유아 이용객과 가족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큰샘어린이도서관 주소: 경기 안양시 만안구 덕천로 102 운영 시간: 평일(월~목) 오전 10시~오후7시, 주말 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일: 매주 금요일 및 법정 공휴일(어린이날 개관)

추석 OOTD? 이윤숙 명장이 제안하는 ‘한복’ 어때요 [인터뷰]

2018년 제10대 대한민국 한복 명장으로 선정된 이윤숙씨는 경기도내 유일한 한복 명장이다. 안산시 단원구에 자리한 이씨의 작업실 ‘이윤숙 한옷’은 한복을 닮은 검박한 공간이다. ■ 명절이면 옷을 짓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햇곡식을 먹게 되는 추석은 농경사회에선 새해의 시작만큼이나 중요한 ‘수확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명절을 즈음해 온 식구가 옷을 새로 지어 입던 추석빔은 조상께 보이는 정성과 더불어 무더운 여름을 지나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 시기에 서민들에게 포근하고 정갈한 옷을 새로 장만하는 기회가 되곤 했다. 이윤숙 명장도 “명절이 되면 이웃으로부터 부탁받은 옷을 지으시거나 가족의 옷을 손바느질하시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평범한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이씨는 평생 직업에 대해 고민하던 중 서울 종로2가 근처에 있던 한복학원을 찾았다. 학원을 찾은 첫날 3개월 속성과정을 등록하며 과감히 직장을 그만뒀고 두 달 만에 과정을 끝마쳤다. “학원에서 배운 것을 해보다가 막히는 게 있으면 어머니께 물어보면서 더 빨리 익힐 수 있었습니다. 학원을 수료한 후엔 이제 막 개업한 한복집 디자이너로 일하게 됐는데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어려서부터 바느질에 익숙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학원을 마친 이씨였지만 하루에도 몇 건씩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모르는 것은 학원에, 어머니께, 선배들에게 물어가며 3년을 밤낮 없이 일했고 그곳을 그만둘 쯤엔 우리나라 생활한복을 종류별로 다 만들 줄 알게 됐다. 한복에 입문하자마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열정을 쏟던 이씨도 결혼과 출산으로 2년여 쉼을 가졌다. 결혼 후 이사 온 안산에서도 이씨의 옷 짓는 솜씨가 입소문을 탔고 한복 짓는 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을 알음알음 가르치며 제작을 병행했다. ■ 한복 명장이 말하는 ‘한복’ 20대부터 한복에 뛰어들어 20여년을 달려왔지만 문득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궁중복식연구원, 방송통신대 등에서 공부를 병행했다. 그 과정에서 백영자·유송옥 교수와 서울시무형문화재 11호 침선장 박광훈 선생, 국가무형유산 누비장 김해자 선생 등을 사사했다. 이씨는 2006년부터 한국산업인력공단 전문위원으로 선정되며 대한민국한양공예예술대전, 직업능력개발 훈련과정 통합심사, 인천 기능경기 모의 심사 등 심사위원으로 활동을 이어가던 중 명장 심사를 제안받고 전국에서 지원한 한복 장인들의 역량을 검토했다. “훌륭한 지원서들을 검토하다 보니 문득 나도 명장에 한번 지원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장에 지원하기 위해선 한 분야에 30년 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강의 경력, 기능사 시험 등 증명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서류로 준비해 제출해야 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렸어요. 그렇게 책으로 만들어 놓고 보니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어 의미 있었습니다.” 그렇게 2018년 9월 3일 대한민국명장(한복생산 부문)으로 선정됐다. 한복 부문 10번째 명장으로, 경기도에선 지금까지 유일한 한복 명장이다. 명장에 선정되고 나니 비쌀 것 같다는 인식 때문인지 한복집을 찾는 손님은 더 줄었다. 워낙 한복 교육, 제자 양성에 뜻이 있던 이씨는 자신을 찾는 강의 자리는 마다하지 않았다. 2008년부터 안산여성비전센터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와 인연이 닿아 지금껏 재능기부 형태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안산디자인문화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생들이 전국 공모전 등에 출전해 연이어 수상할 때면 제가 명장에 선정된 것보다 더 행복합니다. 종종 전통문화 관련 학과로 대학 진학에 성공한 학생들이 저와 공부한 시간이 떠오른다고 얘기할 땐 참 고맙습니다. 한복을 알고 배우겠다는 학생들과 끈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한복 착용 시 궁 입장을 무료로 할 수 있는 혜택 덕에 오히려 젊은 세대에서 한복을 친근하게 여기는 현상에 대해 이씨는 반색했다. 그러나 값싸고 질 낮은 중국산 대여 한복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문화가 생긴 것 자체는 참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단가를 맞춘다는 이유로 한복을 너무 저렴하게 제작하고 대여하는 풍토는 참 속상한 일입니다. 일례로 일본에서는 무척 비싸게 기모노를 대여하고 소비자들도 그 값을 치르는 것에 대해 당연히 여기거든요. 한복을 친근히 여기되 조금만 더 귀하게 여겨주시길 당부합니다.” 이씨는 자신이 지은 한복을 평상복으로 자주 입는다. 소위 말하는 ‘생활한복’으로 “일반적인 한복에서 면으로 소재를 바꾸고 조금씩 치수만 조정해도 양장보다 더 편하다”고 강조한다. “한복의 일상화도 좋지만 한 벌 정도는 자신만의 한복을 맞춰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다면 참 근사하지 않을까요. 추석을 핑계삼아 서랍 깊숙이 묻어 뒀던 한복을 꺼내 입어 보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기록하고 축적하는 공간...우리동네 독립서점, 리멤(Remem)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카페거리에 위치한 리멤은 문을 연 지 이제 막 1년이 된 공간이다. 이곳 대표 김정식씨는 책과 커피, 취향을 나누고자 이 공간을 만들었다. ■ 기록하고 축적하는 공간 현존하는 최고의 SF소설가로 평가받는 테드 창의 단편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에는 ‘리멤(Remem)’이라는 기술이 등장한다. 인간의 일생을 녹화해 기록하는 이 장치는 우리가 갖고 있는 ‘기억’의 능력과 ‘사실’의 차이를 생각하게 한다. 미화되거나 주관적으로 해석되거나, 때때로 잊혀지는 기억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고 축적하고자 쓰기 시작한 이름 ‘리멤’은 서점이기 이전에 지인들과 좋은 텍스트를 나누는 뉴스레터였다. “책방을 열기 전 몇 년간 책이나 기사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뽑아 주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했습니다. 평소에 기록을 많이 해두는 편인데 혼자 보기 아까운 글들을 모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내던 것이 어느새 1천~2천명으로 구독자가 제법 늘었죠. 책방 이름을 고민할 때 ‘레터’ 콘셉트를 브랜딩해보라는 아내의 권유로 ‘리멤’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리멤의 대표 김정식씨는 책방을 열기 전까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학사부터 박사까지 10년여간 공부했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또 10년을 보내고 보니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싶었다. 