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는 문산행복센터 대공연장에서 파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제4회 정기연주회 ‘풍금소리’를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오는 15일 오후 4시30분 시작하는 이번 공연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창작 음악극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무대를 통해 음악의 힘을 되새기고, 역사와 감동이 담긴 내용을 전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기존의 단순한 연주회 형식에서 벗어나,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음악극의 형태로 구성된다. 이야기는 오래된 초등학교의 낡은 연습실에서 시작되며,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누오베무지케’와의 협연을 통해 ‘좋은 나라’, ‘반달’, ‘오빠생각’ 등 시대별 노래를 선보이며 풍성하고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한다. 유초자 문화예술과장은 “오래된 풍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처럼 이번 공연이 시민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울림이 되기를 바란다”라며, “소년소녀합창단원들이 정성과 열정을 다해 준비한 공연인 만큼,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공연 관람을 원하는 시민은 파주문화재단 누리집(https://www.pajucf.or.kr)을 통해 공연 전날인 14일 오후 5시까지 선착순 무료 예매할 수 있다.
불교 경전에서 ‘법음(法音)’은 중생의 어둠을 밝혀 깨달음을 얻는 진리의 소리를 뜻한다. 이달 30일 오후 6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모든 생명에게 전하는 ‘법’의 소리를 무대 위로 옮겨 대중과 소통하는 ‘법음-일곱 법고, 세상으로 나오다’ 무대가 펼쳐진다. 전통과 명상, 예술이 어우러진 융합형 공연을 만날 수 있다. 경기일보·전통국악예술교육협회가 주최하고 법고보존회·MAKE WITH가 주관,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후원하는 이번 공연의 핵심은 각기 다른 종단에 속해 있는 7명의 스님이 참여하는 법고 연주다. 법고는 사찰에서 수행의 의미로 울리는 의식용 북이다. 속세에서 쓰이는 큰 북이 음악적 리듬과 박자를 표현하며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악기’라면 법고는 아침과 저녁, 법회 때마다 모든 생명에게 법의 소리를 전하고 마음을 깨우는 수행의 ‘도구’다. 이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도 직접 올라 공연을 선보이는 김혜진 ㈔전통국악예술교육협회 대표는 “이번 공연을 통해 수행의 공간에 머물러 있던 법고가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의 언어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각기 다른 수행 전통과 삶의 길을 걸어오신 7명의 스님이 한 울림, 한 마음으로 법고를 두드리는 장면이다. 김 대표는 “일곱 스님이 북채를 들고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하나의 ‘법문(法門)’"이라며 “각자 종단은 다르지만 북을 치는 그 순간 만큼은 모든 경계가 사라지고 하나의 울림으로 공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단순한 전통 타악 공연을 넘어 불교계가 추진하는 ‘선명상’의 대중화와 연결돼 있다.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하는 불교의 수행법인 ‘선'과 ‘명상’을 결합한 ‘선명상’은 5초 멈춤 명상, 내려놓는 명상 등 최근 불교계가 추진하고 보급하는 또 하나의 명상법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선명상을 통해 국민들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삶의 괴로움을 극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북소리의 진동과 파동에 따라 호흡을 조절하고 마음의 중심을 찾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은 깊은 이완과 온전한 휴식의 길을 찾게 될 것”이라며 “그 순간 무대는 거대한 수행 공간이 되고 전통예술은 명상의 도구가 돼 예술적 수행의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무대에서는 법고의 진동과는 또다른 울림을 선사할 ‘싱잉볼’ 연주도 펼쳐진다. 