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일부 경로당서 기준치 이상 검출
市의 ‘환기시설 벽 상단 설치’ 논란 일어
전문가 “오히려 수치 증가 가능성 있어”
수원시내 일부 경로당에서 폐암 등을 유발하는 발암물질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본보 2016년 12월26일자 7면)된 가운데 수원시가 해당 경로당에 후속조치로 설치한 환기시설이 오히려 라돈 수치를 상승시킬 수 있어 노인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시와 전문가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6년 관내 경로당 461곳을 대상으로 공기 중 유해물질 함량을 측정, 총 52곳(11.2%)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148Bq) 이상으로 검출됐다. 라돈은 인체 유입 시 폐암 등을 유발하는 발암물질로 노후화된 건물 바닥이나 벽의 균열에서 검출된다.
이에 시는 지난해 라돈이 검출된 경로당 50곳(2개 경로당 기설치)에 환기시설 설치 및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라돈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의 조치가 오히려 라돈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가 설치한 환기시설 대부분이 벽 상단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바닥 등 건물 곳곳에 숨어 있는 라돈을 오히려 끌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라돈 저감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바닥과 가까운 곳에 환기시설을 설치, 라돈이 포함된 실내 공기를 밖으로 배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형진 김포대 환경보건연구소장은 “시가 설치한 환기시설은 실내·외의 음압차를 만들어 건물 바닥이나 벽 틈에 있는 라돈을 더 끌어낼 수 있다”면서 “내부 공기를 밖으로 빼는 시설과 함께 외부 공기를 내부로 넣는 ‘일종환기’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성 ㈔실내라돈저감협회장도 “실내공기를 외부로 빼는 환기시설은 건물 곳곳에 숨어 있는 라돈을 끌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건물 바닥에 환기시설을 설치해 바깥으로 공기를 빼는 ‘토양배기법’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건물 면적과 실내 환경 등을 고려한 환기시설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승연 연세대학교 라돈안전센터장은 “주변 환경을 모두 고려한 뒤 알맞은 환기시설을 설치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전문가와 함께 환기시설 설치, 건물 균열 보수 공사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라돈에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 폐암 등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노인들은 라돈에 오래 노출되거나 인체에 축적될 경우 호흡기 질환 및 폐암 등의 위험이 커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6곳의 경로당은 건물 보수 공사를 했지만 나머지 경로당은 예산 부족으로 환기시설만 설치했다”며 “실내 공기 질 향상을 위해 관련 부서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민훈·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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