밖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회사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내와 맞벌이하다 보니 돈은 잘 벌었지만 저는 읽고 싶은 책을 사볼 수 있는 여유, 아내는 OTT와 맥주를 즐길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10년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저보다 더 오래 직장생활을 해 온 아내가 먼저 책방을 제안했습니다. 인공지능 연구직에 종사하면서 오히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 절실하게 느낀 것도 책방을 여는 계기가 됐습니다.” ■ 북카페 보다는 그냥 책방 검색창에 리멤을 쳐 보면 ‘북카페’로 소개돼 있다. 간판에 적힌 ‘Coffee&Books’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를 떠올리게 한다. 김씨는 “생존을 위한 재무적 해법과 커피에 진심인 아내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저는 이 공간을 오래 꾸려 나가고 싶은데 책만 팔아서는 힘들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됐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은 평소 제가 가장 필요로 했던 공간이기도 합니다. 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찾아줄 것을 기대하며 사심을 담아 리멤을 만들었습니다.” 김씨는 ‘책’에 방점을 두고 리멤을 운영하고 있다. 동네 책방의 강점은 큐레이션이라는 생각에 책 선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으며 같은 책이라도 책 표지가 보이게 놓을지, 책 등이 보이도록 꽂을지 등을 고민한다. “인테리어 단계부터 책들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고 책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하나의 오브제처럼 책들을 전시해 색다른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책은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들이고 있습니다. 20% 정도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도서로 구성하려 노력합니다.” 지난해 가을 문을 열어 이제 막 1년이 돼 가는 리멤은 짧은 시간이지만 독서모임, 작가와의 만남 등을 진행하며 동네 서점의 모습을 갖춰 나가고 있다. “단순히 책 구매가 목적이라면 책방까지 걸어와 책을 고르고 책 냄새와 커피향을 즐기는 과정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책을 좋아하는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또 찾고 싶은 공간이 되기 바랍니다.”

책과 쉼, 배움이 공존하는 공간, 성남 수내도서관

6월 개관한 수내도서관은 개관 초기부터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시민들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경험 6월 24일 성남시 분당구에 수내도서관이 개관했다. 개관식 당일 수내도서관 야외 광장에는 신상진 성남시장을 비롯해 국회의원과 도의원, 시의원, 수내동 주민 등 성남시민 300여명이 참석했다. 개관 후 3개월이 채 안된 도서관은 여전히 시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의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방문해 책을 대출하고 열람 공간에서 독서와 휴식을 즐기고 있다. 개관 초기임에도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도서관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를 느낄 수 있다. 수내도서관 관계자들도 “개관 초기임에도 시민들이 전해주는 응원의 메시지와 긍정적인 반응에 놀란다”며 “도서관이 지역사회의 새로운 지식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개관 당일에는 개관식을 비롯해 북큐레이션 전시, 개관 기념 포토존 운영 등 시민들이 도서관을 친근하게 여기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도서관에 대한 벽을 낮췄다. 특히 커뮤니티 라운지에서는 영수증 사진기를 활용한 기념 이벤트와 개관 축하 응원 문구 쓰기, 달고나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행사를 진행해 남녀노소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수내도서관이 개관한 6월은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왔다. 이에 성남시는 수내도서관을 비롯한 공공도서관 18곳을 ‘이색 피서지’로 홍보하며 시민들의 북캉스를 독려했다. 실제로 6월 한 달간 18곳의 도서관 이용객은 전달 대비 3만명이 증가해 총 55만명에 달했다. ‘책과 쉼, 배움이 공존하는 복합문화도서관’을 지향하는 수내도서관은 2층 메이커스페이스(일상공작소)에 있는 프레스기와 3D펜 등 장비를 활용한 종이아트, 에코백 만들기 등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일상공작소 외에도 AI면접실, 뚝딱영상룸 등 특화 시설과 고문서를 3D로 볼 수 있는 실감형 디지털북 등은 도서관이 독서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 책과 쉼, 배움이 공존하는 공간 연면적 7천16.2㎡, 지하 2층, 지상 3층의 수내도서관은 도서관 주변을 둘러싼 수내공원과 지하 1~2층의 ‘독서뜰이은 하나로 이어져 ‘쉼’을 연상케 한다. 계단형 독서공간과 대형 미디어월을 접목한 독서뜰은 책과 미디어 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어 기존 열람 방식보다 공간 활용도가 높은 공간이다.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이지만 탁 트인 주변 경관을 활용한 도서관의 안팎은 시민들에게 자연 속 휴식과 독서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다가가고 있다. 특별히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마련된 AI인터뷰룸은 인공지능(AI) 기반 모의면접 공간으로 AI 면접관이 일대일로 모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원자의 답변에 대해 즉시 피드백을 해줘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다. 프레스기, 전사프린터기, 커팅머신, AI재봉틀 등 11종의 디지털 장비를 갖춘 일상공작소는 자신의 상상력을 토대로 실물을 구현할 수 있는 창작 활동 공간이다. 2만6천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수내도서관은 문학, 인문, 과학, 예술 등 전 연령과 분야를 아우르는 도서를 균형감 있게 구성하고 앞으로 더욱 채워 나갈 예정이다. 특히 별도 서가를 운영하고 있는 AI 분야 도서를 올해까지 약 450권 규모로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용자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지속적으로 장서를 확충할 계획이다. 개관 당일 장서 2만6천여권 중 19%에 해당하는 4천715권이 대출된 것은 수내도서관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기대와 관심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도서관 관계자는 “장서 확충과 안전적인 대출 서비스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삼고 도서관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을 채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내도서관 주소: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불정로 272(수내동) 종합자료실: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 오전 9시~오후 6시 어린이 자료실: 평일·주말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일: 매주 금요일 및 법정공휴일

