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홍 국토문화유산연구원 부원장
국내 쌀 소비가 줄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도 ‘대왕님표 여주쌀’은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이다. 단순한 내수 판매를 넘어 해외 수출형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왕님표 여주쌀은 2025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에서 농산물 브랜드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리고 미국 뉴욕·뉴저지 지역 한인마트에 정식 입점하며 첫 수출 물량 3t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여주쌀 미국 수출량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K-푸드 확산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라면, 떡볶이, 냉동김밥 등 한국 가공식품의 인기가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한국산 식재료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 쌀은 특히 찰기 있고 쫀득한 식감으로 김밥, 덮밥, 비빔밥 등 한식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실제로 미국 내 냉동김밥 판매 호조에 따라 쌀가공식품 수출도 20%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주쌀의 미국 진출은 단순한 수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내수 침체에서 벗어난 지속가능한 농업 해법으로 ‘수출형 프리미엄 농업’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 중이기 때문이다.
여주쌀이 가진 경쟁력은 단단하다. 첫째, 여주는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수자원, 규산·유기물이 풍부한 토질 등 벼농사에 최적화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췄다. 둘째, 여주시는 독자적 품종 ‘진상미’를 개발하고 재배를 독점해 고유성을 확보했다.
이 품종은 찰기와 감칠맛이 뛰어나 프리미엄 소비층에 적합하다. 셋째, 여주시농업기술센터는 DNA 종자검정, 성분분석, 미질분석 등 과학적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식미치 75점 이상, 단백질 6% 이하라는 고품질 기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브랜드 시스템도 강점이다. 여주시농산업공동브랜드활성화센터는 품질 인증, 공동마케팅, 유통망 관리, 관광 자원 연계까지 통합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한다. 이 같은 브랜드 역량 덕분에 K-BPI 1위라는 신뢰를 얻었고 해외 수출도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확실한 프리미엄 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미국 시장은 여전히 롱그레인 쌀이 주류이며 한국 쌀에 대한 인지도는 한인 커뮤니티와 K-푸드 팬층에 한정돼 있다. 이를 넘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한국산 쌀’이라는 설명을 넘어 ‘왜 이 쌀이 특별하고 건강한가’에 대한 문화적·품질적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조선시대 왕에게 올리던 쌀’이라는 정체성은 미국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고급 브랜드 자산이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시대에도 농업은 성장할 수 있다. 핵심은 ‘프리미엄화→브랜드화→수출산업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느냐다. 대왕님표 여주쌀은 이 길을 선도하며 한국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K-푸드가 세계로 뻗어가는 지금 여주쌀의 도전은 한국 쌀, 나아가 한국 농업 전체의 미래를 여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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