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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영국의 의회 민주주의와 근대의 시작

한민주 영국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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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총선 날짜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선거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누리는 일상적인 일들 중 하나가 됐지만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선거를 통해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한 사람의 기초적인 권리를 인정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는다. 중세를 지나 근대에 돌입하면서 발전된 의회와 국민의 권리가 없었다면 누리기 힘든 일들이었을 것이다. 지난달 필자는 국제 여성의 날을 맞이해 여성의 투표권과 영국의 여성 투표권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이번에는 다가오는 선거를 맞이해 영국 헌법상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법 관련 문서들과 영국의 의회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인간의 역사가 근대로 들어서기 위해 거친 몇 가지 일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바로 ‘권리장전(Bill of Rights)’의 탄생이다. 마그나카르타, 그리고 권리청원과 함께 영국 헌법의 3대 성서라고 불리는 문서다. 권리장전이란 인간의 천부적인 권리를 이야기하는 성문법적 문서다. 영국의 권리장전은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인권이 중요하지 않았던 중세에는 절대군주제를 바탕으로 왕권에 힘이 많이 쏠렸다. 한마디로 말하면 왕은 헌법 위에 있었다.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으로 30년 전쟁이 끝나고 교황의 권위는 이전보다 많이 하락했으며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각 나라의 왕권이 강력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당시 영국에서는 찰스 1세가 국왕으로서 의회의 견제를 무시하고 권력을 남용하려 했고, 이러한 국왕과 대립해 크롬웰을 중심으로 한 의회파는 1642년 청교도전쟁을 일으켜 왕권을 무찌르고 공화당을 세웠다. 하지만 크롬웰이 죽은 뒤 찰스 1세의 아들인 찰스 2세가 왕으로 복귀하고, 그의 아들인 제임스 2세가 즉위해 다시 전제정치를 시작했다. 이때 일어난 1688년의 명예혁명은 그 누구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제임스 2세를 쫓아낼 수 있었으며 영국의회는 자신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장전을 통과시키도록 요구했다. 이는 영국이 절대왕정 시대를 끝내고 의회와 국민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었던 중요한 사건이다. 권리장전의 대표적 내용은 의회의 동의 없이는 왕권으로 법을 만들 수 없고 의회의 자유로운 선거와 발언권을 보장하며 의회의 승인 없이 과세를 하거나 국민에게 잔혹한 형벌을 내리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 등이다. 따라서 영국의 권리장전은 지금의 현대 영국 의회 민주주의의 기초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후의 미국의 독립선언과 프랑스의 인권선언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권리장전이 있기 약 400년 전에는 영국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서라 말할 수 있는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가 등장했는데 이는 라틴어로 ‘대헌장’이라는 뜻이다. 마그나카르타는 근대적 의미의 인권선언과는 의미가 다르지만 역사적으로 왕권을 최초로 법에 종속시킨 사건이기에 민주주의의 초석이라고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의의가 있다. 마그나카르타는 1215년, 당시의 국왕이었던 존 왕이 왕으로서 봉건 제후들인 귀족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해 결국 강제로 서명하게 된 문서다. 이 대헌장의 내용은 왕의 과세권 제한, 자유민으로서의 보증 등이며 이 사건으로 인해 왕권이 큰 제한을 받게 됐다. 따라서 13세기 이후부터는 ‘의회’라는 형식이 서서히 자리 잡히기 시작했으며 의회의 통과 없이는 왕의 마음대로 법을 만들거나 과세를 할 수 없는 약속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후 영국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양원제로 의회가 발달하게 됐다.

 

긴 시간 동안 싸워 쟁취해낸 민주주의는 이렇듯 인류의 역사가 중세에서 근대로 발전하는 큰 역할을 했으며 한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를 대표한다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투표와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자신의 권리를 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행위인 것은 당연하다. 총선이 다가오는 중대한 시기인 지금,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잊지 말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으로 더 나은 사회와 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을 이어나가는 것은 현대인의 마음가짐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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