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부터 ‘꺼벙이’다. 졸린 듯 반쯤 감긴 눈으로 어딘가 어수룩한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이름은 또 억수다. 심상치 않다. 하지만 ‘꺼벙이 억수’가 주는 어감은 어딘가 정겹고 편안하다. 마음씨도 그럴 것 같다. 2007년 초판을 발행해 20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윤수천 아동문학가의 ‘꺼벙이 억수’(책모종 펴냄) 시리즈가 개정판으로 돌아와 독자들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지난달 발간된 개정판에선 이야기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게 일부 표현을 다듬고 등장 인물들의 대화를 수정했다. 삽화도 일부 새롭게 더해져 어린이들이 편하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다. 시리즈는 ‘꺼벙이 억수’를 비롯해 ‘꺼벙이 억수와 방울소리’, ‘꺼벙이 억수와 아나바다’, ‘꺼벙이 억수와 꿈을 실은 비행기’, ‘꺼벙이 억수와 축구왕’까지 총 5권이다. 책은 꾀죄죄하고 어수룩하지만 사려심이 깊고 친구와 자연을 사랑하는 억수와 그런 억수를 퉁명스럽게 바라보던 찬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첫 번째 이야기 ‘꺼벙이 억수’에선 초등학교에 입학한 모범생 찬호가 꾀죄죄한 억수를 친구로 받아들이기까지 좌충우돌 과정을 그린다. 겉만 보고 판단하는 모습을 통해 됨됨이와 진실한 마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자신과 다른 친구의 좋은 점을 인정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찬호의 모습을 통해서도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친구’와 ‘우정’에 관한 따뜻한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또 △자연을 가꾸고 보호하는 일의 소중함(꺼벙이 억수와 아나바다) △꿈을 이루기 위한 땀과 노력(꺼벙이 억수와 꿈을 실은 비행기)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꺼벙이 억수와 방울소리) △상대방을 배려하고 친구와 어울리는 법(꺼벙이 억수와 축구왕) 등 삶의 지혜와 미덕이 순수하고 맑게 펼쳐진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억수와 친구들은 시리즈를 통해 3학년으로 성장한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아이들은 함께 고민하고 배우며 성장해 나간다. 오해했다가 이해하고, 상처받았지만 극복하고 배려하며, 나에서 우리로 나아간다. 친구를 배려하는 법,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법, 생명을 아끼는 법 등 다양한 주제에서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꺼벙이 억수는 유독 아이들의 사랑을 오래 받고 있다. 2007년 초판이 발행된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총 25만부가량이 판매됐다. 2007년 한국의 창작동화 50선에 선정됐고 같은 해 제4회 전국 초등 및 청소년 독서 감상 발표대회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2009년 초등 교과서 말하기듣기 개정판(2학년 2학기)에 수록됐다. 개정판 출간을 기념해 출판사에선 31일까지 초등학생 전 학년을 대상으로 독서감상문을 모집한다. A4 용지 1.5장 내외의 글을 11포인트로 작성해 이메일로 전송하면 된다. 독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기획으로 아이들의 소감과 생각, 작가에게 건너고 싶은 말 등의 생생한 반응이 또 다른 이야기의 씨앗이 될 것으로 윤 작가는 기대하고 있다. 27일 오후 3시에는 ‘문학의 집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도 열린다. 최동호 문학의 집 서울 이사장, 이승하 시인의 축사에 이어 동화구연, 시 낭송 등이 이어진다. 윤금아 시낭송가의 진행으로 윤 작가와의 대담도 마련돼 독자와 작가가 직접 만나는 뜻깊은 자리가 될 예정이다. 윤수천 작가는 “세련된 찬호와 어수룩한 억수가 만나는 과정은 진실되고 착하다. 같은 반 친구들이 억수의 이타심과 친구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을 봤을 때 찬호의 마음도 함께 열린다”며 “오늘날 어른, 아이들도 (억수 같은) 순수함이 마음에 남아 여전히 꺼벙이 억수를 찾는 게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김승종의 문학잡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는 관람객에게 작품을 해설해주는 도슨트나 큐레이터가 있다. 