법고의 울림이 태중에서 듣던 어머니의 심장 소리와 비슷한 파동이라면 싱잉볼 소리는 보다 섬세하게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를 유도해 자연치유력을 가동한다. 이를 통해 청중들은 세상의 모든 현상이 무상(無常)하다는 진리를 자각하고, 소리를 통해 내면의 평화와 고요함,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고 외에도 고구려북·승무·전통북춤·전통북 등 우리나라 전통예술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해 온 전통국악예술교육협회와 김혜진 대표는 이번 공연을 통해 불교 정신과 예술의 융합을 선보이며 더 나아가 한국 불교예술의 세계화 가능성을 실험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이번 ‘법음’ 무대는 단순히 한 종교의 의식이 아닌 우리 민족의 예술 정신과 철학을 세계에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준비했다”며 “청중들이 ‘불교 문화가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한국적이구나’하는 마음을 느끼고 그 울림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깊어 가는 가을, 잠시 멈춰서 예술로 담아낸 자연을 감상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사색의 계절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1일 개막한 영선갤러리(수원특례시 영통구 덕영대로1471번길 59)의 ‘가을소리(秋響)’에선 작가 4인이 전하는 가을의 정취와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 김정환, 문수만, 성민우, 제미영 등 네 명의 작가는 총 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시선으로 포착한 가을의 표정을 담아냈다. 이는 4인 4색의 시선을 비교해 감상하는 재미를 더한다. 네 작가의 작품은 추상과 구상, 동서양 조형 어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저마다의 감각으로 가을의 정취를 전한다. 김정환 작가는 작품 ‘현묵(玄默, In Quiet Silence)’을 통해 침묵의 미학을 전한다. “침묵은 단순한 말의 부재가 아니라,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충만함”이라고 정의하는 작가는 ‘침묵’을 주제로 내면의 깊이를 탐구한다. 소음과 과잉의 시대에 작가의 ‘침묵’은 저항이자 수행의 형식으로 제시된다. 한지의 질감과 실리카 샌드의 물성이 더해진 화면은 내면의 균형과 정신의 긴장을 응축한 결과물을 지향한다. 서로 다른 청색조의 조화를 다각형으로 구성하며 감정의 내밀한 긴장과 이완을 드러냈다. 그의 작품은 가을날 높은 하늘과 깊은 바닷물의 색 혹은 잔잔한 호수의 수면을 떠올리게 한다. 문수만 작가는 ‘Cloud’ 시리즈를 통해 자유와 질서의 공존을 드러낸다. 작가는 물감과 쌀알의 형상을 반복적으로 각인하며 시간의 흔적을 그린다. 그의 화면은 ‘무’에서 ‘유’로, ‘유’에서 다시 ‘무’로 이어지는 순환의 미학을 드러내며 ‘쌀’이라는 소재를 통해 물질과 정신,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든다. 추상적이지만 내면이 교차하는 철학을 더한 작품에 쌀알이란 흥미로운 소재는 적절하게 활용되며 보는 이를 빠져들게 만든다. 성민우 작가는 비단 위에 수묵과 금, 은분을 이용해 풀의 생태 질서를 세밀하게 그린 작품 ‘풀의 초상’에서 생명의 찬란함을 드러낸다. 비단 위에 펼쳐진 금빛의 손짓은 생의 존엄함을 상징하며, “사라짐은 존재의 또 다른 형태”라는 작가의 사유를 담고 있다. 성민우 작품의 매력은 짙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달빛에 찬란하게 빛나는 그림자를 연상시키는 화면에서 생명에 대한 경외와 자연의 순환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비단이 지닌 섬세한 결을 살리면서도 수묵과 금분이란 제한된 재료만으로 긴장감과 리듬감을 찾아낸 결과다. 그런가 하면 제미영 작가는 전통 조각보의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조각 풍경’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빨강, 분홍, 초록 등 색색의 자투리 천을 바느질해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고, 다시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한다. 원색과 무채색의 조화, 간결하면서도 대담한 색면은 일상의 따뜻함과 예술적 긴장을 동시에 전한다. 특히 작품 ‘조각 풍경’은 햇살 좋은 어느 가을날 아침의 생동감이 전해진다. 