임병택 시흥시장 “바이오·해양레저로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도시 만들 것” [인터뷰]

민선 8기 3년을 달려온 임병택 시흥시장이 바이오와 해양레저를 주축으로 대한민국 대표도시 K-시흥시 완성에 주력하고 있다. 미래 신성장 산업인 바이오와 해양레저 분야를 선점함으로써 시흥의 가치를 높이고 도시 전체의 발전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비전은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로 입증되고 있다. ■ K-바이오 도시 시흥…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 만든다 시흥시가 지난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첨단 바이오 특화단지로 선정됐다. 바이오 초격차 기술 확보 및 바이오 거점 조성을 위한 정부 지정 특화단지가 시흥 땅에 들어서는 것이다. 임 시장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는 각오로 과감히 도전하고 최선을 다한 결실”이라며 “시흥 바이오는 미래 시흥을 먹여 살릴 먹거리이자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 버금가는 ‘세계 1위 메가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흥 바이오 클러스터는 AI 바이오 융복합 연구단지(경기경제자유구역 배곧지구), 초광역 AI 바이오 허브단지(월곶역세권), AI 바이오 첨단산업단지(정왕지구), AI 실증 기업 육성단지(시흥스마트허브)를 중심으로 바이오산업 전 주기 집적화 단지를 구축 중이다. 지난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과 협약을 체결했고 시흥배곧서울대병원(가칭)이 현대건설과 공사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국내 대표 제약사 종근당을 유치했다. 임 시장은 “대학과 병원, 기업이 협력하고 연계하는 AI 바이오 허브 조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인재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 서울대 시흥캠퍼스 내 ‘경기 시흥 SNU 제약바이오인력양성센터’가 정식 개소했고 제약바이오의약품 공정 전주기 교육을 통해 연간 1천500명 이상의 바이오 인재를 배출할 계획이다. 2월 유치한 시흥과학고와 SNU 제약바이오인력양성센터를 연계해 대한민국 최고의 바이오 인재 양성소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임 시장의 포부다. ■ 2조2천억 종근당 투자 유치, 시흥배곧서울대병원(가칭) 착공… K-바이오 도시 가속화 특히 임 시장은 국가첨단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에 이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과 종근당을 유치하는 쾌거를 이뤘다. 부침을 겪었던 시흥배곧서울대병원(가칭)도 드디어 착공했다. 임 시장은 “유수의 기업과 병원 유치는 시흥시가 세계 1위 바이오 클러스터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시흥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완성과 산학연병의 상생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종근당의 투자 규모는 약 2조2천억원으로 경기도내 투자유치 금액 중 단일 바이오기업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종근당은 2033년까지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복합연구개발단지 조성을 통해 신약 개발과 유전자 치료 등 바이오 연구를 선도하고 바이오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임 시장은 “이를 통해 700명 이상의 고용 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시흥시민 10% 우선 고용, 관내 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 추진 등으로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지난해 협약을 체결한 KTR은 총 1천250억원을 투입해 첨단바이오연구소를 건립한다. 연구소는 100여명의 전문인력이 유전자 치료제 연구 등을 수행하며 첨단 바이오 분야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예정이다. 임 시장은 KTR과 시흥시가 동반 성장하는 바이오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모든 행정적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특히 지난달 18일 착공한 시흥배곧서울대병원(가칭)은 시흥 바이오 클러스터의 핵심 거점이다. 임 시장은 “시민의 오랜 염원이자 국가첨단 바이오 특화단지를 완성할 서울대병원이 드디어 공사를 시작했다”며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서울대병원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 건립 단계에서의 취업 유발 인원은 4천800여 명, 운영 단계에서는 13만8천여명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또 병원 건립으로 약 141억원의 취득세와 개원 이후 해마다 20억여원의 세입이 증가한다. 이와 함께 병원 설립에 따른 기업·기관 유치, 병원 인근 상권 입점 등의 간접 효과까지 더하면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서해안 대표 해양레저관광 거점 조성…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착공이 시급 미래 시흥을 이끌 또 하나의 성장동력은 바로 시화호다. 임 시장은 “시화호는 극심한 오염을 겪었지만 단시간에 수질을 회복한 극복의 역사를 지닌 소중한 자원”이라며 “생태계가 온전히 회복된 지금의 시화호를 보면 푸른 바다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평가된 시화호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시화호를 새로운 해양레저관광 거점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미래 시흥의 또 다른 청사진”이라고 밝혔다. 임 시장은 그간 시화호 가치 제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지난해 시화호 조성 30주년을 맞이해 인근 안산시, 화성시, 수자원공사 등과 함께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하며 시화호를 의제화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해 경기도 조례에 근거한 ‘시화호의 날’이 지정됐고 정부가 ‘시화호 발전전략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1월에는 시화호가 유네스코 생태수문학 시범유역으로 최종 선정되면서 세계적인 이목도 끌었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치러낸 시화호 기념사업은 올해 경기도가 직접 추진하는 ‘시화호 활성화 사업’으로 격상돼 한층 체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임 시장은 시화호 거북섬에 다양한 해양레저 인프라를 구축하며 시화호의 친환경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서핑장 ‘시흥웨이브파크’와 국내 최초 관상어 집적단지 ‘아쿠아펫랜드’, 경관브릿지와 해상계류장을 포함한 ‘거북섬 마리나’, 해양동물 구조·치료 전문기관인 ‘해양생태과학관’이 조성을 마쳤다. 10월에는 랜드마크 전망시설이 들어서고 2026년 하반기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도 착공할 계획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7월 국제서핑대회 ‘WSL 시흥 코리아 오픈’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이 열렸다. 