김승종 시인은 미술관의 도슨트처럼 문학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내며 시민들이 시를 중심으로 문학작품 감상을 쉽고 즐겁게 접하도록 돕고 문학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1975~1976년 ‘시림(詩林)’ 동인 활동을 하며 1995년 ‘시와 시학’을 통해 등단한 김 시인은 안양 연성대에서 현대문학을 강의했으며 시집 ‘머리가 또 가렵다’, ‘푸른 피 새는 심장’을 펴냈다. 2023년 1월부터 일간지에 연재해 온 글을 묶어 만든 이번 책 ‘김승종의 문학잡설’은 수필처럼 자유롭게 전개하는 담론의 정수를 보여준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문학의 원론을 상기하며 작품을 발표 순서대로 묵었고, 2부는 동시대 시인의 작품들이 중심으로, 3부는 고전 반열에 오른 고인 시인들의 작품으로 꾸몄다. 4부에서는 한시 전통을 이은 현대 한시와 향가, ‘시경’의 작품들을 엮어 다채로운 문학 세계를 보여준다. 전범수 시인은 추처사를 통해 “김승종 교수는 ‘김승종의 문학잡설’에 거론된 시인을 ‘시인’이라는 ‘이데올로기적 호칭’으로 규범하지 않고, 죽림에서 청담을 논하는 은둔 시인의 청아한 목소리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평한다. ■오래된 시, 사람의 무늬 고대가요, 향가, 고려가요, 시조, 가사 등 학교에서 교과서를 통해 배우던 고전시가 장르들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고리타분한 옛이야기를 여겨지며 작품 안에 담긴 시인의 감정, 삶의 결을 지나쳐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맨 처음 노래로 부르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것이 문자로 정착되고, 오늘날 대중가요처럼 당대 사람들에게 각광받던 ‘노래’이자 ‘시’였다. 이 책은 글을 이해하는(文解) 수준을 넘어 그 속에 새겨진 인간의 흔적, 즉 무늬를 읽어내는(紋解) 수준으로 고전시가 문학을 감상한 기록이다. 류수열 교수는 한양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서 오랜 시간 고전시가를 연구하고 가르치며 기존의 ‘문해력(文解力)’을 넘어선 ‘문해력(紋解力)’을 강조했다. 책의 부제 ‘10개의 문화 코드로 읽는 옛 시인의 노래’처럼 ‘낙원, 변신, 영원성, 정표, 거울, 언어유희, 가면, 기다림, 꿈, 자연’ 등 작품에 담긴 시인의 감정과 삶의 흔적을 좇으며 ‘사람의 무늬’를 읽어낸다. 이 책을 통해 수백 년 전 누군가의 입술을 떠난 노래들이 여전히 오늘 우리의 삶 속에 내려앉음을 확인하고 ‘고전은 오래됐지만 그 속의 인간은 여전히 현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사랑의 생애’, ‘생의 이면’의 작가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가 초판 발행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출간됐다. 한국문학계의 거목이자 오랜 시간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지내며 소설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만나 온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의 미로를 설계할 것으로 강조한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데 급급해 중간 과정을 생략하지 말아야 하며,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몸이 젖는 일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은 ‘입구에서’, ‘안에서’, ‘출구에서’로 나눠 소설 쓰기의 전 과정을 훑는다. 소설을 쓰거나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세월에 얽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정론을 담고 있다. 작가는 개정판 작가의 말을 통해 “20년 전 나를 겨냥해 잔소리하듯 적어 내려간 그 ‘잔소리들'이 45년째 소설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내게도 여전히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슬그머니 미소 짓는다”고 전했다. 그는 “소설을 아주 천천히 꼼꼼하게 읽고 있는 사람은 이미 소설 쓰기를 시작한 사람”이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꿈꾸는 사람들을 북돋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독립운동가들의 문장과 어록을 엮은 필사책 ‘손으로 쓰는 독립의 역사, 영웅’을 출간한다. ‘손으로 쓰는 독립의 역사, 영웅’은 독립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말과 글, 시와 편지 등을 모아 독자가 직접 따라 쓰며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안창호·이봉창·유관순·김좌진·홍범도 등 57명의 독립운동가 어록과 10건의 선언문이 수록됐으며, 박차정·김상옥·남자현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기록도 함께 담겼다. 