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꽃은 지역… 지역문화 중흥이 바로 문화융성의 기반”
이런 과제를 안고 지난 7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가 출범했다. 초대 위원장에는 김동호 前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추대됐다. 김 위원장은 “문화융성의 기반 조건은 결국 지역문화 융성”이라며 문화융성 8대 과제 중 하나로 ‘지역문화 자생력 강화’를 제시했다. 성숙기에 접어든 지방자치시대, 지역 문화융성을 위한 방향과 해법을 들어봤다.
-문화융성의 해답이 지역에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지역은 문화의 뿌리에 해당합니다. 동시에 꽃과 잎이 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구요. 지역의 역사와 전통 등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곳. 그 지점이 바로 지역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자체예산 부족과 중앙정부의 하향식 전달체계를 통해 그간 지역문화 정책의 차별성과 자생력을 키우지 못해 그 의미가 퇴색한 감이 없지는 않죠. 그래서 위원회의 기본 방향도 ‘상향식 체계’를 갖추는 것이죠.
-‘상향식 체계’가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말 그대로 아래서 위로 향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는 일이에요. 이로써 지역 특색에 맞는 문화정책이 발굴되고 수립될 수 있다는 생각이예요. 쉽게 말해 목표라기보다 실현을 위한 일종의 도구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위원회가 내년에 준비하고 있는 것도 문화생태 조사사업입니다. 해당 지역에 문화적 특성과 환경, 자원 등 기존의 문화생태를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지역에 맞는 문화정책을 세우려 합니다.
-‘지역문화 자생력 강화’를 8대 과제에 넣었는데….
세계적 추세기도 해요. 작게는 지역에 기반을 둔 자생적인 문화마을 운동이라고 볼 수 있고, 대도시는 구도심 재생운동이라 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대표적인 구도심인 부산 동광동은 지역 주력산업이었던 인쇄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개설, 도심 내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또 소설가나 화가 등이 입주해 마을을 하나의 창작 마을로 만들고 이를 주변 도시와 함께 묶어 문화 벨트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죠.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면밀한 지역조사가 필요할 듯합니다.
맞아요. 지역문화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국 각 지역의 문화생태환경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 지역의 문화 시설 수 및 문화시설 운영실태, 문화 인력, 문화 자원, 문화 정책, 문화 향유 및 복지 등 해당 지역의 문화생태계를 면밀하게 조사해야 하죠. 아울러 지역주민의 여론조사도 함께 이뤄져 그에 적절한 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에 내년 초 융성위에서 국민 여론 및 문화생태환경 조사를 위한 전국조사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공감합니다. 현재는 국민 개개인이 문화적 창조자가 되면서 동시에 문화의 수혜자가 되는 시대입니다. 문화의 주체도 국민이고, 이를 즐기는 사람도 국민이죠. 이런 맥락에서 관광분야에서는 지역 공동체 및 수요자 중심의 지역관광 협력기구를 구축하기 위해 민간 중심의 관광진흥기구인 ‘지역관광협의회’ 설립과 법적 근거 마련이 현재 추진되고 있죠. 이를 통해 향후 민간이 지역 정책에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기관과 민간의 범위는 어느 정도로 절충하면 될까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5대 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었던 토대도 이겁니다. 부산시와 정부에서는 지원만 하고 운영은 완전히 민간이 독자적으로 한 것이죠. 이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민간 영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참여도 광범위하게 이뤄졌죠. 개인적으로 민간이 지역문화의 주체가 돼서 운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국내ㆍ외 지역 문화행사 중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국내로 봤을 때는 화천 산천어 축제나, 보령 머드축제, 부산국제영화제, 광주비엔날레 정도로 지역 특수성에 맞춰 문화를 기획한 성공적 사례라고 봅니다. 외국은 더 많은데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매년 8월에 맞춰 다양한 축제들이 열립니다. 그 중 메인은 12개 정도인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개별 축제들이 해마다 자생적으로 열립니다. 또 메인 축제에 끼지 못한 사람들이 별도로 ‘프린지 페스티벌’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메인보다 그게 더 유명해졌죠.
-지역문화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지역주민의 화합과 지역의 발전이죠. 어느 축제든 난장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난장이라는 것은 일상의 권태로부터 탈출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에 의미가 있어요. 그것이 지역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지역주민의 통합과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것 그것에 지역문화의 가치가 있죠.
-마지막으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제언이 있다면 한 말씀해 주시죠.
문화라는 것은 상상력과 창조의 산물입니다. 그것이 사회 원동력이 되고 궁극적으로 지역발전의 계기로 작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성과나 치적보다는 진정 지역문화를 위한 창의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화의 꽃은 지역에 있고, 지역문화의 중흥이 바로 문화융성의 기반이 됩니다. 지방자치시대에 있어 정부나 지자체, 주민이 함께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해 힘쓰는 2014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사진=김시범 기자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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