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단아하고 당당한 복식

용맹한 수렵문화의 영향   다양한 점무늬 장식 돋보여

로코코 양식은 아기자기하고 사치스러울만큼 레이스와 장식이 난무하는 드레스가 떠오르고, 밀리터리 패션은 터프한 카키색이 섞인 얼룩 무늬 스타일이 떠오른다. 웅대한 포부로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인하면 떠오르는 스타일은 한복 정도지만, 고구려 시대 대표적 유행 트랜드는 일명 ‘땡땡이’ 무늬였다.

춤을 추기도 하고, 방앗간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단체로 행진을 하기도 했던 고구려 삶의 단편이 고스란히 그려진 벽화를 보면 각종 땡땡이 무늬가 남성과 여성 의복들을 가리지 않고 찍혀 있다. 당시 고구려인이 애용한 땡땡이 무늬가 오늘날처럼 귀여움의 상징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전통복식 전문가들은 고구려 복식의 대표적 특징으로 점무늬인, 땡땡이를 꼽는다.

◇점무늬 유래

고려시대 이전 복식에 관해 논하는 학설은 전문가들마다 다르다고 할만큼 다양한 학설들이 오간다. 발굴되는 의복들이 세월 속에 색이 바랬을 뿐만 아니라, 벽화 자료들도 훼손이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구려 시대 독특한 트랜드가 점무늬였다는 주장에 반기를 들 사람은 드물다. 단국대 죽전캠퍼스 석주선기념박물관 연구진들에 따르면, 사냥과 수렵을 즐긴 고구려 민족이 용맹함을 상징하는 표범이나 호랑이 등 무늬를 흉내내 옷에 장식했다는 게 일반적인 학설이다.

사냥, 수렵문화는 의복 점무늬 이외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고구려와 같은 시대 백제에서 남성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포를 입는 게 일반화돼 있었던 사실을 볼 수 있지만, 고구려인이 긴 포를 입는 모습은 귀족이나 왕족 등을 제외하고 벽화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다. 고구려인도 경우에 따라 긴 포를 입기는 했지만, 4세기 중엽 안악제3호무덤 행렬도 등을 보면 대부분 고구려 남성이 허리 길이 정도를 덮는 저고리에 바지를 많이 입은 것을 볼 수 있다. 바지 폭도 당시 남성들이 주로 넓은 통바지를 주로 입은 것에 반해 고구려 남성들은 비교적 폭이 좁은 바지를 많이 입었다. 바지 밑 단은 일자 바지를 입기도 했지만, 밑이 오그라드는 모양인 궁고바지도 애용됐다. 사냥 등을 즐기던 성향이 반영된 듯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활동성이 강조된 옷차림은 남성만이 아니다. 방앗간에서 일하는 여인의 모습을 묘사한 벽화를 보면 여성도 활동이 편한 짧은 저고리와 짧은 치마를 입고 있다. 대신 속에 속바지를 입어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차려입은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여성들도 바지만 입기도 했다.

◇또 다른 트랜드, 주름치마

다른 국가나 시대와 다른 고구려인들만의 트랜드로는 점무늬에 이어 주름치마를 꼽을 수 있다. 주름마다 색을 넣은 색동치마나 주름을 잔뜩 넣은 치마 역시 여성의 활동성을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주름치마는 일반 통치마보다 다리가 옷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 넓기 때문에 보다 활동이 편리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주름 장식이 미적인 면까지 살린다. 다른 나라나 시대에는 여성들이 주로 폭이 넓은 통치마를 입었다면, 고구려 시대 여성들은 통치마는 물론 주름치마를 입고 있는 것을 5세기 수산리벽화무덤에 그려진 부인상을 비롯, 각종 벽화를 통해 알 수 있다.

◇포백대로 마무리

고구려인들의 옷을 보면 보통 옷 고름이 없다. 대신 허리에 포백대를 차 옷을 여몄다. 허리에 띠를 매야하기 때문에 보통 볼 수 있는 한복의 짧은 저고리보다 훨씬 긴 웃옷을 입었다. 보통 여성과 남성 옷 모두 엉덩이를 가릴 정도로 내려온 스타일이 선호됐다. 벽화 방앗간 여인에서 볼 수 있는 짧은 저고리는 일상 벽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종종 여성은 저고리 형태의 웃 옷 안에 라운드 모양의 옷을 덧입기도 했다.

요즘도 그렇지만, 고구려시대 부유층도 값비싼 수입품을 선호했다. 특히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귀족들의 경우, 일반인들에 비해 긴 포라던지 머리를 틀어올린 중국 스타일을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성실 단국대 교수는 “고구려 시대 벽화는 공기의 기운을 표현한 활홀한 문양이 많은데 이런 운기무늬가 발전돼 상상의 동물인 용이나 고구려의 상징인 삼족오 등이 출현했다는 학설이 있다”며 “고구려 시대 대표적 의복 특징으로는 호랑이 등 동물의 가죽무늬에서 유래했다는 점무늬와 활동성이 강조된 주름치마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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