서 교수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랜 기간동안 독립운동가들을 조사하고 알려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필사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인세는 독립운동가를 조사하고 알리는 데 사용할 예정이며, 향후 더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국내외에 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독립운동가를 국내외에 알리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윤봉길·안중근·윤동주 등의 민족이 ‘조선족’으로 잘못 표기된 사례를 꾸준한 문제 제기를 통해 바로잡았다. 또 미국·중국·일본·프랑스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 유적지에 한국어 안내서와 한글 간판, 독립운동가 부조 작품 등을 지속적으로 기증해왔다. 최근에는 가수 김종민과 함께 ‘독도 바위, 알아야 할 역사’ 영상을 제작해 독도의 역사와 가치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인천 강화군노인복지관 인문학반 어르신들이 펴낸 공동 시집 ‘아흔의 봄 일흔의 노을’이 교보문고를 통해 전국 독자들과 만난다. 90대 어르신들도 상당수 참여한 시집의 교보문고를 통한 정식 유통은 개인의 서사를 넘어 강화섬의 기억과 정서를 담은 소중한 문학적 성과로 주목을 받는다. 7일 강화군노인복지관에 따르면 시집은 강화 어르신 24명이 노인복지관 인문학반에서 10여년 간 진행한 ‘인생 이야기’ 프로그램의 결실로, 황혼녘에 되돌아본 한 세대의 삶을 기록한 90편의 시를 담았다. 김정자(80) 씨의 시 ‘아라뜰 데이지’는 ‘황혼기에 굽이굽이 인생길 돌고 돌아, 삶의 겉치레 갑옷 벗어던지고 눈물로 홀몸으로,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며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며 외포리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의 삶을 그렸다. 전원곤 인문학반 회장은 ‘내 나이 아흔의 문턱에 서니, 날마다 내일이란 말이, 점점 더 얇은 종잇장처럼 손끝에서 흔들린다’며 구순이 되어 아침을 맞이하는 감회와 평온한 노년을 소망하는 시심을 드러냈다. 차순복(95) 옹의 시는 사뭇 서사적이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포로수용소를 탈출했을 때 각별히 돌봐줬던 경남 고성의 한 처녀와의 만남과 이별을 회고하며, 이제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고백했다. 시집은 세월의 강에서 길어올린 저마다의 감성과 추억을 진솔한 언어로 전하고 있다. 이에대해 인문학반 지도교수인 김원수(75) 전 심도중 교장(국문학 전공)은 “시집(媤宅) 가는 일보다 더 힘들고 어렵다는 시집(詩集) 낳았다”는 축하시를 남겼다. 윤심 강화노인복지관장은 “어르신들의 삶 자체가 소중한 문화 자산”이라며 “노을은 지지만 아름다운 인연의 향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적 은유로 황혼의 평화와 온기를 기원했다.
경쾌한 홈런 타구음과 귀를 울리는 엔진 굉음만큼 인간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수많은 이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승패에만 있지 않다.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경기 안팎에서 쌓여가는 드라마, 팀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을 채우는 스태프와 프런트, 그리고 이들을 존재하게 만드는 팬들까지 모두가 어우러져 승부 이상의 감동을 만들어낸다. 국내외 베테랑 스포츠 기자들이 펴낸 두 권의 책은 어느새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국내 프로야구와 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히는 F1(FIA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십)을 통해 스포츠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본다. 단순한 경기 분석을 넘어, 거대한 산업과 엔터테인먼트로 성장하기까지의 숨은 이야기와 치열한 변화의 과정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 2026 프로야구 가이드북 10개 프로야구 구단 가운데 내가 응원하는 바로 ‘그 팀’의 가을야구를 간절히 바라는 팬이라면 흥미롭게 읽어 내려갈 만한 책이다. 지난해 ‘천만 관중 시대’를 연 KBO리그는 올해 사상 첫 1천300만 관중 돌파 기대감까지 키우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리그는 개막 이후 역대 최단 기간 100만 관중을 넘어섰고, 지난달 25일에는 최소 경기 기준 200만 관중 기록도 새로 썼다. 