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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8. 현대어린이책미술관 M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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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린이책미술관 MOKA 내부전경. 홍기웅기자

 

물방울처럼 동글동글하고 징검다리를 닮은 계단이 있는 어린이책미술관이 성남 판교에 있다. 현대백화점 5, 6층에 자리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 MOKA(관장 노정민)는 ‘어린이책’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미술관이다.

 

■ 열린 서재, 그림책 숲으로 오세요

 

홍보를 담당하는 박선주씨의 안내를 받아 미술관을 둘러보며 어린이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동글동글한 계단을 오르면 ‘열린 서재’가 나타난다. 6천여권의 그림책이 진열된 열린 서재는 ‘몽글몽글 이야기가 피어나는 숲’이다. 그림책 속 주제를 분석해 나온 86개의 키워드로 6천여권의 그림책을 분류한 것이 재미있다.

 

“어린이 스스로 나를 살피고 내 주변을 이해하고 나아가 스스로 사회와 세상을 탐구할 수 있는 미술관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열린 서재 가장 왼쪽 책장에 붙은 주제어가 ‘읽지 마세요’다. ‘이런 건 처음이야’와 ‘나도 책일까’라는 주제어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의 하루’라는 주제어에는 무엇이 포함돼 있을까. 우리집, 교통, 편지, 유치원, 시간, 돈, 학교, 잠자리, 몸의 이야기, 우리 동네, 약속, 놀이, 직업까지 13가지가 들어 있다. 주제어가 ‘우리들의 어려움’인 곳에는 이별과 전쟁과 폭력에 관한 그림책들이 있고 ‘신기한 이야기’에는 ‘조각조각’, ‘울퉁불퉁’, ‘미끄러운’처럼 입체적이고 감각적인 내용을 담은 그림책들이 모여 있다.

 

세계적인 그림책 수상작을 한곳에 모아 놓은 책장 앞에 선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케이트 그린어웨이상’과 ‘칼데콧상’ 및 ‘볼로냐상’,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처럼 이름난 상을 받은 그림책이 책장에 가득하다. 물론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모아 둔 곳도 있다. 열린 서재가 운영하는 ‘문해력 클럽’은 어떤 활동을 할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독해 지수 분석을 통한 학년 적정 수준의 그림책을 활용해 말하기와 듣기, 단어 퍼즐, 문자 만들기 같은 활동으로 아이들의 문해력을 키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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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만나' 전시를 찾은 어린이들. 홍기웅기자

 

■ 내일도 미술관에서 만나요

 

특별기획전의 주제가 ‘내일도 만나-See You Again’이다. 전시를 기획한 채병훈 학예사의 소개말에 귀를 기울인다. “오늘의 자연과 내일의 환경을 주제로 국내외 그림작가 22명과 함께 이야기를 펼칩니다. 오랫동안 글과 그림 속 배경이자 소재였던 자연은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이제는 우리의 행동을 끌어내는 환경으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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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만나’전에서 조오 작가의 ‘점과 선과 새’. 홍기웅기자

 

국내외 유명 그림 작가들이 지은 25권의 그림책을 통해 ‘함께하는 오늘’과 ‘사라지는 오늘’,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 오늘’이라는 세 가지 시선으로 자연과 환경을 살핀 책이 전시돼 있다. 사라 토나티의 ‘나무와 말하다’, 펠리치타 살라의 ‘나무가 되자’, 브리타 테켄트럽의 ‘하늘 가득한 노래’ 등 세 권의 책이 이야기를 이끈다. 한 아이가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를 껴안고 있다. 자세히 보니 나무에도 두 눈이 있다! 커다란 나무에서 노는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이 더없이 평화롭고 행복하다.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가 8인의 작품 64점이 관람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식물과 곤충, 동물과 인간은 여러 장소에서 관계를 만들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요. 함께하는 오늘의 소중함을 느끼고 다가올 내일의 환경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도록 구성했습니다.” 나무에 대한 고마움을 절로 느끼게 해 주는 아름다운 그림이 이어진다. ‘나무가 되자’는 저마다 다른 모습을 가진 나무가 어울려 숲을 이루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살아 있는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하늘 가득한 노래’는 자연이 가져다 주는 놀라움과 기쁨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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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직접 그리고 작성한 작품. 홍기웅기자

 

■ ‘모든 씨앗은 완벽해’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전시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7월 초까지 진행하는 ‘모든 씨앗은 완벽해’라는 프로그램은 어떤 내용일까.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쑥쑥 자라 한 그루 나무로 성장하기까지 그 위대한 여정 속 숨겨진 자연의 순환 과정을 이해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배우도록 이끌어줄 것입니다.”

