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재개방해도 텅 빈 채 방치 홍보 無… 市 “내년 시설 보강 예산 편성”
“예전엔 많은 청소년이 춤 추며 꿈을 키우더니, 이젠 텅 비어 있네요.”
20일 오후 5시께 인천도시철도(지하철) 2호선 남동구청역에 있는 ‘청소년 문화 마당’. 대형 거울이 있는 작은 무대가 텅 비어있다. 한때 많은 인천지역 청소년들이 춤 연습을 하며 꿈을 키웠던 장소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시설로 전락했다.
같은 시간 인천도시철도 1·2호선 인천시청역에 있는 4곳의 청소년 문화 마당도 상황은 마찬가지. 심지어 지난 17일 주말에도 이 곳을 이용하는 청소년을 찾아 볼 수 없다. 이 곳에서 만난 김윤지씨(21)는 “학창 시절 춤 동아리 친구들이 무대를 차지하기 위해 아침 일찍 나와 대기를 하기도 했다”며 “코로나19 때 폐쇄하더니, 요즘은 이 곳에서 춤 연습을 하는 청소년을 볼 수 없다”고 했다.
인천지역 지하철역 곳곳에 있는 청소년 문화 마당이 코로나19가 끝났는데도 홍보 부족 등으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인천청소년활동진흥센터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춤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기 위해 인천시청·계산·경인교대입구·남동구청 등 지하철역 4곳에 모두 9곳의 청소년 문화 마당을 설치·운영 중이다. 이 같은 지하철 역사에 있는 청소년 문화 마당은 전국에서 인천이 유일하다.
이 청소년 문화 마당은 인천지역 청소년들의 끼를 춤으로 발산할 수 있는 ‘성지’로 꼽힌다. 인천 출신 아이돌 가수인 옹성우가 “어릴 적 춤 연습을 할 공간이 없어 거울과 춤출 수 있는 인천시청역 청소년 문화 마당에서 춤 연습을 하며 꿈을 키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2020년부터 폐쇄한 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오픈했는데도 이용하는 청소년 없이 방치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모두 4만5천355명의 청소년이 이용했지만, 재오픈한 지난해 6~12월엔 고작 1천330명으로 급감했다.
시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 같은 장소가 있다는 사실이 잊혀진데다, 춤을 출 장소가 없어져 그동안 학교의 춤 동아리 활동이 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학교 관계자는 “청소년 문화 마당을 춤 연습 공간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을 아는 선배들이 모두 졸업하며, 지금 청소년들에겐 이 공간의 존재가 없어졌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자 학교에 춤 동아리 활동의 맥이 끊긴 것도 한 원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시가 적극적으로 청소년 문화 마당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이용객을 늘리는 등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이강구 인천시의원(연수5)은 “청소년 문화 마당은 청소년들이 어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춤 연습을 할 수 있는 인천만의 전통이 있는 공간”이라며 “지금은 없어진 비보이대회 등을 다시 여는 등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우선 일선 학교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이 같은 안전하고 자유롭게 여가 시간을 보낼 장소가 있다는 점을 알리겠다”며 “내년엔 무대 바닥 보강 등을 위한 예산도 편성할 방침”이라고 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