야구의 인기는 이제 경기장 담장을 넘어 출판 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나유리·조은혜·이종서 기자 등 야구 전문 기자 6명이 참여한 신간 2026 프로야구 가이드북은 야구팬들의 관심 속에 교보문고 4월 1주 베스트셀러 16위에 올랐다. 책은 지난 시즌 각 팀의 약점과 보완점, 새로 영입한 선수들의 특징, 전력 변화 등을 데이터와 리포트 중심으로 정리했다. 내가 응원하는 팀뿐 아니라 경쟁 구단의 전력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해 시즌 전체 판세를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현장성이 돋보인다. 저자들은 직접 스프링캠프 현장을 오가며 선수단 분위기와 전력 변화를 취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올 시즌 순위 전망과 구단별 베스트 라인업, 1군 로스터 등을 담아냈다. 팬들에게는 단순한 기록집을 넘어 시즌을 미리 읽어보는 ‘관전 가이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책은 달라진 리그 규정과 흐름도 함께 짚는다. 올해부터 시행된 아시아쿼터제와 피치클록 조정, ABS 스트라이크존 변화 등 KBO리그의 새로운 규칙을 알기 쉽게 설명해 입문자들도 부담 없이 시즌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스토브리그 핵심 정리와 2026 WBC 리뷰를 비롯해 10개 구단 선수 데이터와 기록까지 담아 야구팬들의 ‘직관’과 ‘집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 F1 더 포뮬러 엄청난 굉음과 시속 300㎞를 넘나드는 속도, 지면에 붙을 듯 낮은 차체 안에서 질주를 이어가는 드라이버들. 속도의 한계에 도전하는 F1은 ‘심장이 터질 듯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스포츠다. 이 극한의 레이스를 움직이는 것은 단순한 스피드만이 아니다. 0.01초를 줄이기 위한 엔지니어들의 공학과 전략, 팀 간 권력 다툼과 거대한 자본의 흐름까지 뒤엉키며 F1은 세계 최대 스포츠 비즈니스로 성장해왔다. 전 세계 20여 개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F1은 연간 누적 시청자 15억 명, 약 20조 원 규모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쇼’로 불린다. 하지만 지금의 화려함 뒤에는 대중에게 외면받던 폐쇄적 리그의 시절과 수차례 존폐 위기를 넘어선 역사가 존재한다. ‘F1 더 포뮬러’(알에이치코리아)는 오늘날 F1을 세계 최고의 스포츠 비즈니스로 만든 인물들과 결정적 순간들을 따라가며, 70년에 걸친 F1의 숨겨진 ‘진짜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에는 현대 F1의 기틀을 닦은 천재 엔지니어 콜린 채프먼과 ‘페라리 제국’을 세운 엔초 페라리, F1을 수조 원대 산업으로 키워낸 버니 애클스턴의 이야기가 담겼다. 여기에 ‘전설’ 아일톤 세나와 현대 F1의 아이콘 루이스 해밀턴까지, 시대를 대표한 드라이버들의 경쟁과 혁신의 순간들도 함께 펼쳐진다. 책은 단순한 스포츠 기록집에 머물지 않는다. 1억 달러 규모의 스파이 스캔들, 팀 간 권력 투쟁과 세기의 라이벌전 등 트랙 안팎의 사건들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담아낸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인 저자 조슈아 로빈슨과 조너선 클레그는 수많은 인터뷰와 취재를 바탕으로 F1이 어떻게 상류층 중심의 스포츠에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변모했는지를 추적하며 현대 스포츠 비즈니스와 혁신 전략까지 제시한다.
■ 소도시의 고즈넉함… 베스트 프렌즈 다카마쓰·마쓰야마 인천에서 1시간30분 남짓, 일본 대부분 지역은 길지 않은 비행시간에 우리나라와 닮은 듯 다른 느낌의 도시로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대도시의 화려함을 피해 소도시의 고즈넉함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다카마쓰’와 ‘마쓰야마’ 직항 노선은 반가움 그 자체다. 복잡한 대도시를 벗어나 여유로움을 만날 수 있는 소도시로 고즈넉한 풍경과 다채로운 지역 별미를 즐길 수 있는 여행. 다카마쓰, 마쓰야마는 그런 곳이다. 혼슈, 규슈, 홋카이도와 함께 일본 열도를 이루는 4대 본섬 중 하나인 시코쿠 여행의 핵심인 두 도시는 관광·행정·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히로시마, 오카야마 등 주변 대도시로의 접근성도 좋아 가성비 높은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다카마쓰, 마쓰야마는 항구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기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사누키우동’의 본고장이기도 한 다카마쓰는 세토내해 섬들로 향하는 관문이자 나오시마, 데시마 등 일본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쓰야마는 3천년 역사의 일본 최고 온천인 도고 온천과 유서 깊은 마쓰야마성 등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배경 모델이 된 명소가 가득하다. 