임병택 시장은 “무엇보다 시화호 발전과 거북섬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약속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의 신속한 착공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거북섬으로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거북섬 경제 활성화의 물꼬도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시장은 “중앙정부, 한국도로공사 등과 적극 협의해 빠른 착공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안전도 돌봄도 동을 주축으로… 20개 동 중심 행정 강화 임병택 시장은 민생 거점인 20개 동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한 ‘동 중심 행정 체제’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임 시장은 “동은 행정의 가장 작은 단위이지만 시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이라며 “민원, 안전, 복지, 돌봄 등 행정의 모든 분야가 동을 중심으로 세세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시장은 특히 “동에서도 시에서 처리하는 속도와 책임감으로 민원을 해결해야 한다”며 동마다 동장신문고 전용 창구를 설치했다. 시흥시 동장신문고는 민원 접수부터 처리, 결과 통보까지 원스톱으로 추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2023년 동장신문고 설치 이후 해마다 100%에 가까운 민원 처리율을 기록하며 시흥시 동 중심 행정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임 시장은 “동장신문고를 통해 시민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고 자부했다. 책임동장 민원관리제는 동 중심 행정 강화를 위한 보다 능동적인 제도로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임 시장은 “‘동에서 만큼은 동장이 시장’이라는 철학 아래 동장이 민원을 직접 관리하고 해결하도록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책임동장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동은 동장 주도로 민원 발굴과 관리, 해소에 집중하고 부서는 책임동장 민원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극 협조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임 시장은 경기도 최초로 동 중심 돌봄도 실현했다. 2022년 동마다 시작한 시흥돌봄SOS센터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일시적 돌봄이 필요한 시민 누구에게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동마다 배치된 돌봄매니저가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시흥돌봄SOS센터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경기도 누구나 돌봄사업으로 확대됐고 올해부터 경기도 29개 시·군에서 시흥형 돌봄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 시흥에서 여의도까지 25분… 신안산선, 경강선 건설로 서해안 교통 중심지 도약 임병택 시장은 시민의 대중교통 편의를 높일 철도망 구축에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신안산선과 경강선을 중심으로 신천~신림선, GTX-C 오이도역 연장 등 시흥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교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임 시장은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철도사업은 지방정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지만 점진적인 노력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시흥시에서 여의도까지 25분 만에 도달한 신안산선은 2022년 매화역(가칭)이 착공해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 중이다. 수도권 서남부와 강원권을 연결할 경강선은 장곡역을 포함한 실시계획 승인 이후 공사를 시작했다. 서해선 하중역(가칭)도 1월 전문가 수요검증위원회 심의를 최종 통과하고 신설이 확정됐다. 월곶에서 배곧을 연결하는 트램은 2023년 12월 제2차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했다. 또 신천~신림선은 시흥시 주관으로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을 완료하고 지난해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건의한 상태다. 임 시장은 “시흥시뿐만 아니라 경기 서남부권 주민의 교통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신천~신림선을 주축으로 한 수도권 서남부권 광역철도 구축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임 시장은 GTX-C 오이도역 연장도 경기도 GTX 플러스 사업에 포함해 추진하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반영되도록 경기도, 국토부 등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시흥광명신도시에 계획돼 있는 남북철도 역시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균형을 맞추는 사람들...‘청와대 사람들’ 저자 강승지 [인터뷰]

청와대에서 일하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한 작가 강승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하다 청와대에 입직한 그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청와대를 받치는 수많은 ‘청와대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 청와대를 지탱하는 힘 지난달 1일 대통령실 이전을 앞두고 청와대 개방이 종료됐다. 2022년 5월 10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개방된 지 1천179일, 3년2개월 만이다. 3년여의 시간동안 총 852만130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청와대는 다시 ‘국가 1급 보안시설’로 돌아가기 위해 종합 보안·안전 점검 및 시설물 점검 작업이 한창이다. 청와대가 1급 보안시설일 때도, 시민들이 즐겨찾는 공간일 때도 청와대를 지킨 사람들이 있다. 여전히 정복을 입고 초소에 서고, 청와대 뜰의 나무와 연못을 가꾸고, 시설물을 보완한 청와대 사람들. 강승지 작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받치는 사람들’의 소소한 하루하루를 기록해 책으로 묶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강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국제갤러리를 거쳐 2019년 초 청와대에 입직했다. 스물 다섯 번의 계절이 바뀌는 사이 세 번의 정권을 경험한 그의 기록엔 정권 교체에 따른 엄청난 뒷이야기나 청와대를 둘러싼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당연히 없다. 