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연일 기승… 유치원·어린이집 학부모들 속탄다

하필이면 오늘같은 날 소풍을…
인천 ㎡당 최고 152㎍ ‘매우나쁨’
자녀 건강 걱정 연기 요청 했지만
대부분 시설 예정대로 강행 ‘분통’

“일기예보는 계속 미세먼지농도 ‘매우 나쁨’이라는데, 굳이 소풍을 가야 하나요?”

 

인천시 서구에 사는 A씨(31·여)는 최근 자녀 소풍 문제를 두고 어린이집과 마찰을 빚었다. 미세먼지농도가 연일 ‘나쁨’ 수준이라는 예보에 어린이집 측에 소풍 연기를 요청했지만,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맞벌이라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보내야 하는데, 요즘처럼 공기가 안 좋을 때는 (어린이집이)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아이가 미세먼지 때문에 아플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남구에 사는 B씨(34·여)도 최근 아이를 바람막이에 모자, 황사 마스크까지 단단히 중무장(?)해 유치원에 보냈다. 유치원이 이날 체험학습을 한다기에 아이를 말렸지만, 친구들과 야외에 나간다며 들뜬 아이의 모습에 결국 보낼 수밖에 없었다.

 

최근 잇단 대기질 악화에도 일부 어린이집·유치원 등이 야외활동을 강행,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25일 교육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미세먼지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유치원, 어린이집 등 각급 교육시설에 배포했다. 매뉴얼은 미세먼지 예보등급이 ‘나쁨’ 또는 ‘매우 나쁨’일 경우 유치원 및 어린이집은 실외수업 및 야외활동 금지, 임시휴업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어린이집·유치원은 소풍과 체험학습 등을 강행하고 있다. 일부 시설 등에 사전 예약을 해 이를 취소하기가 난감하다는 게 이유다. 이날도 인천지역 미세먼지농도는 ㎡당 최고 152㎍(매우 나쁨)을 기록했지만, 상당수 어린이집·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소풍 등 야외활동을 강행했다.

 

전은주 한림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결막염과 비염은 물론 폐포에 침착돼 폐기종을 일으키기도 한다”며 “특히 어린이는 ‘조금 나쁨’ 수준에서도 질병이 올 수 있는 만큼 소풍 등 실외활동은 삼가하고, 외출해야 한다면 황사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유치원 원장 C씨(40)는 “매뉴얼이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며 “예약이 어려운 곳은 방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황사 마스크를 씌우는 등 아이들 질병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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