역사여행작가 운민은 다카마쓰와 마쓰야마의 다채로운 여행법을 제안한다. 두 도시에 가면 꼭 둘러봐야 할 관광지와 지역색을 가득 담은 특산물과 음식들, 필수 쇼핑 아이템과 교통편까지 알차게 담았다. ■ 엄마도, 국그릇도 쉬는 날…동시집 ‘늦잠자는 국그릇’ “밥상 위에 단짝 친구/밥그릇 국그릇/그런데/오늘은 국그릇이 보이지 않네//… 오늘 아침 엄마는/싱크대 위 엎드려 곤히 잠든 국그릇을/깨울 생각이 없나 봐.” 매일 아침 가족을 위해 밥을 짓고 하루를 깨우는 엄마의 삶은 고단하다. 뜨거운 불 앞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내는 엄마의 모습은 힘들어 보이기도, 즐거워 보이기도 하다. 어쩌다 국이라도 없는 날엔 가족들 모두 투덜거리기 바쁜데 그런 모습을 국그릇에 빗대어 담은 임상미 시인의 동시 ‘늦잠 자는 국그릇’은 동심의 귀여운 시선이 담겨 있다. 시인이자 서양화가인 작가는 2024년 ‘문화비평’ 동시 부문 신인상, 2025년 '월간문학; 시조 부문 신인상 등에 이름을 올렸으며 현재 하소을 갤러리 대표로 이번 시집을 통해 90여편의 동시와 삽화를 소개하고 있다. “매일 뜨거운 국물 담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고생하는 국그릇”이 어쩌다가 하루 쉬는 날. 그날은 곧 엄마의 아침도 조금은 숨통이 트인 날일 것이다. 아동문학가 윤수천은 “매일 누군가를 위해 뜨거운 국물을 담아내야 하는 고단한 존재들. 엄마의 사랑을 통해 헌신과 봉사의 아름다움을 얘기해 주고 있다”고 평한다.
만주와 한반도를 잇는 흐름을 따라간 인류학자의 현장 기록이 책으로 출간된다. 인류학자인 강주원 박사가 ‘만주와 한반도를 잇다’(정한책방)를 펴냈다. 저자는 책에서 20년 넘게 만주와 한반도 접경을 오가며 쌓은 현장 기록을 바탕으로, 단절과 분단의 상징으로 굳어진 두만강과 압록강의 이미지를 뒤집는다. 수많은 사람이 운명을 걸고 강을 건넜던 과거와 지금도 물류와 일상이 이어지는 현재를 함께 엮어내 국경을 단순한 선이 아닌 삶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풀어낸다. 안중근, 이회영, 백석, 윤동주 등 익숙한 인물들이 언제, 어떤 선택의 순간에 강을 건넜는지 따라가며 역사 속 장면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늘 추운 만주’라는 편견이나 백두산 국경선에 대한 오해 등 기존 인식도 짚어낸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만주와 접경 지역에서의 경험과 인식 ▲한반도 너머로 향한 인물들의 이동과 이야기 ▲두만강과 압록강을 넘나든 흔적과 기억 ▲현재 접경지의 변화와 의미 등을 중심으로 내용을 풀어간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압록강의 물류와 현장의 일상을 담아내며, 단절된 듯 보이는 공간에서도 삶과 교류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과거는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흐른다’는 말처럼 두만강과 압록강을 넘나든 이들의 길 역시 이어져 있다”며 “그들은 강변에서 선택의 순간을 맞이했고, 그 결정에 따라 이후 삶이 달라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걸어간 길을 과장해 포장하기보다 ‘강을 건넜다’, ‘만주에 갔다’처럼 한 줄로 남은 기록에 작은 이야기들을 덧붙이고 싶었다”고 전했다.
경동대학교 유호명 대외협력실장이 네 번째 에세이 ‘찧고 까불어야 지지고 볶네’를 출간했다. 생활의 단상을 펼치고 상식의 이면을 살피는 일흔일곱 편을 담은 이번 에세이는 쉽게 읽히면서도 무릎을 탁 치게 독자들을 공감으로 이끄는 매력을 지녔다. 제목 ‘찧고 까불어야 지지고 볶네’부터 흥미롭다. 마지막 챕터 제목이면서 이 책의 마지막 글 제목이기도 하다. 이전 시대 절구질과 맷돌질 그리고 키질은 집집마다 아침 저녁의 일상이었다. 고른 찧기와 빻기는 ‘좋은 식재료’의 마련이다. 이 전치 과정이 있어야만 비로소 이리저리 지지고 볶아,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차려낼 수 있었다. 편견 담기지 말아야 할 이 말 ‘찧고 까불기’가 왜 부정적 뉘앙스의 수군수군 뒷담화로 전락했는지 안타깝다. 누구에게든 저 나름의 사정을 설명할 기회만 주어진다면 불편부당한 ‘다 함께 찧고 까불기’야말로 바른 선별과 옳은 실행으로 가는 바람직한 바탕이다. 저자는 여러 글에서 낱말의 본뜻을 짚는다. ‘차지, 권리보다 책임’이라는 글에서는 이 말을 ‘독점적 권리’로만 소비하는 세태를 비판한다. 유실장은 “사전은 ‘차지’를 ‘사물, 공간, 지위 따위를 자기 몫으로 가짐’이라 풀이한다. 배타적 소유나 권리의 뉘앙스”라면서 다른 견해를 밝힌다. 이 말은 전통적으로 독점적 권리보다 엄중한 책임을 강조한 표현이라 한다. 대부분의 꼭지가 술술 읽힌다. 그러나 문득 생각에 빠지도록 붙잡는다. 아내와 딸들과의 지지고 볶는 일상과 경제적 방편으로의 직장생활 사이 오가는 기록들이다. 그런 중에 저자는 어느새 클리셰로 굳은 행위와 표현의 이면을 재미있게 들춘다.