그저 계절마다 달라지는 청와대 풍경과 늘, 변함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만 있을 뿐이다. “퇴고 마지막까지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이나 업무 보다는 일상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했습니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표정과 습관을 묘사했는데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잘 모르는 청와대만의 이야기가 담긴 것 같아요.” 그가 담은 청와대 이야기는 이런 것들이다. 청와대 내부엔 국빈 환영 행사날 걸리는 태극기와 상대국 국기를 다리는 일손이 있다는 것, 청와대 연못에 풀어놓은 관상용 잉어를 야생 동물이 사냥이라도 한 다음날엔 원래대로 한 마리 더 채워 넣는 관리자가 존재한다는 것, 청와대 직원들에게 무난하고 튀지 않는 ‘남색 옷’은 비공식 유니폼이나 다름없다는 사실들이다. 그리고 여느 직장인들처럼 ‘점심시간’ 에피소드 역시 청와대만의 버전으로 존재한다. 밤새 폭우가 쏟아진 다음날 구내식당 디저트로는 화채가 나오고, 대통령 순방이 시작된 날 아침엔 특식으로 라면을 맛볼 수 있고, 봄이 오면 냉이 된장국을 가장 먼저 맛볼 수 있다 “라면은 평소엔 만날 수 없는 메뉴인데 ‘대통령이 순방 중이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청와대만의 오랜 전통이자 직원들 사이의 작은 신호인 셈입니다. 또 비가 내린 다음 날이면 청와대 내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 배, 포도 등을 모아 화채로 내어 주시고 냉이, 달래 등도 입춘과 함께 찾아옵니다. 때때로 청와대 밥상은 뉴스보다, 날씨보다 빠르다고 느낍니다.” ■ 선량한 긴장감과 책임감 미술작가로도 활동한 강 작가는 매일 마주하는 청와대 곳곳의 ‘아름다움’이 이곳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힘이라고 말한다. 강 작가는 청와대 본관에 설치된 유럽식 샹들리에가 뿜어내는 빛을 통해 삼엄하고 엄숙한 이 공간을 보다 아늑하게 느끼고 벽에 걸린 신라 금관 모양의 벽등을 보며 이 공간의 위엄을 느낀다. 황금 테두리를 두른 전등 스위치와 콘센트 하나에서도 34년의 역사, 청와대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미술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관객들을 위해 일하는 기쁨도 컸지만 청와대로 옮기며 더 넓은 ‘국민’을 대상으로 제 역량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청와대는 국가 차원의 의전, 총무, 행정, 정책, 홍보 등 다양한 부서가 긴밀하게 움직였고 상황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긴장감이 늘 존재합니다. 개인의 작은 판단이 조직과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개인생활을 통제하기도 하죠.” 강 작가는 청와대 사람들이 청와대를 단순히 ‘직장’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힘줘 말한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당연히 지켜야 할 일을 하고 있지만 요구되는 책임감은 상상 이상이라는 것. ‘긴장감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강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누군가에 의해 강요된 것이 아닌 각자의 몫을 해내기 위해 개인 스스로가 찾아 행하는 선량한 무게감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7년여의 시간 동안 제가 지켜본 청와대 사람들은 누군가를 빛나게 하기 위해,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균형을 맞추는 분들이었습니다. 사무실 창문 너머로 아주 당연히 서 있는 나무 한 그루조차 이들의 손길 덕분이었고 이들이 청와대를 움직이고 있어요.” 청와대 개방 전후, 2022년 5월 9일과 10일은 강 작가에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5월 10일 오전 7시 청와대 1호 관람객 입장을 시작으로 출입금지였던 초소문이 열렸고 하루 만에 청와대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됐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4년여 일한 공간이었지만 강 작가는 청와대 어느 풍경에도 스스로를 끼워 넣지 못했다. 친숙하고 익숙했던 공간이 하루아침에 낯설어지자 마음이 꺾이기도 했다. “개방 초기엔 저도 동료들도 조금씩은 힘들었습니다. 하던 대로 출근하고, 회의하고, 문서도 만들었지만 공고히 지켜오던 균형을 잃던 시기였어요. 그렇지만 그 과정과 시간을 통해 일과 나, 공간과 저 자신을 분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청와대에서 일하는 나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도 같아요.” 많게는 하루 2만명이 넘는 국민이 방문하던 청와대가 다시 고요해졌다. 궁금하고 미지의 영역이었던 청와대에 대한 갈증이 조금 해소됐을 법도 한데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국민들이 청와대를 얼마나 궁금해하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개방을 통해 갖게 된 공공성은 청와대의 이전 얼굴과는 분명 달라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복귀를 앞둔 시점에서 국민과 더 가까워진 청와대를 만들어갈 모습이 기대됩니다.”

김찬진 인천 동구청장 “제물포구 출범…주민 목소리 경청할 것” [인터뷰]

민선 8기 인천 동구 김찬진호(號)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김 구청장은 소통과 공감을 앞세워 이뤄낸 공약 이행률만 82%에 이른다. 동구는 중구 내륙과 통합한 제물포구로 2026년 7월 새롭게 출범한다. 김 구청장은 발전·공존·통합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다. 새롭게 탄생하는 제물포구는 동·중구의 물리적 결합으로 끝나는 게 아닌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며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일 수 있는 화학적 결합이 필요하다고 김 구청장은 강조한다. 민선 8기 3주년을 맞은 김찬진 구청장의 행보와 제물포구를 향한 준비 및 앞으로의 기대 그리고 비전을 살펴봤다. ■ 주민들과의 약속 김찬진 동구청장은 민선 8기 3년여간 높은 공약 이행률을 기록하며 주민들과의 약속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선 8기 공약 사항은 5대 분야 총 20개 사업이며 이 중 10개 사업은 이미 완료했고 9개 사업은 정상 추진 중으로 공약 이행률은 82%에 이른다. 김 구청장은 특히 도시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냈는데 화수부두 일대가 도시재생 혁신지구로 선정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동구 화수부두가 도시재생 혁신 지구에 선정됨으로써 5년간 국비 250억원, 시비 125억원 등 모두 375억원의 국·시비 재정 보조를 받는다. 김 구청장은 1천200억원을 들여 화수부두 일원을 첨단산업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도시재생 혁신지구’는 쇠퇴한 지역에 산업·상업·주거·복지·행정 등 기능이 집적된 경제거점을 조성하는 지구단위 개발 사업이다. 이 밖에 김 구청장은 도시개발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화수부두 일대의 도시재생 혁신지구 지정은 미래 제물포구 경제성장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는 뿌리기업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플랫폼, 근로자 복지·체육시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화수혁신마을’이 들어선다. 