금방이라도 대문을 열고 나오는 아이들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이처럼 전시는 우리가 잊고 지낸 자연의 리듬과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한다. 자연과 인간, 사유와 감성이 교차하는 계절은 관람객에게 일상에서의 ‘쉼’과 함께 예술이 일상에 스며드는 따뜻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할 예정이다. 김형진 영선갤러리 대표는 “김정환은 침묵의 미학을 통해 정신의 본질을 탐구하고, 문수만은 ‘Cloud’ 시리즈에서 시간의 흔적과 자유·질서의 조화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민우는 수묵과 금분으로 생명의 순환을 노래하고, 제미영은 전통 조각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색과 질서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등 가을을 바라보는 4인 4색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라고 전했다. 전시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음악을 중심으로 한국의 문화를 전파한 글로벌 K-문화축제 ‘2025 서울뮤직페스티벌’이 이틀 간의 뜨거운 열기를 품은 채 2일 막을 내렸다. 서울시가 주최해 1~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문화마당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음악을 선사하며 가을밤을 더욱 깊게 물들였다. K-콘텐츠 관련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운영돼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들의 눈길도 사로잡았다. 축제의 첫 문은 여성 록밴드 더 픽스가 강렬한 사운드로 열었다. 이어 진행된 축제의 개막 세리머니는 시민과 함께하는 더욱 특별한 무대로 꾸며졌다. 김환·주나연 아나운서의 카운트다운에 맞춰 김기덕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 김태희 서울시 문화본부장 등 축제에 참석한 내빈들과 다둥이가족, 외국인이 함께 무대에 올랐으며,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 모든 시민이 함께 축제 개막을 선포했다. 이어 등장한 로이킴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자 축제의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고 카더가든, 이재훈, 터치드, 엔플라잉의 무대가 첫날을 장식했다. 둘째 날인 2일엔 임태경, 바다, 이무진, 김현철, 이승윤 국카스텐 등이 무대에 올라 다양한 장르의 케이-팝을 시민들과 나누며 추운 날씨에도 음악의 열기를 더했다. ‘브릭아트 전시·체험’, ‘K-컬처 체험관’ 등의 체험 부스는 시민과 외국인들의 참여로 이틀 내내 북적였다. 핫도그, 떡볶이, 어묵 등을 판매하는 ‘K-푸드 휴식존’도 운영돼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풀무원의 서울라면·요즘쫄면, 스타벅스의 피치딸기·쿨라임 피지오 제품 제공 행사도 진행돼 축제장을 찾은 시민들의 즐거움을 더했다. 지난달 28일 무료로 진행된 선착순 티켓 예매는 오픈과 동시에 하루 2천석 분량의 신청이 마감됐다. ‘몽땅정보만능키’ 내 구글 예약폼을 통해 별도 신청을 받은 다둥이가족석(100석), 서울 소재 초중고 학생 초청석인 ‘공연봄날’ 좌석(50석) 또한 오픈 1분여 만에 매진을 기록해 음악과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열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문화의 산실로 거듭난 문화비축기지에서 가을밤을 수놓은 아름다운 선율을 느끼며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얻었다. 세 남매와 함께 축제장을 찾은 정은경씨(39) 부부는 “평소 음악을 좋아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런 공연을 즐기러 나온 건 처음”라며 “다둥이가족석 등을 통해 무료로 다둥이를 이끌고 안락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어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서울뮤직페스티벌은 양일간 4천석의 티켓 관객 등을 포함해 총 3만9천명의 시민이 문화비축기지 문화마당을 찾아 음악 축제를 즐긴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에 수준급의 실력을 가진 시각예술 작가들이 많습니다. 이 중 상당수는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도 그 방법을 모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화랑이 군집하고, 갤러리 문화를 사랑하고 미술품을 애호하는 시민과 수집가들이 있는 이곳 삼청동을 선택했습니다. 