철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조해경 교수가 도서 ‘윤석열이 쏘아올린 정치도박’을 펴냈다. 저자는 윤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비상계엄이 지도자의 성격과 정책결정(leader's personality and decision making) 간의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성격에 대해 “모 아니면 도, 개와 걸은 없다”며 “제로섬 게임을 하는 성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윤석열이 정치도박을 일으키도록 원인을 제공한 한국의 보수와 진보의 역사적 기원’에서는 비상계엄의 발생원인에서 의회와 정부의 교착상태의 해결불가, 진보와 보수의 갈등, 삼권분립의 붕괴, 신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권한 남용 등을 다룬다. ▲2장 ‘선진국형 민주주의의 의미’는 비상계엄 발생의 결과 의회와 진보의 승리하고 국민혁명권이 발동됐음을 지적한다. ▲3장 ‘의회와 정부의 갈등’에서는 민주화 과정에서 역주행한 민주주의, 정치발전의 단계적 상승, 국민의식 수준이 선진국 수준으로의 상승을 제목으로 시대의 변화에 주목한다. ▲4장 ‘탄핵발생 방지를 위한 장래 한국 정치가 극복해야 할 과제’에서는 비상계엄 발생에 대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제시한다. ▲5장 ‘초일류 국가를 만들기 위한 대통령의 리더십’을 통해 현재 한국의 5년 대통령제 단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는 경우 발생할 장·단점 등을 학술적인 차원에서 논하고 있다. 저자는 “윤석열 정부가 왜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내외적인 정치적 환경요인과 계엄의 결과, 향후 비상계엄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며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과 속면을 연구분석해 실체를 그대로 정확하게 묘사하는 현상학적 정치철학을 적용해 윤석열이 일으킨 비상계엄의 근본적인 실체가 무엇인지 규명하는데 이 글의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평생을 농축시켜 마음에 담아 둔 사랑의 시어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아름다운 ‘봄 나들이’를 시작합니다” 45년 언론인 경력을 가진 한영민 기자가 사랑, 이별, 재회를 소재로 시집 ‘헤어지는 중’을 출간하고 내달 15일 경기아트센터 도움관 2층(컨벤션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오후 2시 사인회를 시작으로 간담회와 독자와의 대화 등으로 이어진다. ‘이별의 끝이 아닌,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 될 사랑스러운 일’을 주제로 작가와 독자들이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한 기자의 호는 ‘소년’이다. 그렇게 정한 이유에 대해 “그 언젠가 얼굴이 하얗고 흰 블라우스를 입은 소녀가 서울로 떠나간지 반백년이 지나도록 소녀를 기다리고 있다”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소년”의 이미지를 떠올렸노라 말한다. ‘헤어지는 중’은 한 기자가 젊은 시절부터 최근까지 쌓아온 시어를 붉은 노을처럼 피어낸 시집이다. 한 기자는 “사랑하지 않는 삶은 꽃이 피지 않는 고목나무 같다”며 “인간은 숨쉬는 동안 늘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981년 언론계에 입문해 기자로 첫 발을 내디딘 한 기자는 일요신문 연예부 기자, 스포츠코리아 체육부 차장, 중부일보 문화체육부장, 일간경기 편집국장 등을 거쳐 현재 전국매일신문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인생 마지막 소원으로 “기자로서 취재현장에서 숨을 거두는 것”이라며 “천상 기자였다고 새겨지는 것이 평생의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