구는 이 사업을 통해 신규 고용 1천299명, 생산유발 1천887억원, 부가가치유발 780억원 등 지역경제 전반에 걸친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십자수로 매립지 상부시설 조성과 동인천역 도시개발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이 사업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2015년 ‘북성포구 준설토 투기장 호안축조공사’로 진행하다 공유수면에 위치한 무허가 횟집 때문에 공사를 완료하지 못했다. 십자수로 매립지는 동구와 중구 경계에 걸쳐 있어 양 구가 공동으로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십자수로 매립지 일대는 동구에 속한 지역이 75%, 중구에 속한 지역이 25%다. 동구는 동·중구가 맞닿은 이곳에 ‘십자수로 매립지 상부시설 활용 방안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다. 동구는 십자수로가 행정 관할 지역이 아님에도 신뢰 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매립에 반대하는 무허가 횟집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해결 방안을 찾으려 노력했고 기존 사업시행자인 인천해수청에 동구와 인천시가 직접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요청해 비관리청 항만개발사업이라는 해결책을 찾아냈다. 이 밖에 동구는 최근 송현자유시장 부지 매각 계약이 체결되면서 동인천역 개발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동구는 이 지역에 앵커시설과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상권을 활성화해 원도심 균형발전의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동구는 혁신 지구에 뿌리기업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등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혁신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화수부두 일원은 동구를 넘어 미래 제물포구의 혁신과 성장동력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제는 ‘제물포구’… 전국 최초 통합, 1년 앞으로 동구와 중구 내륙이 2026년 7월 1일 전국 최초로 기초자치단체 간 통합을 단행한다. ‘제물포구’라는 새 이름으로 출범하는 이 행정혁신은 단순한 구역 합치기가 아니라 발전·공존·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예정이다. 제물포구는 기존 동구 전체와 중구 내륙 일부가 합쳐져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게 된다. 행정구역 경계가 사라지면서 10만명 이상의 인구를 기반으로 출범하고 동구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8년 인구는 13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그동안 신도시 개발로 침체됐던 원도심의 재도약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구청장은 이 같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2024년 4월부터 ‘구출범준비TF’를 운영하며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사전 준비 단계에서는 분야별 추진 과제를 발굴했고 실무 추진 단계에서는 세부 매뉴얼을 마련했다. 이제는 분야별 최종 점검을 거쳐 출범 당일 차질 없는 행정을 구현할 계획이다. 그는 동·중구를 잇는 상징적 프로젝트 ‘이음길’을 제시했다. 이는 물리적 통합을 넘어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는 화학적 결합을 의미한다. 김 구청장은 이로 인해 동·중구 주민 ‘공존·통합’이 이뤄지리라 믿는다. 주민 통합을 위해 김 구청장은 제물포구 출범 주민 소통단을 운영 중이며 주민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공동 상징물 개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더욱이 김 구청장은 구강 관리 등 동구만의 다양한 복지를 중구 내륙 주민들도 동등하게 누리도록 조례를 개정하는 등 복지 통합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또 인천 최초 어린이영어도서관 개관 등 교육 분야, 화도진 축제 등 문화·관광 분야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이뤘는데 이 같은 성과는 제물포구로 고스란히 이어져 원도심 혁신과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구청장은 “그동안 저와 동구 700여 공직자는 미래 제물포구를 발전·공존·통합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며 “특히 동·중구 주민의 ‘공존·통합’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물포구 출범 주민 소통단을 운영하며 공동 상징물 개발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교통·관광 인프라 확충, 철도 복원과 ‘이음길’ 해안산책로 김 구청장은 교통 소외에서 벗어나기 위한 철도망 확충과 관광자원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인천지하철 3호선 동·중구 경유 노선 유치와 해안산책로 확장이 제물포구 접근성과 매력을 동시에 높인다는 생각에서다. 인천지하철 3호선은 송도, 신포동, 동인천, 송림오거리, 청라, 검단을 잇는 노선이다. 동구는 기자간담회와 지속적인 건의로 동·중구 경유 구간을 우선순위에 반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원도심 철도 복원이라는 주민 숙원을 풀어줄 사업이다. 관광 인프라로는 만석·화수 해안산책로를 월미도까지 잇는 ‘이음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미 해안산책로 야간경관 조성을 마쳤으며 9월에는 전시공간과 카페를 갖춘 연계 복합건축물이 완공된다. 해당 건물은 국방부 미사용 부지를 활용해 총 132억9천만원을 투입,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 거점으로 탄생한다. ‘이음길’은 제물포구 통합의 상징이자 수도권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매력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복지·청년·교육… 촘촘한 지원, 미래 인재 양성 초고령사회 대응부터 청년 유입, 교육환경 개선까지 동구의 복지·교육 정책은 전 세대를 아우른다. 제물포구 출범 후에는 이 혜택이 중구 내륙 주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동구는 2028년 완공 목표의 구립요양원 건립을 비롯해 품위유지비 지원, 스케일링·임플란트 지원, 전 구민 독감 무료접종, 노인일자리 확대, 시각장애인 안마 서비스,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전국 최초로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스케일링 본인부담금 지원’ 사업을 통해 3천670여명에게 연 1회, 1만~3만원의 부담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어르신들 치아 건강을 위해 인천 최초로 저소득 노인·장애인 임플란트 지원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노인일자리 사업은 2025년에도 어르신들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등 2024년 대비 102명을 추가 확보해 총 3천36명으로 확대했다. 김 구청장은 제물포구 탄생 이후에는 달라진 지역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일자리를 개발하고 지원할 방침이다. 