이를 통해 예술가는 미술시장에 진입하는 물꼬를 트고, 전문가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경쟁력을 높이며, 대중은 작품 감상을 넘어 공공이 보장하는 ‘판매형 전시’라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만족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달 30일부터 오는 4일까지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송원아트센터에서 순항 중인 전시 ‘어제는 과거의 미래다’를 기획한 김인선 윌링앤딜링 아트컨설팅 대표는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개최한 이번 전시는 도와 재단이 2016년부터 지속한 ‘경기 미술품 활성화 사업’(아트경기)의 일환이다. ‘아트경기’는 언제, 어디서나 경기도 작가의 작품을 즐기고 소비하는 ‘유통 플랫폼’을 목표로 지역 시각예술 작가의 창작 활동과 미술시장 진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공공이 수행하는 대개의 미술품 유통사업이 작가 지원 또는 유통사 지원의 2자 구도가 많은데, ‘아트경기’는 “창작(작가)-유통(사업자)-소비·향유(대중)”이라는 3자 구도를 구축했다. 공모를 통해 창작자와 유통자를 동시에 선정해 작가와 사업자 간 신뢰를 구축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동시에 대중은 보다 믿을만한 형태로 미술시장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아트경기’는 올해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올해 아트경기는 ▲해외 미술품 판로개척의 ‘해외 아트페어’ ▲접근성이 높은 복합문화시설에 ‘판매형 전시사업’ ▲미술품 임대전시의 세 가지 사업을 선보이는데 특히 국내 판매형 전시사업을 팝업갤러리 등 기존의 세부화된 형태에서 한 가지로 단일화했다. 이지희 경기문화재단 학예사는 “단일 판매사업 형태로 아트경기 브랜드 정체성을 제시했다”며 “모든 예산과 역량을 현재 국내에서 가장 화랑 문화가 활발한 중심가에서 하나의 전시로 집중하며 파급력을 높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아트경기’의 작가들은 지난달 영국 런던 디아더아트페어 및 어포더블아트페어에 총 6명의 작가가 진출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했다. ‘어제는 과거의 미래다’ 전시에는 공모로 선정된 2025 아트경기 작가 중 강상우, 구하림, 김이태 등 총 35인이 참여해 회화·조각·사진·복합매체 등 100여점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마다 QR코드를 활용한 오디오 도슨트로 보다 친근하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시간은 일방향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김인선 대표의 말처럼 전시에는 작가들이 자신의 유년시절, 사회적인 이벤트, 국가적인 대형 사건사고 등에 관한 본인들의 감정을 재현한 폭넓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워레이보’가 총 2층의 전시 공간을 무대로 한 감각적인 공간 연출은 관람객에게 따뜻함과 휴식을 선물한다. 홍남기 작가의 작품은 마치 모든 시간이 멈춰버린 지구의 종말 위 단 하나 남은 공간을 표현한 듯 하다. 가상 기술이 현실 세계를 재구성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작가는 경기 북부 양주, 포천, 파주 일대에 남아있는 1970~80년대 대전차 방호벽과 방어 벙커를 조사하고 교전 흔적이 남은 벙커들을 3D 스캐너로 채집해 기록했다. 디지털 작업과 게임 엔진을 활용한 가상 환경 구축은 미래에 대한 열망과 불안, 이중성을 시각화했다. 강상우 작가의 작업은 유년기에 접한 어느 미디어의 장면들에서 시작한다. 88올림픽에서부터 시작돼 쌍용차 사태 등 작가는 과거의 시간들에서 매체의 변화에 따른 형태의 왜곡과 표면의 균열 등의 현상을 노출한다. 강상우 작가는 개막에 앞서 진행된 사전 온라인 판매에서 김보민, 정연지 작가와 함께 판매를 기록했다. 그런가하면 이현지 작가의 작품에는 어린 시절 화재로 불타버린 집의 흔적과 아버지와의 추억 한 조각이 담겨있다. 반짝이는 밤의 바다 물결 같기도, 별빛 가득한 하늘 같기도 한 ‘heart flow’는 도형 스티커를 활용해 지도를 그리는 작업이었다. 그 옆에 자리한 ‘먼지 별1’은 화재 이후 아버지의 목공방이 사라지고 임시 공간에서 최소한의 목공 도구로 함께할 당시 먼지와 톱밥을 이미지로 새겼다. 이번 전시에서 대중의 흥미를 가장 많이 불러일으킬 만한 작품 중 하나는 유은석 작가의 ‘싸인볼-몬스테라’ 등이다. 