 

매주 일요일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오후 1시30분부터 3시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전시 감상과 체험(40분)과 창의적 활동(50분)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의 작은 씨앗이 나무가 되기까지 과정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숨겨진 자연의 순환 과정을 배우고 씨앗의 특징을 관찰하며 자연 순환 상자를 만들어 보는 예술 창작활동이다. ‘미래 재료 연구소’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7월5일까지 진행되는 표현 교육이다. 전시 감상과 체험(40분), 창의적 활동(50분)으로 구성한 이 프로그램은 지속가능한 미래 재료를 탐구하는 연구자가 돼 재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창의적인 상상력을 더해 나만의 ‘미래 재료 상자’를 만들어 보는 연구 창작활동이다.

 

“아이들은 지속가능한 미래 재료를 탐구하는 연구자가 돼 재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창의적인 대안을 궁리해 볼 것입니다.” 4~5세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다시 만난 친구’는 환경 교육프로그램이다. 일상의 재료로 만든 바닷속 해양동물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내용이다. 일정한 참가비를 받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정원을 15명 이내로 한정해 흥미와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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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만든 작품들 ‘자연놀이창작소’. 홍기웅기자

 

■ 그림과 이야기로 찾아 내는 나의 꿈과 재능

 

6층 열린서재 옆에 있는 ‘MOKA 랩·아틀리에’는 미술관을 찾은 꼬마 예술가들이 숨겨진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예술과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이다. 복도 끝 문에 ‘나는 책이 좋아’라는 글이 적혀 있다. 종이접기 형식을 닮은 3개의 교육실은 주말이면 아이들로 가득 찬다.

 

6층에서 내려다본 5층의 공간 풍경이 재미있다.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독특한 시공간적 경험을 아이들에게 선사하려는 건축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어떤 분야에 가장 집중할까. “예술과 문학을 새롭게 읽고, 쓰고, 표현하는 활동이 중심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미술관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은 세계를 바라보는 어린이의 꿈을 꺼내 쑥쑥 자라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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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쇄된 용지로 어린이들이 만든 작품인 '종이풍경화'. 홍기웅기자

 

8월 말까지 진행하는 ‘종이 풍경화’는 참가비가 없지만 매우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자연에서 온 재료로 만든 종이를 깊이 만나는 기회를 마련했지요. 한번 쓴 종이를 버리지 않고 다시 사용하도록 흔하지만 종이를 아끼고 소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나무를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잘게 자른 종이에 풀과 물을 넣어 섞으면 멋진 무엇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된다. 네모 상자 속에 작은 풍경을 만든 뒤 원하는 위치에 놓으면 커다란 풍경도 완성할 수 있다. 재료는 4월부터 어린이책미술관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모은 종이를 재활용한 것이라고 한다.

 

7, 8월에 진행하는 ‘미지의 나라’ 역시 미술관을 찾은 어린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신규 프로그램이다. “용기를 내어 신청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여권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여권을 받은 어린이들은 7~12월 MOKA와의 세계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나라별 도장을 모을 수 있습니다. 모은 도장 수에 따라 선물을 나눠줄 계획이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8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지역사회 공헌과 문화예술 지원을 위해 현대백화점이 설립한 ‘최초의 어린이책미술관’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 지난 10년 동안 이어졌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예술과 문학을 새롭게 읽고, 쓰고, 표현하는 활동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내는 미술관 MOKA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어린이의 꿈이 자라납니다.” 김준영(다사리행복평생교육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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