청년 정책으로 김 구청장은 4개 분야 총 38개 사업에 39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월세지원, 취업지원금, 웰컴페이·컬처페이 사업, 고립은둔 청년 회복 프로그램, 자격증 응시료 지원 등이다. 저소득층 청년들에게 월세를 지원해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에게 취업지원금과 자격증 응시료를 지원해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사회 진출을 돕는다. 이 밖에 청년 이사비 지원을 위한 웰컴페이 사업(생애 1회 40만원 지원), 문화·예술 스포츠비 지원을 위한 컬처페이 사업(1인당 20만원)을 통해 관내 상권 활성화와 청년 인구 유입을 위해 노력한다. 교육 부문에는 교육경비 보조금 확대, 초·중등 통합학교 신설, 인천 최초 어린이 영어도서관 개관, ‘꿈영도 영어캠프’ 운영 등을 했다. 미래교육지원센터는 진로·진학·학습 지원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 인프라다. 김 구청장은 “동구에는 이처럼 다른 자치구가 부러워하는 복지사업이 많다”며 “제물포구 관련 주민설명회 때 항상 중구 내륙 주민들도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그동안의 혜택이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는지 질문이 많은데 모두 다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동구 각 부서에서는 중구와 협력해 관련 조례를 개정 중”이라며 “남은 1년간 조례 개정을 완료해 제물포구 주민 모두가 동구의 촘촘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화도진 축제와 공동체 강화로 제물포구 맞이 전국 최초 기초자치단체 간 통합을 준비 중인 김찬진 구청장은 주민소통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 하나 되는 구의 주민들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다. 김 구청장은 양 구 주민으로 구성한 주민소통단을 운영 중이다. 합동회의와 도보투어를 통해 상호 이해와 유대감을 높이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밖에 제물포구의 정체성과 도시 브랜드를 상징할 수 있는 CI를 개발 중이며 주민들이 뭉칠 구심점을 마련하고자 제물포구 캐릭터 공동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는 제물포구 출범을 널리 알리고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문화·축제는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 결속을 강화하는 힘이라고 김 구청장은 굳게 믿는다. 동구는 대표 축제인 화도진 축제와 주민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제물포구 출범의 사회적 기반을 다진다. 올해 화도진 축제는 9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조선시대와 현대 군영 체험, ‘화도진’ 뮤지컬, 무형문화재 공연, 어영대장 축성 행렬, 어린이·청소년·대학 동아리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축성 행렬에는 100명의 주민이 참여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대규모 퍼레이드를 펼친다. 김찬진 동구청장은 “제물포구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동·중구 주민들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라며 “주민 상호 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 간 교류를 촉진하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다채로운 화합 프로그램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관 30주년, 서른 한 번째 책장을 펼치다... 수원시립선경도서관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은 수원시립선경도서관은 수원 향토기업인 선경그룹(현 SK그룹) 고(故) 최종현 회장이 지역사회 공헌과 수원시민의 독서 함양을 위해 설립·기증했다. 선경도서관은 도서관이 위치한 행궁동의 변화와 발전에도 기여한 지역 명소로서, 지식의 보고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개관 당시 도내 최대 규모 수원시립선경도서관이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선경도서관은 고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이 지역사회 공헌과 수원시민에게 더 많은 독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오랜 계획 끝에 세운 도서관이다. 개관 당시 최 회장 스스로 “내 고장 수원에 꼭 있어야 했던 도서관이며 후손 대대로 지식의 자산을 물려줄 우리의 새로운 명소”라고 소개한 선경도서관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화하는 도시의 풍경을 고스란히 목격하며 행궁동 일대를 지키고 있다. 1994년 7월 선경그룹과 수원시 간 기부채납 협약을 체결한 이후 1995년 4월27일 개관한 선경도서관은 개관기념 행사로 수원시민이 선정한 100권의 책을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전시하는 ‘수원인 도서 100전’과 ‘사진으로 보는 한국의 성곽과 수원성’을 개최하는 등 ‘수원’ 그리고 ‘시민’이 중심이 된 도서관임을 각인했다. 대지면적 1만1천830㎡에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 연면적 8천312㎡로 총사업비 250억원을 투자한 수원시립선경도서관은 개관 당시 경기도립수원도서관과 수원시립중앙도서관을 잇는 수원시 내 세 번째 도서관이자 경기도내 최대 규모의 도서관으로 탄생했다. 수원시립선경도서관은 개관 첫해에만 25만명이 방문했으며 1995년 개관 이래 올해 1분기까지 2천113만명의 이용자가 다녀갔다. ■ 변화와 발전에도 흔들림 없는 ‘책’ 3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원 행궁동은 평범한 동네에서 관광지이자 드라마 촬영지로 급변했다. 시초는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수원화성이 등재되면서부터다. 뒤이어 2000년대 초반 화성행궁 복원사업과 행궁동 일대 도시재생이 본격화됐고 오래된 골목과 가옥을 보존하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마을로 재탄생했다. 차 없는 거리, 한옥 리모델링, 문화예술 공간 조성 등 수원시의 정책 추진과 수원화성문화제, 행궁동 벽화골목 조성, 플리마켓 등 주민참여형 문화 행사가 다수 개최되며 젊은 세대 유입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행궁동은 전통 건축과 골목이 잘 보존돼 있어 ‘선재 업고 튀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그 해 우리는’, ‘왕의 남자’, ‘이산’ 등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드라마·영화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행궁동 거리를 메운 감각적인 카페와 공방, 소품숍 등 MZ세대를 끌어들이는 다수의 상업 시설은 행궁동 자체가 복합문화관광지로 자리잡는 동력이 됐다. 또 선경도서관 입장에서도 수원시민을 대상으로 전통성을 지키는 기조에서 도서관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트렌드를 반영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하는 계기가 됐다. ■ ‘수원학’ 관련 장서 최다 보유 선경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3층 규모로 1층 어린이자료실, 2층 종합자료실과 강당 및 강의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25년 6월30일 기준 1서고 20만8천419권, 2서고 2만9천822권, 3서고 2천190권 등 총 24만431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특별히 도서관 3층은 수원의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고 지역 정체성과 인문학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2019년 조성한 수원학자료실이 마련돼 있다. 