앙증맞은 헬로키티로 쌓아올린 타워부터 축구, 미식축구, 농구 등 각각 스포츠의 공들을 쌓아올린 작품은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슈퍼 히어로, 세계의 랜드마크 건축물, 구기종목의 공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작품에 녹여내는 작가는 웬만한 국내외 경기는 직접 찾아가 보는 ‘스포츠광’이다. ‘싸인볼’ 연작의 공들은 순서를 바꿔 설치가 가능하며, 이는 스포츠에서 경쟁의 순위는 언제나 유동적임을 의미한다. 꼭대기에 피어난 식물은 경쟁의 긍정을 상징한다. 그의 작품은 야구선수 류현진가 소장하는 한편,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핫스퍼 구단에서 구매해 런던의 스타디움 VIP룸에 설치했다. 이외 이채민 작가는 작품 ‘hiding’을 통해 믿음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각임을 드러내고, 조채임 작가는 ‘wave’ 연작을 통해 멈춰있는 그림에서 눈이 부신 바다의 햇빛과 물결의 반짝임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에선 물결이 시간과 함께 밀려오는 듯 하다. 그런가하면 김보중 작가는 ‘가을뜨락-흐르는 땅은 나뉘지 않는다’의 거대한 그림에서 시간의 흐름을 새기고 스스로 제 자리를 찾아가는 초록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연계행사로 ‘현대미술 시스템 알기’, ‘미술시장’, ‘작품 보존과 컬렉션 관리’ 총 3회 전문가 강연이 진행돼 관람객에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전시의 자세한 프로그램과 참여방법은 경기문화재단 누리집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 끝에서 펼쳐지는 예술 세계 ‘대한민국 피아노 페스티벌’이 삼일 간 클래식 재즈 콘서트, 피날레 콘서트 등을 선보이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국내 최초의 단일 악기 축제인 대한민국 피아노 페스티벌은 올해로 8회째를 맞아 지난 26일 막을 올려 11월 1일까지 펼쳐진다. ‘라벨 150&쇼스타코비치 50’을 주제로 두 작곡가의 걸작들을 집중 조명한 이번 축제에선 26일 경기아트센터 야외무대에서 라벨의 관현악곡 ‘볼레로’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영화 ‘볼레로:불멸의 선율’을 상영하며 시작을 알렸다. 이어 27일 대극장에서 김선욱 지휘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박종해와 각각 협연하며 라벨과 쇼스타코비치, 두 거장의 격정과 서정을 무대에서 풀어내 관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30일 오후 7시30분 대극장에선 올해 세계 무대 데뷔 10주년을 맞은 신박듀오가 모차르트의 작품을 깊이 있게 선보인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라르게토와 알레그로 E♭장조’,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아다지오와 푸가 c단조’를 국내 초연한다. 31일 오후 7시30분에는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조윤성 트리오가 재즈콘서트 ‘The Jazz × Classic’를 선보인다. 라벨과 쇼스타코비치의 명작을 재즈로 재해석하며 변주해 써내려간 재즈 버전의 작품들은 살아 움직이는 활력과 감각적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1일 오전 11시 소극장에선 공모를 통해 선발된 일반인들의 공연인 ‘스테이지 포 유(Stage for you)’가 펼쳐진다. 피아노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전문가의 지도를 받은 일반인들이 꿈의 무대를 선보인다. 축제의 마지막은 김대진의 지휘 아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한지호와 이진상이 선보이는 무대로 장대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한지호는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D장조를, 이진상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1번 c단조를 연주하며 라벨과 쇼스타코비치로 시작한 축제를 수미상관으로 매듭 짓는다. 