지역 향토자료(8천880권), 고서(1천780권), 족보(922권), 개인문고(1만1천936권) 등 단행본과 수원시 홍보물, 수원문학, 수원학연구, 수원문화원, 시정연구원출판, 수원문화재단 등 수원 관련 간행물 10여종이 집약된 이곳은 학술연구자뿐 아니라 시민, 학생 등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지역학 아카이브로 2025년 6월 기준 2만3천518권의 수원학 관련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선경도서관 이용객의 폭은 타 도서관에 비해 넓은 편이다. 인근 초중고교 학생들의 학습공간은 물론이고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가족단위 이용객은 일반적인 도서관 이용객 현황과 비슷하나 2018년부터 선경도서관은 수원지역 도서전의 ‘지역출판문화’ 행사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관광객 또는 수원지역 도서전 등을 찾은 일반 방문객의 비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 서른 번째를 넘어 계속될 책의 정원 6월 14일 선경도서관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며 ‘서른 번째 책의 정원’을 개최했다. 기념 행사 ‘인연 30년, 시민과의 만남’은 수원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의원, SK네트웍스 관계자 등이 참석했으며 광교유스오케스트라, 행궁하모니, 토야프렌즈 등 지역 내 예술단체의 재능기부 공연이 진행됐다. 이뿐만 아니라 개관 30주년 기념 어린이 케이크 만들기, 책갈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와 지역 협력기관 홍보 및 체험 코너를 운영했으며 도서관 앞마당에 캠핑텐트와 테이블, 빈백 등을 설치해 자유롭게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시민참여형 행사로 30주년을 자축했다. 한편 선경도서관은 올해부터 약 5년간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의 주관해 실시하는 수원학 아카이브 플랫폼 구축에 협력해 디지털아카이브로 수원학 자료를 구축할 계획이다. 수원학 연구센터,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기관들이 연계해 수원학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자료 상호 이용, 검색이 가능하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선경도서관 관계자는 “수원화성·화성행궁 관광지와 인접해 있고 걷기 좋은 골목과 상권이 형성돼 있다는 입지적 장점을 반영해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혼재돼 있는 이용자 특성을 활용하겠다”며 “공유·창작·체험 중심, 소규모 커뮤니티 운영, 유연한 공간 구성 등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수원시립선경도서관 주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23번길 68 운영시간 일반열람실: 평일·주말 오전 7시~오후 11시 종합자료실: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 오전 9시~오후 6시 어린이자료실: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및 법정공휴일

잊혀지는 시를 알리고픈 마음...'산아래 詩 다시공방'

대구에서 시작된 시 전문 독립서점 ‘산아래 시’가 어느덧 경기 수원, 이천 등 전국 11곳에 자매책방의 성격으로 문을 열었다. ‘산아래 시’의 운영 규칙은 알려지지 않은 시, 빛도 채 보기 전 잊혀져 가는 시집을 소개하는 것뿐이다. ■ 잊혀지는 시를 알리고픈 마음 지난 3월 22일 수원 행궁동에 시 전문 독립서점 ‘산아래 詩 다시공방’이 문을 열었다. 2016년부터 운영해 오던 공방 공간에서 간간이 위탁받은 시집을 소개했지만 본격적인 시 전문 서점으로 확장한 계기는 대구에서 출발한 ‘산아래 詩’를 알게 되면서다. 대부분의 도서는 대형 출판사 혹은 유명 작가의 작품이 아닌 이상 독자들에게 가 닿기가 쉽지 않다. 큰 서점의 중앙 진열대는 잘 팔릴 만한 작품과 작가의 차지가 되고 그럴수록 시집의 자리는 후순위로 밀려난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시집은 더더욱 설 자리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산아래 시’ 1호점 대표는 대구 남구 대명동에 시 전문 독립서점을 처음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유명 시인들의 시집보다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시집이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진열돼 있다. 출판사 혹은 시인에게 선입금한 후 책을 받아오는 일반적인 서점 체계가 아닌 위탁 형태로 책을 가져다가 판매되는 만큼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책을 판매하는 것 만큼이나 작은 출판사,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의 시집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 진열대 순서도 주기적으로 바꾸는 편이다. 이러한 규칙을 지킨다는 약속과 ‘한 동네에 시 전문 서점이 하나씩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때마다 창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수원의 ‘산아래 詩 다시공방’도 이런 취지에 공감하며 열한 번째로 ‘산아래 시’ 서점이 됐다. ■ 순수를 회복하고 속도를 거스르는 공간 ‘산아래 시 다시공방’의 이안 대표는 2016년부터 시화전, 출판기념회 등 문화 행사를 진행하며 시집 위탁 판매를 해오던 중 ‘산아래 시’를 알게 됐다. 본인도 시인이자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산아래 시’를 여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유명한 시인의 시집이 아니어서 출간하고도 소개되지 않는 책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시집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있던 중 ‘산아래 시’의 취지에 동감하며 문을 열게 됐습니다.” 전국 11개 ‘산아래 시’ 중 행궁동의 ‘다시공방’은 가장 최근 문을 연 서점이다. 이곳처럼 오로지 시 전문 독립서점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고 카페, 소품숍 등과 병행해 운영되는 곳도 있다. 책 판매 수익을 위해 잘 팔리는 시를 앞세우기보단 작은 시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을 앞세운다면 ‘산아래 시’ 자매서점이 될 자격을 갖춘 셈이다. 이 대표는 “시가 돈이 되지는 않지만 ‘산아래 시’를 통해 순수를 회복하고 속도를 거스르는 시간을 누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산아래 시 다시공방’을 필두로 행궁로 일대가 ‘시의 거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저희 ‘산아래 시 다시공방’은 카페나 모임을 병행하지는 않지만 시인 등 문화예술인들과의 교류가 가능한 장소입니다. 이 일대가 꼭 한 번 가볼 만한 수원의 관광 코스가 된다면 지역시인은 물론이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되지 않을까요. 저희도 지속적으로 ‘작은 시’들을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