한편 경기아트센터는 지난 27일 음악대학 교수 등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한민국 피아노페스티벌’의 현재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관객층 확대, 수준 높은 피아노 공연 제공, 프로그램 다양화 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김상회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제8회를 맞은 대한민국 피아노 페스티벌이 애호가와 지역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더 나은 축제로 선보이기 위해 전문가와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남은 기간 펼쳐질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인천시의 디자인 축제 ‘2025 인천국제디자인페어(2025 INDEF)’가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전관에서 열린다. 인천시가 주최하고 (재)인천테크노파크, ㈔인천경기디자인기업협회, ㈔인천디자인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AI 그리고 사람 - AI, 디자인으로 만나다’를 주제로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중심에 서있는 사람과 디자인의 가치를 조명한다. 이번 페어는 단순히 관람하는 전시를 넘어서 관람자가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며 새로운 시각을 나누는 참여형 디자인 플랫폼으로 기획됐다. 행사는 인천디자인지원센터관, 디자인기업관, 예비디자이너전, 국제교류전, 디자인버스킹 등에서 AI와 인간이 협업하는 창조의 현장, 감성과 기술이 공존하는 디자인의 가능성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다채로운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기업관에선 인천경기디자인 기업의 성과 전시와 디자인 콘서트전이 열려 108개 내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국제교류전, 디자인버스킹에선 국내외 현직 작가와 교수, 디자이너 등의 혁신적인 작품 50점을 선보인다. 소전시실에서 열리는 예비디자이너관에선 인천·경기지역 디자인 관련학과 및 재학생들의 창의적인 평면 그래픽과 영상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인천디자인지원센터관은 미추홀전시실에서 디자인개발 지원사업 성과물과 공예문화산업 관련 전시를 꾸린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디자인 철학과 결과물을 소개하는 ‘디자인 버스킹’을 통해 관람객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현장 프로그램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디자인을 통한 참신한 아이디어로 지역사회를 더 발전시킨다는 취지의 공모전, ‘K-디자인콘서트’의 시상식과 전시도 열린다. 개막식은 오전 10시부터 인천문화예술회관 회의장에서 ‘세계 초인류 도시 인천, 디자인으로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다.
인천 강화군이 29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강화역사박물관에서 ‘강도(江都) 39년 1232-1270, 고려 보물’ 기획전시를 연다. 군은 1232년부터 1270년까지 39년간 고려시대 수도였던 ‘강도’의 역사성을 되새기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했다. ‘고려시대 보물’을 주제로, 강화 지역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유물 가운데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유물을 엄선해 선보인다. 군은 전시회에 선원면 아파트 부지에서 출토된 청동 향완, 강화여고 기숙사 부지에서 출토된 금동 삼존불상, 인화-강화 도로 구간 부지에서 출토된 청동 거울 등을 전시한다. 전시 유물은 2010년 이후 강화에서 출토된 것으로, 약 80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귀중한 문화유산들이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강화 땅 아래에 여전히 고려의 시간과 문화가 숨 쉬고 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강화의 역사적 위상과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적의 침략을 막고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지은 수원 화성은 건립 당시부터 ‘아름다움’이 화두였다. 전쟁을 위한 건축물 치곤 지나치게 아름답다는 볼멘소리에도 정조는 “아름다움이 적을 이긴다”며 백성들을 잠재웠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섬유예술가 장혜홍 작가는 “만물이 소생하며 꽃을 피우는 봄, 싱그러운 생명력으로 푸르름이 만발하는 여름, 높아진 하늘 아래 흰 눈처럼 떠있는 수원 화성은 계절마다 존재 자체로 그림 같다”고 말한다. 장 작가는 때마다 변하는 수원 화성에 마음을 실어 그림을 그렸다. 한국 전통색에 자개, 돌가루 등을 섞어 표현한 질감은 수원 화성을 감싼 바람과 빛, 계절의 변화를 더 잘 느끼게 한다.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복합문화공간 행궁재갤러리(수원시 팔달구 행궁로22번길 27)에서 열리는 장혜홍 개인전의 주제는 ‘서정추상-수원화성’이다. 수원화성이라는 전통적 예술 소재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며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장혜홍 작가는 40여년 간 섬유예술가로 활동하며 2010년 프랑스 EPM전과 2011년 샌프란시스코 민속뮤지움의 ‘한국 섬유예술 11인전’을 시작으로 매년 국제 전시에 참여해 한국 섬유예술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24년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병행 전시 ‘노마딕 파티’에 ‘흑-Black project’ 설치를 출품하며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베니스 비엔날레 이후 2년 남짓한 시간을 꼬박 작업실에서 보내며 그린 작품들입니다. 수원 화성 곳곳에서 설치미술 작업을 하며 느꼈던 감정들, 계절의 변화 등을 캡처해 마음 속에 저장해두었다가 어떤 영감에 의해 추상적으로 조명하기로 마음 먹었지요. 사실적 묘사는 많지만 이런 시도는 드물어서 설렘과 기대감이 큽니다.” 2002년부터 시작된 수원화성의 설치미술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 수원 지역 기반 예술의 세계화를 염두에 둔 작가의 정체성이자 이번 ‘서정추상-수원화성’의 모티브가 됐다. 동양적 정서와 함축적 서정을 해방감 있게 표현하고자 붓을 이용한 드로잉에서 탈피해 두 손을 사용해 순간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했다. 개인의 감정 해방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추상적으로 드러냈으며 한국전통색에 기반한 은유를 담은 자연의 색과 강렬한 색의 조화도 흥미롭다. 장 작가는 한국 전통색을 기반으로 한 염색예술가인 동시에 여성 예술가로서 “섬유예술은 그 윗대 어머니들 삶의 모든 것”이라는 말로 문화 전승과 예술의 뿌리를 강조했다. 수원에서 살며 미술교사로서, 작가로서,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보내온 40년의 세월은 고되고 지난했다. 그때마다 예술에 기대어 작업을 끈을 놓지 않았고, 수원은 그런 그의 작품 세계를 품어줬다. “수원에 살며 작품 활동을 펼친 지 올해로 40년이 됐습니다. ‘서정추상-수원화성’은 수원에 대한 오마주, 그리고 지난 40년에 대한 자축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여러 역할을 소화하며 어느 한 부분도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하기 위해 균형을 이뤄온 시간은 때때로 힘들었지만 나의 인생 자체입니다. 앞으로도 수원을 기반으로 한 예술가들의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안양대학교(총장 장광수) 음악학과는 제42회 졸업연주회를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서울 중구 푸르지오 아트홀에서 개최한다. 연주회는 매일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되며 피아노·관현악·성악 전공 학생 26명이 참여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선보인다. 무대에는 바흐, 쇼팽, 리스트 등 세계적인 작곡가들의 작품과 함께 한국 작곡가 김효근의 예술가곡 등 폭넓은 레퍼토리가 오를 예정이다. 특히 이번 무대에는 난이도가 높은 곡들이 다수 포함돼 한층 깊어진 음악적 해석과 감성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들은 다양한 곡을 통해 연주기량과 무대 경험을 쌓아 온 만큼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일 전망이다. 백경원 음악학과장은 “올해부터 실기 중심의 교육시스템을 구축해 타 대학과 차별화된 교육을 진행한 결과 학생들의 연주 질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며 “직접 오셔서 학생들의 수준 높은 연주와 열정에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양대학교는 이번 졸업연주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실전 무대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 및 음악계 관계자들과의 교류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